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믿고 보는 배우다. 2010년 롤리팝 광고로 얼굴을 알리고 몇 편의 인상적인 CF를 통해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어 드라마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2011)에서 만화 같은 비주얼과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이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김지원은 어떤 캐릭터든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어냈다. 2013년 방영한 드라마 <상속자들>에서는 고교생답지 않은 남다른 카리스마와 도도함을 가지고 있는 ‘유라헬’ 역을 맡아 뜨거운 호평의 중심에 섰다. 악역이었음에도 캐릭터의 여린 속내와 상처를 끌어 올리며 미움이 아닌 공감과 동정을 불러일으켰다. 김지원이기에 가능했던 유라헬, 김지원이기에 미워할 수 없었던 유라헬을 만들어낸 것.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인생 캐릭터’들을 쌓아갔다. <태양의 후예>(2016)에서는 저돌적이고 꾸밈없는 군의관 중위 ‘윤명주’ 역으로, <쌈, 마이웨이>(2017)에서는 솔직하고 사랑스러운 보통의 청춘 ‘최애라’ 역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때론 밝은 애교로, 때론 깊은 감정 연기로, 때론 정확한 딕션으로 ‘김지원 명장면’이라고 불리며 회자될 수많을 짤들을 생성해냈고 큰 파급력을 남겼다. 두 작품으로 KBS 연기대상 여자 신인상, 베스트 커플상, 미니시리즈 부문 여자 우수상, 네티즌상 등을 휩쓸며 글로벌 스타로 자리매김했다.
김지원이 한 걸음씩 밟아온 연기자의 길은 누구보다 다채로웠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놓으며 대중들을 사로잡았고, 그 깊이와 넓이 역시 매번 놀랍게 확장시키며 감탄을 불러일으켰다. <아스달 연대기>(2019)에서는 무게감을 입더니 <도시남녀의 사랑법>(2020)으로는 편안한 일상 연기로 눈길을 사로잡았다. 김지원의 연기는 깊고 진하다. 어떤 캐릭터를 입어도 시청자들을 설득시키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특히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2022)에서는 무채색의 인생에서 해방을 원하는 막내딸 ‘염미정’으로 분해 세밀한 심리 묘사로 극을 이끌며 연기 지평을 또 한 번 넓혔다. 누구나 한 번쯤 느껴봤을 깊은 내면의 감정들을 디테일하게 세공해내며 믿고 보는 배우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김지원은 최근 종영한 드라마 <눈물의 여왕>에서 재벌 3세 홍해인 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연기 인생의 정점을 맞이했다. 마의 기록인 시청률 20%를 뛰어넘으며 올해 상반기 최고 화제작으로 등극한 <눈물의 여왕>에서 김지원은 재벌 3세지만 난치병으로 3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은 홍해인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그는 자칫 비호감이 될 수 있는 인물의 균형을 잡으며 홍해인 캐릭터의 적임자임을 스스로 입증했고, 남편 백현우(김수현 분)와 환상적인 연기 호흡을 선보여 <눈물의 여왕>의 흥행을 견인했다.
이에 김지원의 SNS 팔로워 수는 1,000만을 돌파한 것은 것은 물론 최근 소주 브랜드 ‘처음처럼’과 한화손해보험 모델로 발탁되며 광고계마저 접수하고 있다. 그야말로 배우 김지원의 시대가 개막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사람들에게 김지원의 인생 캐릭터를 묻는다면 각자 다른 대답이 돌아올 것이다. 그건 아마 취향의 차이이지 정답이 되지는 않는다. 늘 새로운 얼굴로 어떤 캐릭터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김지원, 그의 다채로운 연기를 계속해서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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