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이댄스, 즉 비보잉(B-boying)을 극화한 연극이나 뮤지컬은 많다. 그러나 비보잉과 마리오네트 인형, 그리고 스토리 라인이 뚜렷한 극(劇)으로 마리오네트(Marionette)만한 작품을 찾아보기란 어려울 듯하다. 2011년 5월 5일부터 시작된 이 작품은 2년을 넘기면서 역동적인 가속도로 관객을 몰입시키며 어린아이부터 중장년층까지 대한민국 비보잉의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슬프고도 아름다운 비보이 퍼포먼스 마리오네트를 소개한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팀, 익스프레션 크루와 마리오네트
익스프레션 크루(Expression Crew)에 대한 소개없이 마리오네트를 설명하기란 어렵다. 독일 세계 비보이 챔피언십(Battle of The year)에서 아시아 최초로 우승한 한국의 비보이팀 익스프레션 크루는 16년의 경험에서 비롯된 7년간의 준비작업을 거쳐 마리오네트라는 작품을 세상에 내놓았다. 기획, 각본, 연출 및 음악, 그리고 영상까지도 익스프레션 크루의 손길을 거친 마리오네트는 ‘관객의 환상을 자극하는 인형극’이라는 컨셉을 통해 비보잉을 길거리 문화를 넘어 예술의 영역으로 승화시켰다. 비보이뮤지컬 <마리오네트>의 출연진 전원은 익스프레션 크루의 소속 배우로 1997년 ‘힙합문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다’는 모토를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최초의 스트리트 대회 ‘서밋 코리아’에서 우승했으며 우수한 댄스 컨텐츠는 세계적인 인정을 받아 2006년 한국스트리트 댄스 팀 최초로 ‘뉴욕세계 쇼 비즈니스 투자포럼’에 공식초청을 받은 바 있다.
실에 매달아 조작하는 꼭두각시 인형을 뜻하는 마리오네트는 익스프레션 크루의 절도있고 화려한 비보잉과 만나 명실상부한 비보이 뮤지컬(B-Boy Musical)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관객과 배우가 혼연일체가 되어 진행되는 이 뮤지컬은 극이 시작되기 전 관객 중의 한 사람에게 ‘빨간모자’를 씌워 줌으로써 주인공 ‘빨간 모자 소녀’를 각인시킨다. 마치 그림자극처럼 극장 한쪽의 벽은 잔잔한 스토리로 장식되고 마리오네트와 마법사가 된 비보이들은 몸이 표현할 수 있는 극한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관객의 몰입도를 끌어올리는 극한의 비보잉, 그리고 애절한 스토리
비보이와 비보이 문화가 대중적인 인기와 명성을 얻은 시기는 2006년 무렵. 수많은 비보이그룹과 공연이 나타났지만 마리오네트만큼 인기를 얻은 공연은 드물다. 여타 비보이뮤지컬 및 공연과 마리오네트가 차별화되는 이유는 ‘감성이 살아있는 슬프고 아름다운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3막으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스토리는 ‘기승전결’의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주면서 관객과 공연관계자, 문화평단의 호평을 한꺼번에 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대사 한 마디 없는 넌버벌(Non-verbal)퍼포먼스이면서도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토리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비보잉으로 최대한 담아내는 <마리오네트>는 오로지 춤과 함께 길을 열고 춤을 통해 문화의 텃밭을 일구어 관객으로 하여금 찾아오는 공연을 만들어낸 익스프레션 크루의 노력과 의지가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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