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고양국제꽃박람회에서 가장 성황리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아름다운 ‘하늘열차’가 새로운 세계로 고인(故人)을 인도하는 화훼장식 앞에서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기념사진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우리나라 최초로 장례화훼를 전시한 (주)후레시드코리아의 부스였다. 획일적인 장례화훼에서 탈피하여 고인의 정신을 기리고 추억하는 화훼제단 장인 한민정 후레시드코리아 대표를 만나 보았다.
한민정 후레시드코리아 대표는 꽃박람회를 준비하며 장례화훼에 대해 방문객들이 편견을 가지지 않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시쳇말로 ‘대박’이 났다. 천의무봉(天衣無縫). 선녀의 옷에는 바느질 자리가 없듯 화훼장식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 앞에 편견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 방문객들의 유래 없는 호응은 경직되고 획일적인 우리나라 장례화훼의 변화에 대한 갈증이 그만큼 깊었다는 반증이 아닐까.
장례화훼 트렌드 선도한다
한민정 대표는 우리나라 장례화훼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일본에서 만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통해 배운 장례화훼 기술을 기반으로 ‘후레시드코리아’를 설립했다. 후레시드코리아의 화훼 제단의 꽃 구성은 기존 장례화훼 형식인 흰색국화 일색과 달리 붉은색, 푸른색 등 다채로운 색상을 사용하고 있다. 고인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아름다운 추억이 오직 흰색일수는 없는 까닭이다.
후레시드코리아의 입체제단은 다양한 디자인으로 더 유명하다. 고인이 좋아했던 취미에서 착안하여 골프, 음악, 책 등을 표현하거나 고인의 인생과 신념까지도 꽃으로 형상화할 수 있다. 후레시드코리아가 상조기업들과 협력하여 획일화된 장식 대신 고인을 기리는 다채로운 입체제단을 장례문화로 정착시킨지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지금은 대부분 업체들이 후레시드코리아의 화려하면서도 정갈한 입체제단을 모방하면서 수도권지역 70-80%의 업체가 입체제단을 선호하고 있다.
“장례식은 반드시 어둡고 무거워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하지만 후레시드코리아의 입체제단을 통해 고인의 살아생전 모습을 아름다운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기업장의 경우에도 기업인의 궤적과 업적, 기업정신까지 표현할 수 있습니다. 제단의 변화를 통해 슬픔의 장례식을 ‘고인을 기리는 기억의 장소’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뜻 깊은 일이 아닐까요.”
한민정 대표가 10년이나 걸려 배워온 입체제단의 기법을 다른 상조업체들이 모방하고 있지만 한 대표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모방을 통해 입체제단이 차츰 한국화 되고 더불어 화훼농가 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후레시드코리아는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을 통해 온라인상에서 본인이 직접 좋아하는 꽃, 장식, 기법을 선택하여 제단을 장식할 수 있는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일본에서 개발된 장례화훼 장식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문화요소를 융합하여 새로운 장례화훼문화가 탄생되는 산파(産婆)의 역할을 맡은 것. 이와 함께 모든 종교까지 자유롭게 포용하여 각각의 종교 정신을 표현하는 작업도 선도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꽃보다 더 빛나는 열정
‘진실함’, 바로 한민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첫 번째 요소다. 두 번째 요소는 경황이 없을 유족들을 위해 좋은 디자인으로 빠르게 제단을 꾸미는 ‘신속성’이다.
“기술에 마음에 깃들지 않았는데 메시지가 전달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진실한 마음을 항상 강조합니다. 사람은 일생에 세 번의 중요한 순간이 있다고 하죠. 태어나는 순간, 결혼식, 그리고 장례식입니다. 이승에서의 생을 마감하고 천국으로 가는 제2의 탄생을 슬픔, 힘듦보다는 고인을 위하고 기억하는 순간으로 만들기 위해 진실함을 담아 제단으로 표현하고자 합니다.”
한 대표는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개선점으로 지나친 상업성, 화훼장식의 재탕 문화 등 선진국 장례시스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요소들을 지적했다. 장례화훼의 중심은 ‘장삿속’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생의 마지막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화훼기술을 통해 나아가 장례에 대한 인식까지 변화시키고 싶습니다. 장례가 삶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때 살아있는 시간의 소중함도 더 배가되지 않을까요?”
고인을 먼 곳으로 보내는 마음. 제2의 탄생을 위해 유족들에게 이별을 전하는 마음. 제단에는 먼 길을 떠나는 이와 보내는 이의 정신이 머물러 있고 이를 장래화훼기술을 통해 세상에 내비치는 일을 후레시드코리아 임직원들이 하고 있다. 한 송이의 꽃이 한 대표의 손을 떠나는 순간 더 이상 꽃이 아니다. 때론 고인의 삶이 응축된 에너지가 되고, 때론 후세에 남기는 메시지가 된다.
기자가 만난 한 대표는 진실한 장인(匠人)이었다. 꽃을 다루는 아티스트여서일까. 열정과 꿈을 이야기하는 그녀의 눈이 유난히 반짝였다. 배려와 진심은 드러내지 않아도 느껴진다는 진리는 이번 인터뷰에서도 틀리지 않았다. 한 대표는 플라워 아티스트 이전에 먼저 자신을 꽃으로 만들 줄 아는 사람, 천국의 문을 열어주는 메신저가 아닐까. 후레시드코리아의 미래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 이양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