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나르 뷔페(1928-1999)는 19세에 첫 개인전을 개최하고, 20세에 프랑스 최고 권위의 비평가상을 수상하였다. 27세에 매거진 콘느상스 데 아츠(Connaissance des arts)가 전후 최고의 예술가로 선정하고, 30세에 뉴욕 타임스가 프랑스의 멋진 젊은 5인 중 한 명으로 선정하는 등 베르나르 뷔페는 어린 시절부터 천재적인 재능을 인정받으며 비평가들에게는 찬사를, 대중들에게는 사랑을 받으며 명성을 높였다. 이처럼 경력 초기부터 예술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지만, 베르나르 뷔페는 자신은 '예술가'가 아닌 '화가'라고 고집스럽게 주장하였다.
뷔페는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그렸다. 그의 작품은 삶의 기록이었고, 자신의 관점을 세상과 공유하는 방식이며, 자신의 언어이자,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통로였다. 어린 시절 경험한 나치의 파리 점령과 전후 시대의 참담함, 어머니를 잃은 상실감과 우울함을 그렸고, 부와 명예를 성취한 후에도 그리기 위해 자동차를 구입하고, 전 세계를 여행하며 도시의 풍경을 그렸으며, 평단에서 외면을 받을 때조차 그저 그림을 그릴 뿐이었다. 뷔페에게는 모든 것이 그림을 그리기 위한 동기이자, 주제였다.
경력 초기에 나타나는 일상의 사물과 사람, 실존적 고민을 보여주는 광대, 세계 도시의 풍경, 뷔페의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주는 문학, 신화, 종교, 사랑하는 아내이자 평생의 뮤즈인 아나벨, 그가 남긴 마지막 주제인 죽음까지. 개인적이고 사적인 것에서부터 대중적이거나 지적인 주제까지 여러 가지 광범위한 주제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회화, 드로잉, 판화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뷔페만의 미학을 탄생시켰고, 이번 전시를 통해 그 물리적 존재감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매일 하루에 12시간씩 그림을 그리며, 일생 동안 8,000여 점의 작품을 남긴 베르나르 뷔페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리는 '화가, The Painter'였다. 뷔페는 그리기 위해 존재하였고, 존재하기 위해 그렸다. 말년에 파킨슨병으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되자, 선택한 것은 결국 죽음이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그림은 그의 존재 이유였으며, 정직함과 성실함으로 평생을 그림에 바쳤다. 이번 전시가 그 사실을 증명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베르나르 뷔페의 국내 두 번째 대규모 회고전인 <베르나르 뷔페 - 천재의 빛 : 광대의 그림자>는 4미터 크기의 대형 유화 작품뿐만 아니라, 수채화, 드로잉, 판화 작품을 포함한 총 120여 점의 작품을 주제별로 소개한다. 전시는 4월 26일부터 9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 디자인 미술관에서 진행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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