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초입, 음악에 민감한 체내의 달팽이관은 솜털같은 이소라의 목소리에 파르르 떨릴 지도 모르겠다. 대형공연장에서 수천명을 단박에 소화해버리는 초호화형 콘서트가 아니라 오로지 이소라에 의한 이소라의 팬을 위한 소극장 무대다. 2009년 5월, 자신의 공연이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하다며 티켓 전액을 돌려준 그녀의 고아한 자존감은 소극장 무대에 18일을 바치는 올곧음으로 다시 한번 증명됐다. 이소라와 피아노, 그리고 기타가 들려주는 초가을의 이소라 콘서트 90분. 나지막하게 읖조리는 이소라의 음성이 문득 그리워지는 가을, 당신은 바다로 가는 목마를 타게 될 지 모른다.
작고 가까운 공간에서 만나는 이소라. 지난해 겨울 LG아트센터에서 이소라를 만난 이래, 그간의 활동이 못내 궁금했을 팬들을 위해 그녀가 돌아왔다. 2007년 이후 단 한 자리도 비어 있지 않았던 이소라의 콘서트는 그 흔한 포스터조차 쉽게 발견할 수 없다. 2009년 전석매진을 기록했을 당시, 관객을 향한 그녀의 약속은 “작은 장소에서 공연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학로 학전블루 등지에서 가수의 숨결까지 확인했던 작은 콘서트를 그리워하는 이들에게 이소라의 선언은 눈물겹도록 고마운 출사표가 아닐 수 없다. 관객에게 음악을 전하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 소극장 공연만을 고수해 온 이소라의 노래는 최고의 공연장을 최고조의 감동으로 데운다. “어느 때보다 더 작고 어느 곳보다 더 작은 공간에서, 가장 소박한 구성으로 공연을 준비했다.”는 콘서트 설명처럼 과하지 않으나 모자람 없는 이소라의 무대는 관객 모두에게 가슴 아린 여운을 남겨 주기 충분할 것이다.
단순함과 간결함 속에서 최상의 가치에 도전하는 예술의 흐름을 미니멀리즘(Minimalism)이라 본다면 이소라의 콘서트는 미니멀리즘의 음악적 구현으로 봐도 부족함이 없으리라. 화려한 밴드나 콘서트와 무관한 게스트 대신 순수한 음색과 명료한 연주, 진심을 담은 노래만이 심장을 스쳐가는 이소라의 콘서트. 마치 오래 전부터 예견된 만남이었던 것처럼 이소라의 공연은 “더하는 것보다 덜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말로 겸양한다. 과장된 볼거리와 일렉트로닉 사운드 대신 너무도 아나로그적인 이 콘서트는 이소라다움의 극치를 예감케한다. 작곡가이자 음악감독인 이승환의 피아노 연주가 잔잔히 혹은 격렬히 흐르는 가운데 기타리스트 홍준표의 어쿠스틱 사운드가 가슴을 적신다. 여기에 그녀의 음성이 곱게 포개지면 이소라만의 뮤직트랙은 더욱 짙고 섬세한 감성으로 다가오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공연이름마저 소박한 ‘이소라 소극장 공연’. 다가오는 9월에는 마음 맞는 사람과 시간을 맞추어 이소라 소극장 공연을 노크해 볼 일이다. 2013년 9월4일~29일(16일~22일 공연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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