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성 지음 / 사이드웨이 / 19,000원
우리는 이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요구되었던 ‘정당한 지출’을 감행하는 대신, 구성원 각자가 남보다 더 빠르게, 더 근면하게, 자기 몸을 갈아 넣으며, 오로지 극도의 효율을 추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각자도생의 토대를 구축했다. 타인을 위해 지갑을 여는 방식 대신에 ‘사람을 갈아서 굴러가는 방식’을 공동체의 근본적인 운영 기조로 삼았다. 그래서 우리에겐 늘 시간이 없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일은 사치일 뿐이다. 모두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사적으로 힘쓰지 않으면 안 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이렇게 완성됐다. 이 책은 그처럼 ‘모두가 아프지만, 아무도 치료비를 내지 않으려는’ 나라에 관한 심층적인 보고서이며, 그럼에도 냉소나 체념에 그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길 권하는 뜨거운 희망의 기록이다.
그래, 네 생각만 할게
나태주 지음 / 시공사 / 15,000원
새 시집에서 나태주의 시인의 오감은 나와 당신 사이에 충만해 있다. 새날 새 아침에 시인이 마주하는 사물과 사람과 자연은 어제의 그 존재가 아니라, 아침 인사를 주고받으며 새롭게 갱신되는 반가운 존재다. 괜찮은지 안부를 묻고 인사를 받으며 너와 나는 생기와 충만한 사랑을 다시 확인한다. 그것이 사건으로서의 이별을 극복할 유일한 방법이다. 방긋 웃으며 인사하는 어린아이부터, 거리에서 만나는 지인, 사랑하는 가족 그리고 먼저 떠나보낸 기억 속의 그리운 이들까지, 이번 시집에선 모두가 모두에게 안부를 물으며 괜찮다고 서로 등을 토닥여준다.
식물이라는 세계
송은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 / 30,000원
식물들도 인간처럼 새로 태어나고, 성장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늙고, 병들고, 죽는다. 이 책은 하루 종일 식물을 들여다보고, 관찰하고, 그려내는 일을 하는 식물세밀화가 송은영 작가가 그린 43가지 식물세밀화와 그 식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택식물원에 있는 얼레지부터 천리포수목에서 한여름에 만난 모감주나무, 런던 남서부에 위치한 왕립 식물원인 큐가든에서 마주한 호랑가시나무 이야기 등 인간의 삶과 가장 닮아 있는 43종의 사계절 식물 이야기를 통해 우리의 삶에 대한 위로와 공감도 얻을 수 있다. 식물들의 생애 이야기와 함께 수록된 해당 식물의 기본 정보와 서식지, 개화 시기, 꽃말 등과 함께 펼쳐진 식물세밀화를 보다 보면 우리가 식물을 사랑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임을 알게 될 것이다.
제철 행복
김신지 지음 / 인플루엔셜 / 17,800원
세상에 행복이란 게 존재한다면 잠시 머무는 이 계절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곁에 와 손짓하고 있지만 무심코 지나쳐버리기 쉽기에 알맞은 시절에 챙겨야 하는 작은 기쁨들, 이 책은 바로 그 ‘제철 행복’에 대한 이야기다.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 등을 통해 스쳐가는 일상을 특별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법을 나누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김신지 작가가 가장 환한 계절에 신작 에세이 『제철 행복』을 선보인다. 그간 ‘시간을 내서’ 행복해지는 법, ‘순간을 기록’하는 법 등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 관한 다정하고도 구체적인 삶의 방식을 꾸준히 이야기해온 김신지 작가. 이번에는 그 눈길이 ‘24절기’에 머문다. 한 해를 사계절이 아닌 ‘이십사계절’로 나눠, 계절의 속도에 발맞춰 걸으며 눈앞의 행복을 놓치지 않고 더 촘촘히 행복해지는 법을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