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존재와 인간존재에 관한 물음을 회화로 풀어내는 김갑진 작가의 16번째 개인전 김갑진 연금술 <빛선과 소리선> 전시가 지난 4월 10일부터 16일까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김갑진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그 깊은 현(玄)의 세계에 다다르고자 무한성과 영원성, 양자얽힘과 중첩, 불확정성과 비국소성, 화엄 세계와 인드라망의 구조를 회화적 언어로 표현하고 나타내며 큰 관심을 모았다. 본지에서는 “나의 작품은 존재론의 탐구에 있으며 현의 세계 구현”이라고 강조하는 김갑진 작가를 전시가 한창이던 어느 봄날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인터뷰했다.
김갑진 작가의 화업 인생은 어느덧 36년째를 맞이하고 있다. 1989년 군대 제대 이후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그는 1999년 미술세계 대상전 입상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여 오늘날에 이르렀다. “곡성군 갤러리 작업실에서 오로지 작품에만 몰두하여 사색과 명상 그리고 산책을 하며 작품구상을 하면서 은일의 시간 속에서 생활하면서 이루어진 작업의 결과가 이번 개인전 연금술 <빛선과 소리선> 작품입니다.” 특히 이번 전시는 2021년 개최한 그의 15번째 개인전 <만다라-BLUE>에 이어 약 3년 만에 펼쳐진 전시로 눈길을 끌었으며, 무려 1,000일 동안 치열하게 작업한 끝에 완성한 신작들로 수많은 관람객과 교감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했다. 김갑진 작가는 현재 전남 곡성군에서 123박물관 및 김갑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내외 약 180여 회에 달하는 단체전 및 초대전에 참여하며 전업 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우주는 스스로 연금술을 펼치며 무한과 영원으로 향해
“우주는 스스로 연금술을 펼치며 무한과 영원으로 향해 있습니다. 저는 우주의 연금술을 생각하며 ‘빛선과 소리선’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렇게 저만의 방식으로 연금술을 펼치며 작품을 합니다. 즉, 거대한 화엄 세계의 인드라망 구조 속에 연속된 과정으로 나타나는 존재의 본질을 찾아 들어가는 것이죠.”
김갑진 연금술 <빛선과 소리선> 전시에서 선보인 그의 작품은 융합과 변화, 분해와 소용돌이가 한데 어우러져 피어오르고 꿈틀거리며, 존재의 바탕을 펼쳐 보이는 연금술의 도가니와도 같다. 응축되고 분해가 되어 한데 어우러진 도가니를 응시하다 보면 존재의 근원에 다가설 수 있으며, 검붉게 응축된 세계 속에서 활활 타오르는 용광로 속에는 시원의 본질이 들어있다. “우리의 존재는 연금술의 연속입니다. 우리의 삶은 연금술의 과정이며, 상황적 현상으로서만 나타나는 모습일 뿐이죠. 그 어떠한 것도 실체의 고정된 불변으로 존재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며 늘 변화의 연속성 속에 놓여있습니다.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통찰과 지혜를 얻으면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공정성에 이르게 되며, 자유로움을 얻어 결합과 분해의 법칙에 순응하게 됩니다.” 우리의 삶이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 죽음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음이 존재한다고 느껴질 때 우리의 삶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삶을 통해 존재에 대한 연민을 지니고 있으며, 우리의 모습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김갑진 작가의 회화는 이러한 존재론에 대한 물음이며 연금술의 상황적 현상 과정을 담은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그는 예술가인 만큼 수학과 양자 물리, 철학 등을 회화로 풀어 해석한 것이며, 이제껏 이를 회화화한 적은 없는 만큼 김갑진 작가의 이러한 작품 세계는 더욱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다.
내 그림을 통해 아름답게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제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작품에서 파동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그 파동의 세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번 전시회를 찾아와주신 분들이 저마다 제 작품과 교감을 한 듯하여 작가로서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함을 느낍니다. 제 작품은 사유 속에서 나온 것이며, 인간은 깊이 사유하여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제 그림을 통해 많은 분이 아름답게 잘 살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천생 예술가인 김갑진 작가는 자신의 작품으로만 이뤄진 공간이 생전 혹은 죽고 나서 후손들에 의해 조성됐으면 하는 바람을 밝혔다. 세계인들이 그곳에 모여들어 자신의 작품을 감상한다면 이보다 더한 영광이 어딨겠냐고 말하는 김갑진 작가. 이러한 꿈이 머지않은 미래에 현실이 되어 김갑진 작가의 그림 한 점 한 점이 인류문화 유산으로 쓰일 그 날을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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