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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움과 비움으로 마음을 정화한다

신용일 작가 | 2024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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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은 고려 시대 청주목에 있었던 사찰인 흥덕사(興德寺)에서 만들어진 불교 인쇄물로,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이다. 청주가 고향인 신용일 작가는 바로 이 ‘직지’의 내용을 캔버스에 황토로 표현해내며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신용일 작가는 직지를 한자로 옮겨심는 지난한 과정을 통해 잊힌 마음의 유산을 환기함과 동시에 인간 본성의 마음 밭에 새로운 자각의 씨앗을 심는다. 본지에서는 글자를 흙으로 덮고 지우며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기 위한 치열한 침잠의 응고된 결과물을 선보이는 ‘직지 작가’ 신용일 작가를 인터뷰했다.

신용일 작가가 직지 작가가 된 것은 어언 20년이 훌쩍 넘었다. 서울살이를 계속하다가 지난 2000년대 초에 고향인 청주로 내려오게 되면서 그의 작품 세계도 일순 변화하게 됐다. 실제로 많은 화가 역시 작품의 모티브를 자기 주변이나 환경에서 찾곤 하는데, 이는 신용일 작가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이다. 즉, 신용일 작가의 동네가 공교롭게도 직지가 발명된 곳이라는 데서 착안하여 그는 직지를 모티브로 채택해 줄곧 작품 활동에 천착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신용일 작가는 2010년 호주 시드니 크로스베이 갤러리에서 열린 개인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30회 이상 개인전을 개최하였으며, 국내외를 넘나드는 다양한 그룹전 및 기획 초대전, 아트페어 등에 참가하여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현대적인 독창적 작품 세계를 널리 알려 나가고 있다. 현재 그는 한국미술협회를 비롯해 씨올회, 미니멀퍼스트 등 회원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해 11월 7일부터 12월 3일까지 청주 네오아트센터에서 기획 초대전을 성황리에 개최했다. 현재 신용일 작가의 작품은 영국에 있는 한국대사관을 비롯한 다양한 곳에 소장되어 있다.


문자를 쓰고 지우는 시지프스적 반복 작업 선봬

“제가 하는 작업은 문자를 쓰고 지우는 시지프스적 반복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글자는 지우기 위해 존재합니다. 글자는 인간의 정신과 문명의 상징 이미지입니다. 그 글자의 형태를 점차 지워감으로써 이를 통해 인간 서로의 마음을 이어주며 진실한 소통을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의 혼탁한 마음을 정화하듯 저는 지움과 비움을 통해 제 마음을 정화하며 진정한 자유함을 얻는 것이죠.”

신용일 작가는 흙 글자를 쓰고 그 위에 돌가루와 흙, 염료 등을 뿌려 마티에르 효과를 내면서 비우고 버리는 잃어버린 본성을 회귀하는 동양적 정신을 구현한다. 즉, 그의 작업은 문자가 물질에 의해 덮이고 희미해지고, 어떠한 부분은 오뚝이처럼 되살아나는 프로세스의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점은 그의 이러한 작업 방식은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세계 최초라는 점이다. 글을 쓰고 다시 닦아내는 소멸과 생성의 반복으로 과거와 소통하는 것을 넘어 채움과 비움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작품 세계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예술화하여 국내만큼이나 해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실제로 신용일 작가는 직지를 주제로 한 전시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등에서 개최했으며, 그간의 개인전 중 절반 이상이 해외 전시다. 수많은 해외 관람객은 그의 작품을 보며 동양과 서양이 잘 어우러지고 공존하는 그림이라고 극찬했으며, 호평에서 그치지 않고 활발한 작품 판매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이에 신용일 작가는 작품을 통해 우리나라의 위상을 전 세계적으로 높이는 민간 문화사절단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이다.


오는 7월 예정인 시에나 전시 준비 박차  

신용일 작가가 여기까지 오는 데 있어서 그저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직지’라는 외길을 걷는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와 인고의 세월이 동반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를 물심양면 아낌없이 지원해준 이들의 응원 덕에 신용일 작가는 지금도 계속해서 ‘직지 시리즈’를 내놓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에 그는 이 지면을 빌려 자신을 지지해주는 이들에게 감사 뜻을 전했으며, 앞으로도 좋은 그림으로 기대와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강조했다.  

“오늘날은 그야말로 자기가 자기를 광고하는 시대입니다. 자기 스스로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시대인데 MZ 세대가 아닌 저 같은 사람은 작품 활동에 매진하면서 자기 PR까지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에 한가지 바람이 있다면 국가적으로 이러한 예술가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드러내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것이 어쩌면 K-아트의 시작점이 아닐까요?”  

신용일 작가는 외국에서의 계속되는 러브콜로 오는 7월 해외 전시를 계획하고 있다. 이탈리아 시에나에서 개인전이 예정된 만큼 만반의 준비를 통해 그의 작품을 기다린 관람객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직지 미술을 유럽에도 널리 알려 국위 선양에도 일조하겠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혔다. 너나 할 것 없이 채우려고만 하는 세상 속에 사는 요즘, 비우면 더 멋있고 아름다운 인생이 펼쳐진다고 강조하는 신용일 작가. 앞으로도 신용일 작가가 그의 평생 모티브인 직지를 통해 비움과 지움의 동양 정신을 구현해나가기를 기대해본다.<출처: 퍼블릭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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