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별전에서는 북미 원주민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을 보여주는 151점의 전시품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가 인디언으로 불렀던 이들이 과거의 역사 속에 사라진 이들이 아니라, 깊이 있고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가지고 지금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조명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사람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광활한 북미 대륙에 살고 있는 570여 개의 부족을 하나의 단일체로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들을 편견 없이 다시 바라보기 위해 다양한 매체와 풍성한 내용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또한 한국에서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여정에 동참할 수 있도록 서울 전시를 마친 이후에는 부산시립박물관에서 순회 전시를 개최한다.
이번 특별전은 우리가 알던 인디언을 다루지만 인디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인디언이라는 용어는 1492년 콜럼버스가 북미 대륙을 인도로 착각한 데서 붙여진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오래전부터 그 땅에 살아왔던 사람들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북미 원주민’이라고 부른다.
우리가 인디언하면 떠올리는 이미지는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처럼 매우 단편적이다. 그러나 북쪽 알래스카에서 남쪽 뉴멕시코에 이르는 광활한 북미 대륙에는 570여 개의 부족이 있고 부족 수 만큼이나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문화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다양성은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기인한다. 그들을 둘러싼 자연 환경은 살아가는 방식에 영향을 주었고 경계를 짓게 하여 다채로운 언어와 풍속을 지니게 하였다.
1부는 북미 원주민에게 자연이 갖는 의미가 담긴 아기 요람으로 시작한다. 원주민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인 아이들에게 자연은 가장 큰 선생님이다. 얼굴만 내놓을 수 있는 요람에서 갓난아기 때부터 자연을 바라보며 주변 세계를 관찰하고 자연의 기운을 눈, 코, 입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 주는 집, 옷과 그릇, 의식 도구와 그림 등 30여 개 부족의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삶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다. 북미 원주민들에게 일상과 예술, 종교는 경계가 없기에 일상 용품은 예술품이었고, 가치관과 세계관을 담고 있는 상징적인 물건이기도 하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수리 깃털 머리 장식은 존경의 상징이다. 공동체 구성원에게 넓은 관대함을 보이거나 전투에서 용감한 행동을 한 사람들이 착용했던 것이다.
2부는 유럽 사람들이 북미 대륙으로 건너와 정착한 이후 달라진 원주민의 삶을 회화와 사진 작품들을 중심으로 다룬다. 유럽 이주민들과 첫 만남은 낯설었지만 대체로 평화로웠다. 그러나 머지않아 서로 다른 세계관의 충돌로 오래도록 살아온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등 원주민들의 삶은 크게 달라졌다. 전시는 이주민의 시선에서 본 북미 원주민의 모습, 미국이 형성되는 과정 속에서 원주민이 겪은 갈등과 위기의 순간, 북미 원주민 스스로 그들의 문화와 정체성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된다.
이주민들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외모, 복장, 생활 방식에 관심을 가졌고 그들이 본 모습을 그림이나 사진에 담았다. 이러한 그림이나 사진에 담긴 북미 원주민의 모습은 대체로 낭만적이고 평화롭다. 당시 그림은 서부로의 확장을 장려할 목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다. 때로는 사진작가 에드워드 커티스처럼 곧 사라질 문화에 대한 기록으로 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시는 이미 원주민이 서구의 영향을 받을 때였지만 이주민들이 생각한 원주민의 때 묻지 않고 ‘고귀한 야만인’의 이미지에 맞도록 연출하기도 했다. 이러한 그림이나 사진들은 원주민에 대한 고정관념을 만들어냈고 그 고정관념은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
북미 원주민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등 변화가 불가피하였지만 전통을 지키려는 노력은 계속해 왔다. 그들이 전통을 계승하는 방식은 단순히 과거의 재현에 그치지 않으며 새로운 표현 방식으로 재창조하여 그 가치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북미 원주민은 우리와 같이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프리츠 숄더와 같은 북미 원주민 예술가들은 작품으로 스스로의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하고 잘못된 인식이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우리가 인디언으로 알던 북미 원주민이 어떤 사람들인지, 각각의 전시품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 전시실에서 직접 만나보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낯설고 오래된 문화가 아닌 현재 우리 곁의 문화로 한층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