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줄리엣 속 진짜 불운한 이들이 만약 티볼트와 머큐쇼였다면'이라는 상상에서 시작된 작가 레이첼 가넷(Rachel Garnet)의 재치 있는 작품, 연극 <스타크로스드>가 12월 10일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개막한다.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셰익스피어의 초기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을 재치 있게 스핀 오프한 작품이다. 줄리엣의 사촌인 캐퓰렛 가문의 '티볼트'와 베로나 영주의 친척이자 몬테규 가문 로미오의 친구 '머큐쇼'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원작의 전개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티볼트'와 '머큐쇼'의 예상치 못한 로맨스를 다룬다. 원작의 16세기 이탈리아 베로나를 배경으로 원수 가문인 캐퓰렛 가와 몬테규 가를 비롯해 로미오와 줄리엣, 벤볼리오와 파리스 등 친숙한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극 속에서 사용되는 원작의 주요 장면들과, 그대로 따른 셰익스피어 특유의 아름다운 문체, 유연하게 인용한 대사들은 의외의 재미를 주며 '로미오와 줄리엣'의 새로운 평행 세계를 창조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또한 주인공인 '티볼트'와 '머큐쇼'에 초점이 옮겨져 두 인물을 위주로 추가된 대사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표현들, 중세 시대의 민요는 마치 시처럼 극 중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들여 볼 수 있게 한다.
비극적 사랑이야기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재까지 대중적인 인기를 끌어온 소재이다.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 역시 두 사람이 운명처럼 사랑에 빠졌으나 불운에 불운이 겹쳐 죽음이라는 비극을 맞는 이야기이며, 1590년대 초연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며 다양한 형태로 배포되어 왔다. 연극 <스타크로스드>의 제목이기도 한 'STAR-CROSSED'라는 단어는 '엇갈려 떨어지는 별을 함께 본 연인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난다'는 의미가 담긴 '불운함'을 뜻하며, 셰익스피어가 '로미오와 줄리엣'의 서문에 사용하며 알려졌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타의에 의해 사랑이 이뤄지지 못한 연인들을 빗댈 만큼 불운한 연인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되었는데, 연극 <스타크로스드>에서는 불운한 이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아닌 '티볼트'와 '머큐쇼'라 가르킨다. 원작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물들이 바로 '티볼트'와 '머큐쇼'이기에 작가 레이첼 가넷이 탄생시킨 서사는 매우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또한 '티볼트'와 '머큐쇼'의 이야기로 새롭게 구성되면서 보다 확장해서 접근해야 하는 지점에는 LGBT에 대한 섬세한 시선이 있다. 절묘하게 비튼 이야기 속에 엄격하고 억눌려있는 '티볼트'와 자유롭고 열정적인 '머큐쇼'의 대조되는 성격이 드러나는데 이로 인한 갈등과 현실을 향한 두 사람의 상반된 견해는 지지받지 못하는 사회적 편견을 보여주기도 한다. 연극 <스타크로스드>는 오는 3월 2일까지 공연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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