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영화, 광고, 드라마에 이르는 종횡무진의 활동. 하지만 김선경의 팔할은 뮤지컬이라봐도 손색이 없다. 방송국 특채로 시작한 연기자의 길. 그러나 정작 빛을 발한 곳은 마리아로 열연했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1991)이었다. 종교음악을 전공했던 음악적 자질도 충분했으려니와 한국적이면서도 이국적인 배역을 유감없이 소화해내는 그녀의 페이스라인(face-line), 또렷하고도 명징한 대사 처리는 그 어떤 역할에도 맞춤하였으리라. 김선경이 유독 뮤직드라마에 강한 이유 역시 특유의 자신감과 아우라에 기인한다. 꽤 많은 대사 분량과 넓직한 동선, 갖은 도구를 이용한 뮤직 모노드라마 <그녀만의 축복>(2005)에서는 또 어떠했나. 무겁디 무거운 주제와 소재를 심플한 희극으로 소화해 관객에게 한껏 즐거움을 선사했던 김선경은 1시간 30분이라는 짧지 않은 모노드라마의 러닝타임을 가볍게 종결짓곤 했었다. 만만치 않은 내공이며 녹록치 않은 연륜이 그녀의 힘일진대 모노드라마는 연륜이 있는 중장년층이어야 한다는 공식조차 통할 리 없었다. 처절히도 외로운 독백이었다 다시 즐거운 일탈을 꿈꾸는 주인공이곤 했던 김선경의 자질은 2002년, 제8회부터 연속3년간 차지한 뮤지컬대상 인기상과 2006년 제12회 뮤지컬 대상 여우조연상으로 여실히 입증된다. 루나틱 드림팀(2010)에서의 굿닥터 역, 요셉 어매이징(2013)의 해설자 역할을 노련히 소화해냈던 김선경. 그 어떤 배역이든 김선경이 되면 배역보다 더 성숙한 캐릭터로 다시 태어난다. 어찌 보면 그녀는 세상의 모든 예술을 위해 태어난 사람같이도 느껴진다. 2004년에는 가수 신승훈의 9집 앨범에 실린 곡 ‘시애틀의 잠못 이루는 밤’의 듀엣을 유려하게 소화해내기도 했다. 지극히 클래식한 음악에서도 혹은 퓨전음악을 표방한 공연에서도 김선경의 파워풀한 열정은 식지 않는다. 지난 3월 팝페라 가수 정세훈과 함께 한 <사랑정원 힐링 콘서트>, 오페라스타 바리톤 서정학과 함께 한 <듀오콘서트>(2011) 등에서 그녀는 뮤지컬 뮤즈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떨쳤다.
브라운관과 스크린에서 만난 또 하나의 김선경 김선경은 한해 평균 네 작품 이상의 뮤지컬을 소화하면서도 TV드라마와 영화제작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2007년 드라마 ‘태왕사신기’에서 연부인 역할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겼고 2008년 드라마 ‘크크섬의 비밀’에서는 감초같은 연기력으로 재치와 입담을 과시했다. 2011년 영화 ‘써니’에서 본격적인 존재감을 드러낸 김선경은 ‘해를 품은 달’(대비 한씨 역), 불후의 명작(최진미 역) 등에 이어 최근에 종영한 인기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는 대비 김씨 역으로 열연을 펼쳤다. 현재 tvN Mnet 뮤직드라마 ‘몬스타’에 아역배우 하연수와 모녀로 출연 중인 김선경은 작품 속에서 아들, 딸로 만난 후배 배우들과 작품이 끝나고도 따뜻한 유대관계를 이어가며 선배로서의 조언을 잊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베풀어 주고 챙겨주는 일이 익숙한 그녀가 촬영 현장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도맡아 하고 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잠깐의 휴식을 취하며 다음 작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선경. 뮤지컬을 포함해 드라마, 영화 등 다방면의 장르를 여유롭게 소화하고 있는 그녀의 인생관은 “언제나 노력하는 배우로 남고 싶다”는 것이다. 공연 무대에서 객석과 당차게 마주했던 자신감이 통했던 것일까. 브라운관에서도 혹은 스크린에서도 그녀가 스쳐간 장면만은 유독 잔영이 강하다. 그 잔영은 끼를 노력으로 승화해 온전히 자신으로 만들어낸 김선경만의 이미지인 것이다. 위로받고 싶은 세상 모든 사람에게 힐링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사랑받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포옹을 안겨주는 그녀.한국 뮤지컬에서 가장 신뢰받는 여배우의 한 명으로, 영화와 드라마·CF를 넘나들며 뚜렷한 프로필을 그려가고 있는 김선경. 오늘도 8월의 햇살을 닮은 그녀의 연기, 노래, 그리고 감성 속에 우리의 가슴은 뜨겁게 두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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