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극 <스타크로스드>에 이어 올해 해븐마니아 레파토리의 첫 번째 작품으로 선보이는 연극 <베이컨>이 오는 6월 17일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한국 초연의 막을 올린다. 연극 <베이컨>은 영국의 창작진 극작가 소피 스위딘뱅크와 연출가 매튜 아일리프가 탄생시킨 영국의 최신 화제작이다. 청소년기의 위태로운 감정과 사회적 억압을 정면으로 다룬 연극 <베이컨>은 런던의 소극장인 핀버러 극장에서 시작해 영국 전역과 미국까지 무대를 확장했다. 이 작품은 단 두 인물만으로 만들어낸 서사와 감정의 격류로 언론과 평단의 찬사를 받았다.
연극 <베이컨>은 감정을 표현하는데 서투른 두 소년, 마크와 대런의 이야기를 따라간다. 전학생 마크는 섬세하고 신중하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해 자신을 숨기고, 대런은 분노와 충동으로 무장한 채 거친 행동으로 자신을 나타낸다. 두 소년은 감정을 내보이는 순간 약자로 낙인찍히고 남성성을 강요받는 소년들의 세상을 각자의 방식으로 견뎌내고 있다. 아직 불완전한 두 소년은 우정과 연대, 혹은 경쟁과 공존 등의 이름으로 포장된 세상에서 폭력적으로 서로에게 다가가고 밀어내며, 어떻게 감정이 억압되고 관계가 왜곡되는지를 날카롭게 보여준다.
연극 <베이컨>의 무대는 '시소' 하나만 놓여 있어 매우 단출하다. 커다란 시소는 마크와 대런의 미성숙한 자아와 감정 등 불안정함을 나타내는 구조물이자, 학교를 비롯하여 소년들이 있는 어느 공간이 되기도 한다. 시소는 두 사람의 서로 다른 성격뿐만 아니라 그들이 처한 환경의 불균형을 보여주기도 한다. 빈곤과 아버지의 학대를 일상처럼 마주해온 대런과 상대적으로 안정된 환경 속에서 겉도는 아이가 되어버린 마크의 위태로운 관계가 그저 개인의 성향에서 비롯된 문제만이 아님을 환기시킨다. 두 소년이 놓지 못하는 관계는 단순히 사춘기의 방황을 넘어 생존을 위한 시도와도 같다. 관객들은 이를 깨닫는 순간 쉽게 그들의 행동을 비난할 수 없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시소 위에서 두 인물의 감정과 권력은 오르내리고 기울어진다. 소년들이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과 정체성, 그리고 사회가 규정한 계급과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는 절망감이 시소 위에 구현되고 시소는 지리멸렬한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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