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사(裝蹄師)란 말의 편자를 만들거나 말굽에 편자를 대는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국가전문자격이다. 말의 두 번째 심장 역할을 하는 발을 직접 다루는 만큼 업무의 전문성이 매우 강한 직업인 장제사는 국내 말산업의 발전과 함께 계속 성장해 왔다. 하지만 이른바 ‘정유라 사건’으로 인해 말산업 분야가 위축되며 장제사 역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같은 맥락에서 그간 장제사들을 양성하는 데 전심전력해온 (사)한국장제사협회(회장 김동수) 또한 말산업의 위축으로 더 이상 기술자들을 배출하기도 염려스러운 현실에 맞닥뜨렸다. 본지에서는 한국장제사협회 김동수 회장을 만나 장제업을 넘어 국내 말산업의 지속 성장을 위한 제언을 들었다.
김동수 회장은 36년이 넘는 경력을 자랑하는 국내 대표 장제사다. 1986년 삼성 에버랜드에 입사한 그는 동물원에서 근무하던 중 1986 서울 아시안게임, 1988 서울 올림픽 등을 계기로 삼성 승마단이 창설하면서 이곳으로 전출 오게 됐다. 그렇게 말을 관리하기 시작한 그는 승마단에서 ‘장제사’라는 직업을 알게 됐고, 영국 및 일본에서 장제 교육을 받는 등 전문성 함양에 박차를 가하며 관련 기술을 체득했다. 이처럼 1989년 장제사 분야에 발을 들여 오늘날 장제 명인의 경지에 오른 김동수 회장은 자신과 같은 장제사들을 육성하고자 2014년 한국장제사협회를 설립해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신경주대 말산업학과 겸임교수를 맡으며 후학 양성에도 한창이다. 또한, 그는 협회 활동 및 대학 강의로도 바쁜 와중에도 경북대 수의과대학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으며 풍부한 장제 경험에 이론적 지식도 더하고 있다. 이에 김동수 회장은 다수 매스컴에 집중 조명되고 있으며, 2024 스포츠서울 라이프특집 이노베이션 리더 대상, 2025 일간스포츠 선정 혁신한국인 파워코리아 대상 등을 수상하며 국내 장제사 분야 발전을 위해 헌신한 공헌을 인정받았다.
정부 차원에서의 대처와 지원 마련 시급해
현재 국내 장제 분야는 그야말로 갈림길에 서 있다. 이 기술을 어렵게 3~4년에 걸쳐 습득해도 그다음 스텝이 막막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당연히 한국장제사협회의 존립 여부도 결정해야 하는 시기라고 밝힌 김동수 회장은 이러한 걱정 속에서도 지난해에도 장제사들을 위한 보수 교육, 장제대회 등을 개최하며 본연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내 말산업은 너무도 단순합니다. 경마산업과 승마 산업 그리고 관광산업 등으로 국한되어 있으며 그 외는 인프라 구축이 없고, 인식이 부정적이기에 확산이 어렵습니다. 우리 말산업을 부활시킬 방법은 국산마를 활용한 브랜드가 있는 대회를 부각시키는 방법밖에 없을 것입니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말을 지속적으로 수입해서는 말산업에 미래는 없습니다. 국내인에 걸맞은 혈통을 연구하여 생산하고 이에 말산업 전문인력들이 훈련하고 기업에서 후원하는 대회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다시 한번 재도약이 가능할 것입니다. 국제 원조를 받는 몽골도 나담축제라는 유명한 대회를 자국인들의 희망을 위해 육성하고 있는데 우리는 너무도 미미합니다. 이는 어린 꿈나무들이 말산업 속에서도 충분한 먹거리가 있어서 기꺼이 젊음을 투자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정유라 사건으로 인해 기업 후원이 끊어진 국내 승마 산업의 위기는 고스란히 말산업의 위기로 번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장제 업계에서 국가자격 없이 활동 중인 무자격자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우리나라의 말산업 현장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다. 이에 김동수 회장은 말산업은 축산업, 가공 산업, 관광산업 등에 모두 관련이 깊은 고부가가치 산업인 만큼 국내 말산업이 이대로 주저앉지 않도록 정부 및 관계 기관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견해다. 그는 이러한 국가적인 노력과 변화를 통해 국내 말산업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맞이하는 한편 관련 산업들의 진정한 선순환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몽골, 키르키스스탄 등 해외 진출 박차
“한국장제사협회는 국내 장제사의 판로 확장을 위하여 몽골, 키르키스스탄 등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 나라와 현재 밀접한 교류를 통해 현지인 교육은 물론 우리 기술자를 수출하는 길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한국장제사협회 회장으로서 해야 하는 마지막 책무는 바로 국내 장제사들이 해외에 나가 일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이라고 강조한 김동수 회장. 여기에 더해 그가 현지 장제 교육을 통해 각국에 장제사를 양성함으로써 우리나라의 뛰어난 장제 기술을 전 세계에 알려 나갈 그 날을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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