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의 명품수선 전문업체 서현사 이호웅 대표를 만나기 위해 청담동 본사를 찾았을 때 기자를 처음 맞이한 것은 진한 고급가죽 특유의 냄새와 나이 지긋하신 장인들의 부지런한 박음질 소리였다. 방송에서만 보던 유럽 명품 장인들의 모습이었다. CEO는 회사의 얼굴이고 CEO의 성품이 회사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의 인상이 좋았던 것처럼 서현사는 밝고 기운넘치는 곳이었다. 직원들과 수선을 하는 장인들 모두 역동적으로 움직이면서도 생기가 있고 밝아보였다. 이호웅 대표에게 국내 최고의 명품수선 전문업체라는 타이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즐겁게 일하는 밝은 회사, 그리고 업계의 내일을 책임질 젊은 인재의 육성이었다.
서현사는 명품수선 전문업체다. 현재 해외명품 브랜드 중 잡화 비중이 큰 업체의 수선 업무 처리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거래처로는 GUCCI, PRADA, COACH, BVLGARI, BOTTEGA VENETA, CRISTIAN DIOR, SAINT LAURENT, BALLENCIAGA 등 굴지의 명품 브랜드들이다. 명품수선 업계에서 수입명품 브랜드를 수선하는 업체는 많지만 명품 브랜드의 이태리, 프랑스 본사와 직접 계약 관계를 맺고 공식수선업체로 업무를 수행하는 업체는 서현사가 최초다.
“저희 서현사의 첫 번째 비전은 최고의 품질관리입니다. 서현사는 국내 최고의 수선 장인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단순한 수선이 아니라 명품의 원래 가치의 복원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유럽 명품브랜드 본사 직원들이 수선계약을 위해 방문했을 때 그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수선작업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우리 장인들을 보며 혀를 내두를 정도였습니다.”
2004년 서현동에서 시작된 서현사는 3단계의 철저한 검품 과정을 거쳐 최상의 품질을 유지하고 있다. 해외 명품 브랜드 본사에서 먼저 연락을 취해 공식 A/S 지정업체로 선정될 정도였으니 서현사의 품질관리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매출보다 품질관리가 먼저다!
서현사에서는 가죽 한 장, 실 한 개 까지 제품수선에 사용되는 본래의 부자재를 지속적으로 구매해서 완벽한 수선을 유지하고 있다. 수선약품도 명품의 원래 가치를 살릴 수 있게 일부러 10배나 더 비싼 해외직수입품을 사용한다. 서현사는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에서도 수선기술을 끊임없이 개량 발전시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모두가 이호웅 대표의 품질관리에 대한 끝없는 집착(?) 때문이다. 심지어 서현사는 품질관리를 위해 큰 손해를 보면서까지 잡화중심의 명품브랜드를 제외한 다른 협력사와의 거래를 끊는 초강수를 두기도 했다. 밀려드는 일감으로 품질관리가 어려워지자 손해를 각오하고 협력사에 먼저 거래중단을 요청한 유명한 일화다.
“처음엔 밀려드는 일감과 높아지는 매출에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지경이었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철저한 품질관리로 유명한 서현사가 이래선 안되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품질관리를 위해 잡화중심의 명품브랜드만을 취급하기로 결정하고 거래중단을 위해 직접 사과문을 만들어 기존 거래업체들을 방문했을 때 험한 소리도 많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을’의 입장에서 매출을 포기하고 손해를 보면서까지 먼저 거래를 끊겠다니 당사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요.(웃음) 하지만 그런 어려운 결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서현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깨진유리창 이론(Broken-window theory)’ 즉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강조하며 서현사의 체계화된 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품질관리를 거듭 역설했다.
한국의 마에스트로 육성한다
서글서글한 동안 외모의 이호웅 대표는 처음 수선일을 배울 땐 사실 외모 때문에 난처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고집스런 장인들 사이에서 자기주장을 강하게 관철시키는 과정에선 좋은 인상이 오히려 부담이 되기도 했다는 것. 하지만 이제 업계에서 그는 최고의 테크니션이자 소통창구로 통한다. 남다른 노력으로 실력을 쌓는 과정 외에도, 거래업체와의 소통과 잦은 피드백이 이루어져야 하는 업계의 특성상 이 대표는 거래업체가 가장 선호하는(?) 인물로 자리매김한 것. 품질관리를 근간으로 한 ‘신뢰’는 기본이고 유연한 소통까지 가능한 매력 있는 CEO 이호웅 대표를 거래업체에서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서현사는 현재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원스톱으로 모든 수선과정이 이뤄질 수 있는 국내 최초의 명품 수선 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그곳을 기반으로 업계를 이끌러갈 다음 세대를 육성해서 세계적인 장인들을 기르는 꿈을 가지고 있다. 독일의 마에스트로(Maestro), 일본의 모노즈쿠리(物作り) 문화가 있듯 우리나라의 장인정신을 계승할 학교를 설립해 보다 체계적으로 기술자들을 배출하겠다는 것이다.
CEO는 회사의 얼굴이고 CEO의 성품이 회사 분위기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다. 이 대표의 인상이 좋았던 것처럼 서현사는 밝고 기운넘치는 곳이었다. 직원들과 수선을 하는 장인들 모두 역동적인 움직이면서도 생기가 있고 밝아보였다. 이호웅 대표의 멘토인 빌게이츠는 말했다. ‘항상 먼저 다가가고 먼저 배려하고 먼저 이해하라. 주는 만큼 받아야 된다고 생각지 말라.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라.’ 이 대표야말로 고객사와 임직원에게 먼저 다가가고 이해하는 아낌없이 주는 CEO가 아닐까.
이양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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