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철 지음 / 김영사 / 18,800원
모든 읽는 사람을 위한 다정한 안내자, 김민철이 온전히 독서를 사랑할 수 있는 세계를 들고 왔다. 바로 『오독의 발견』이다. 저자는 책이 품은 수만 갈래의 길 속에서 마음껏 길을 잃는 것을 허용하고, ‘나’를 통과한 독서가 주관적일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이 오독의 세계에서는 책을 덮고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리는 것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읽고 읽고 또 읽으며, 문장과 단어를 ‘오독오독’ 씹어서 소화하는 것이, 여러 권을 읽어 성적표의 숫자를 늘려가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어떤 책의 자장은 너무 넓어 다섯 번은 읽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착한 염증 나쁜 염증
이승훈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1,000원
수천 명의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현장에서 저자가 도달한 결론은 명확하다. 뇌졸중, 암, 치매, 당뇨 등 치명적인 질병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오는 재앙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몸속에서 시작된 염증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염증 그 자체가 아니라 염증이 ‘꺼지지 않는 불씨’로 남아 있을 때 발생한다. 우리 몸을 외부 침입자로부터 지켜내는 ‘착한 염증’이 제때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만성화될 때, 그것은 나를 공격하는 ‘나쁜 염증’으로 돌변한다. 저자는 염증을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방어 반응으로 새롭게 정의한다. 몸을 살리는 염증과 망가뜨리는 염증을 구분하고, 꺼지지 않는 염증이 우리에게 보내는 절박한 신호를 알아차리며, 일상에서 염증을 다스려 질병의 궤적을 바꾸는 방법을 제시한다.
돼지 목에 사랑
최미래 지음 / 문학동네 / 17,500원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르면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무엇을 막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기어코 안간힘을 쓰고야 마는 시간. 모두가 지나왔지만 정작 그 풍랑 속에서는 그 시절을 통과하고 있다는 실감도 없이 흘려보내는 한때. 열띤 얼굴로 이상하게 휘청거리고 춤추듯 버둥거리는 청춘의 조각들을 살뜰하게 건져올리는 최미래의 새 소설집 『돼지 목에 사랑』을 문학동네에서 펴낸다. 제47회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인 「항아리를 머리에 쓴 여인」을 포함해 총 아홉 편의 작품이 실렸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모두 불안과 절망 사이를 가로지르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번뜩이는 강렬한 에너지를 예리하게 간파해낸다. 도무지 마음 붙일 곳 없는 버석거리는 현실 속에서 유난히 맹렬하게 박동하는 심장과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지는 욕망. 최미래는 과장도 미화도 없이 이들의 가장 정확한 마음과 얼굴을 비추는 거울로서 우리 앞에 당도해 있다.
우리들의 농경 사회
이소정 지음 / 민음사 / 18,000원
제3회 〈연세-박은관문학상〉 수상작 이소정 장편소설 『우리들의 농경 사회』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치가 소멸되어 가고 원리나 과정은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감춰지며 욕망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몸을 불리는 지금, 소설가 이소정이 내놓는 미래는 만질 수 있고 땀이 흐르며 절기와 호흡하는 삶을 되살리는 데 있다. 소설의 목차가 소한, 우수, 경칩 등 절기로 구성되고, 인물들이 직접 삽을 들어 어두운 과거는 땅 밑에 파묻고는 그 위에 고추며 들깨며 감자를 심고 가꾸고 거두는 이 작품은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 혼란스러운 이들에게 하나의 생생한 이정표가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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