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가수 BTS가 쏘아 올린 K-팝 열풍은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대표되는 K-콘텐츠가 세계의 중심에 서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한국의 아트를 향한 해외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고, 그 중심에 오늘 소개할 이매리 작가가 있다. 본지에서는 인류의 근원을 바라보는 독창적인 작품 세계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한국 미술의 힘을 전하는 이매리 작가를 인터뷰했다.
이매리 작가는 과거 ‘빨간 하이힐’ 작품으로 유명했다. 빨간 하이힐을 오브제로 여성으로의 자아 및 존재를 탐구해 온 그는 10여 년 전부터 캔버스에 24K 금분으로 글씨를 쓰는 작업을 하기 시작해 새로운 작품 시리즈의 출발을 알렸다. 이후 창세기, 금강반야바라밀경, 다수 고대 시 등을 캔버스에 옮겨 적는 인문학적 작품 세계를 활짝 열어젖힌 이매리 작가는 지난해에만 그리스 크레타, 독일 포츠담, 영국 런던 등에서 성황리에 전시를 마쳤으며, 2022년에는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인 ‘베니스비엔날레’ 기간 중 현지에서 초대전을 개최하는 등 세계 미술계에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새기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20여 회에 걸쳐 국내외 개인전을 연 이매리 작가는 국립 목포대학교에서 미술학사를, 조선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학 석‧박사를 마쳤으며, 현재 광주대학교 초빙 교수로 후학양성에도 온 정성을 쏟고 있다.
작품에 인류와 문명과 역사를 담다
“저의 탯 자리는 전라남도 강진군 성전면 월남리입니다. 제 외가가 있는 월남사지는 고려시대 황실 절터였는데, 저의 유년 시절 추억이 가득 담긴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문화재 발굴 작업으로 인해 제 기억 속 장소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이러한 기억의 상실과 장소의 소멸에 대한 성찰을 통해 그 안에 묻힌 시간에 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매리 작가는 고향인 강진 월남사지를 모티브로 한 기억을 비롯해 여순사건, 6‧25 전쟁 등 인류와 문명의 역사를 담아 작품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이는 작가로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미술학 박사까지 마친 학구적 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 실제로 그는 지난해 한국전쟁 휴전 70주년을 기념한 전시에 참여해 조부모 세대의 전쟁 경험 등을 다뤘으며, 광주 고려인 마을과 관련한 신작 ‘7천 개의 별과 약속의 땅’을 선보이며 호평받았다. 이를 비롯해 세계적인 큰 사건들을 철학, 인류학, 고고학, 역사적으로 바라보며 ‘Homeostasis(항상성)’라는 개념에 다다른 이매리 작가는 인류 역사는 민족, 국가 등이 해체 및 소멸하고 재조합되는 순환의 과정이라고 강조했으며, 앞으로도 자신만의 회화적 감성으로 이러한 항상성을 표현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미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내다
“저는 시각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가 의미하는 바를 시각적으로 잘 풀어내고 있는가에 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러한 고민을 거듭하여 제가 구상하는 것을 제대로 표현함으로써 관람객 여러분이 이를 온전히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인류의 근원과 자신의 근원에 관한 미술적 탐구를 통해 어느새 전남지역 대표 중견작가에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이매리 작가. 올해는 그가 어떤 작품으로, 세계 어디로 더 뻗어나갈지 그 행보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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