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아이유(IU)는 열다섯 살에 데뷔했지만 아이돌이 아닌 아티스트의 이미지가 있었다. 그녀의 길은 섹시 아니면 큐티라는 두 가지 이미지로 쉽게 설명되던 기존 걸그룹과는 다른 길이었고 스타덤이라는 신기루를 쫓지도 않았던 것 같았고 연예인이라는 환각에 취해 있지도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열다섯 소녀의 노래엔 음악에 대한 진정성이 묻어났고 자연스레 아티스트의 옷이 제법 어울렸다. 기타를 열심히 더 배워서 자작곡을 부르는 싱어송라이트가 되고 싶다고 했던 2008년 열다섯 아이유는 그로부터 3년 후 첫 자작곡 ‘내 손을 잡아’를 냈고 점점 앨범에 자작곡의 비중도 늘여가면서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나갔다. 2010년 ‘좋은날’이라는 밝고 경쾌한 음악과 귀여운 외모로 아이돌 팬덤 수준의 엄청난 인기를 얻기 시작했지만 그는 여전히 아티스트의 중심을 잃지 않고 한 걸음씩 나아갔다.
국민여동생에서 뮤지션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는 아이유가 올해 다양한 콜라보로 새로운 진가를 발휘하며 콜라보의 여왕이란 별칭을 얻고 있다. 아이유는 지난 4월 신인 보이그룹 하이포의 데뷔곡부터 가요계 대선배인 김창완과 그룹 울랄라세션, 90년대 아이콘 서태지까지 세대를 넘나들며 노래를 음악 차트 정상에 올려놓는 건 물론 음악적 재해석으로 새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5월 아이유는 자신의 첫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로 돌아와 김창완과의 콜라보 ‘너의 의미’로 큰 사랑을 받았다. ‘너의 의미’는 김창완이 속한 산울림밴드가 1994년 발표한 곡으로 20년 만에 아이유의 노래로 새로운 옷을 입었다. 특히 김창완과 아이유가 함께 음악 작업하는 모습이 담긴 뮤직 클립이 공개된 직후 22위에서 5위로 순위가 급등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창완과 산울림에 대한 평가를 새롭게 한 이 곡은 5월 4주차 5위에 랭크된 이래 10월 2주차까지 21주간 TOP30위권을 맴돌며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아이유는 10월 서태지와의 만남으로 다시 돌아왔다. 90년대 ‘문화대통령’ 서태지의 컴백은 그 자체로 이슈지만 음원강자 아이유의 콜라보로 또 다른 화제를 불러 모으고 있다. 서태지의 7년만의 신곡으로 아이유 버전과 서태지 버전으로 나뉘어 선 공개된 ‘소격동’은 음악계에선 다소 낯설다는 평가 속에 아이유버전 음원은 공개 직후 실시간 차트를 휩쓸었으며 여전히 톱10 안에 올라있다. 아이유와의 콜라보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아이유의 마법이 계속 통할지도 관심사다.
매력적인 목소리의 힘
가요계 관계자들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아이유의 강점은 매력적인 목소리였다. 한 관계자는 “대체 불가능한 매력적인 목소리의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또 곡에 대한 해석력과 표현력이 뛰어나다. 올해로 데뷔 8년차를 맞았는데 매력적인 목소리를 통해 감성적인 부분을 긁어내는 능력이 정점에 다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가수의 가장 큰 무기는 역시 목소리다. 남들보다 더 얼마나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음악팬들의 주목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보는 음악보다 듣는 음악이 강세를 보이는 음원 차트에선 노래의 히트에 가수의 목소리가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아이유의 경우, 데뷔 초기부터 청아하면서도 감미로운 목소리로 주목을 받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이유의 목소리는 노래만 들어도 다른 가수들의 목소리와 구분이 되지 않냐"며 "후천적인 연습을 통해 매력적인 목소리를 갖게 되기도 하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부분도 많다. 아이유의 경우엔 타고난 목소리를 가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음악적 완성도 보여주며 신뢰 구축
데뷔 8년차를 맞았다고는 하지만 이제 스물두 살이 된 젊은 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유는 폭넓은 팬층에게 사랑을 받고 있고, 이것이 음원 차트에서 항상 좋은 성적을 거두는 이유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아이유가 또래의 가수들에 비해 음악적으로 완성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지적이다. 그동안 아이유가 자신의 노래를 통해 여러 가지 색깔을 보여줬다. 리메이크도 하고, 듀엣도 했다. 그러면서 팬들에게 음악적으로 인정을 받았고, 아이유의 음악에 대해 대중들의 신뢰가 쌓인 부분이 있다. 대중들 사이에 "아이유의 노래라면 믿고 들을 수 있다"는 신뢰가 쌓였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유가 음원 차트에서 높은 성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유는 지난 5월 발표한 리메이크 앨범으로 사랑을 받았다. 80~90년대에 발표됐던 대선배들의 노래를 20대 초반의 여가수가 리메이크해서 부른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아이유는 이 앨범을 통해 자신의 음악성을 증명해냈고, 이후 가수로서 한 단계 더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유의 리메이크 앨범에 수록된 7곡은 모두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면서 줄세우기를 했고 앨범 발표 후 두 달 가까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음악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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