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건우 지음 / 한겨레출판사 / 16,800원
사이비는 사람을 어떻게 홀리는가? 무엇을 무기로 사람들을 모으는가? 어떤 철학을 내세워 사람들을 조종하는가? 사람들은 거기에 왜 이끌릴 수밖에 없는가? 다양한 질문에 소설적 상상력으로 답하는 『더 컬트』는 사이비의 폭력성, 종교의 배타성은 물론 믿음이라는 행위의 맹목성, 그 말을 무기로 이익을 꾀하는 이들의 위선을 낱낱이 폭로한다. 루시퍼를 받드는 교주가 뭐라도 믿고 싶어 하는 인간의 연약한 마음을 해치고 지옥을 욕망의 분출을 돕는 진정한 천국으로 묘사할 때 독자는 그 말에 동조, 혹은 반대하며 이야기에 속절없이 빨려 들어간다. 축축하면서도 음습한 나안동 현장을 세밀화 그리듯 묘사하는 전건우의 문장 역시 피비린내 나는 제사가 열리는 낡은 건물의 지하를, 초현실적 소문이 나도는 한밤의 골목을 눈앞에 현현히 펼쳐놓는다.
사이 인간
김대식, 김혜연 지음 / 문학동네 / 20,000원
인간은 호모사피엔스가 이룩한 문명에서 점점 더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고 있다. 경험을 통해 지혜를 얻었던 호모사피엔스는 이제 입력값에 의존하는 신(新)인류 호모프롬프투스의 삶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다. AI와 인간의 미래를 뜨겁게 탐구하는 ‘뇌과학자 김대식’과 생성형 AI를 이용해 작품을 만드는 ‘안무가 김혜연’은 지금까지 현대 문명을 누려온 인류는 끝날 것이라 예측한다. 그리고 AI가 바꿔나가고 있는 문명 앞에 서 있는 오늘날의 인류를 ‘사이 인간’이라 명명한다. 인간과 AI 사이에서 두려움과 기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사이 인간은 앞으로 어떤 세상을 맞이하게 될까? 이 책은 인문·사회·문화·예술·공학·언어 등 각 분야의 국내 최고 리더 15인의 인터뷰를 통해 사이 인간인 우리가 고민하고 기억해야 하는 것에 대해 전한다. 특히 구체적인 사례와 근거를 바탕으로 한 미래 전망을 통해 미지의 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선명한 가능성으로 바꾼다.
나 우는 연기 잘하지
김승일 지음 / 창비교육 / 11,000원
이번 시집은 청소년 시기를 지나고 있거나,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상황과 감정을 다루고 있으며, 친숙하고 가까운 일상과 감정을 담은 시편들에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의 결말이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여운을 남기며 펼쳐진다. 시인은 청소년의 말투나 유행을 답습하지 않고 그들의 사고방식과 감각을 내밀하게 읽어 새로운 표현 방식과 남다른 감각으로 전하여 진정성과 공감, 재미를 가져다주는데, 이는 청소년시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시집 속 화자와 주변인들을 통해 ‘솔직함이야말로 가장 큰 용기’라는 삶의 진의를 깨닫게 될 것이다. 청소년들에게는 자신들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는 엉뚱하지만 따뜻한 친구가 되어 줄 것이며, 시 초심자인 성인들에게는 시라는 세계에 발 들이는 마중물이 되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나의 오타쿠 삶
정해나 지음 / 낮은산 / 12,000원
정해나 작가가 10대부터 이어져 온 오타쿠로서 자신의 삶을 풀어낸 에세이 『나의 오타쿠 삶』으로 돌아왔다. 소규모 플랫폼에서 입소문만으로 화제를 모으고, 텀블벅에서 진행한 펀딩이 대성공을 거둔 뒤 오늘의 우리만화상, 부천만화대상 신인만화상, 여성만화가작품상, 무지개 책갈피 퀴어 문학상 등 굵직한 상들을 휩쓴 데뷔작이 출간된 지 3년 만에 선보이는 두 번째 책이자, 낮은산 청소년에세이 '해마' 시리즈 여섯 번째 권이다. 만화도 아니고, 청소년을 위한 에세이라고? 신작을 기다려 온 독자들에게는 작가의 행보가 다소 의아하게 여겨질 수도 있겠다. 걱정할 필요 없다. 이야기에 사로잡힌 청소년이 어떻게 이야기를 만드는 어른이 되는지, 첫 책과는 사뭇 다른 경쾌하고 속도감 있는 문장에 붙들려 정신없이 빨려 들어갈 테니까. 사랑하는 것을 있는 힘껏 사랑하는 마음, “팬이나 마니아”라는 말로는 부족해 기어이 '오타쿠'라는 말을 정면에 내세운 열정이 읽는 이까지도 들썩이게 만들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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