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만큼 앳된 배우가 또 있을까. 그녀의 외모는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했을 당시 그대로 멈춰 있다. 박보영은 지금도 우유빛깔 피부를 보유하고 있는 사랑스러움의 대명사이다. 하지만 여전히 소녀 같은 외모와는 반대로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은 갈수록 넓어지고 깊이 또한 더해지고 있다. <비밀의 교정>으로 배우로 발을 디딘 그녀는 출세작 <과속스캔들>로 스타 대열에 합류하고 그 이후에도 <미확인 동영상 : 절대클릭금지> <늑대소년> <피끓는 청춘> 등의 작품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깊은 내공을 다져갔다. 그리고 어느덧 데뷔 10주년을 눈 앞에 둔 박보영은 믿고 볼 수 있는 20대 대표 여배우로 당당히 자리잡는데 성공했다.
언젠가부터 우리나라 영화계는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렸다. 이른바 한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존재가 없어 영화관계자의 걱정은 날로 깊어만 갔다. 특히 경쟁력 있는 20대 여배우의 실종으로 ‘트로이카 여배우’ 등의 수식어는 그저 옛말이 되었는데 그렇기 때문에 박보영의 등장 그리고 성장은 영화계 뿐만 아니라 대중에게도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박보영은 여배우 기근 현상 속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연이어 소화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여 자타가 공인하는 20대 대표 여배우로 인정을 받게 되었다. 스물 여섯의 나이가 말해주듯 그녀는 공교롭게도 20대의 중앙에 서 있다. 여기에 데뷔 9년차의 노하우까지 생기며 20대 대표 여배우라는 찬사를 손에 쥐게 되었다. 그리고 박보영은 또 다시 앞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던 그녀가 미스터리 장르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지난 6월 18일에 개봉하여 극장계의 화제작으로 손꼽히는 미스터리 영화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의 주연을 맡아 일제강점기 시절 비밀을 안고 있는 경성학교의 소녀로 열연하였다.
영화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에서 박보영은 주란 역을 맡았다. 주란은 계모의 손에 이끌려 경성의 한 기숙학교로 전학 오게 된다. 주란은 천성이 병약하고 성격 또한 내성적이다. 그런 그녀에게 연덕(박소담)은 손을 내밀고 그 덕분에 주란은 학교에 서서히 적응해가고 건강 또한 좋아진다. 하지만 연덕과 함께 행복했던 학교생활도 잠시, 주란에게 사라진 친구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아무도 그녀의 말을 믿지 않고 주란 홀로 사건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그런데 주란에게도 사라진 소녀들과 같은 이상 증세가 나타나고 그녀는 큰 혼란에 빠진다.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의 이해영 감독은 “주란은 영화에서 제일 큰 변화를 갖는 캐릭터이다. 감정적인 소모가 굉장히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박보영은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라며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한 박보영을 향해 아낌 없는 박수를 보냈다. 또 “이 영화로 관객들은 이제껏 보지 못했던 박보영의 새로운 얼굴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전해 그녀의 연기 변신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하지만 박보영은 이해영 감독이 언급한 바로 이점 때문에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에 매료가 됐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한다. “전체적인 드라마는 물론 주란이라는 캐릭터가 처음과 끝의 감정 변화가 굉장히 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학교가 숨기고 있는 미스터리한 사건에 다가갈수록 감정의 진폭이 팽창하는데 그 부분에 특히 매력을 느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1938년의 주란으로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컸고 캐릭터 자체가 매우 궁금했기 때문에 선택하게 되었다.” 또한 박보영은 영화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을 기대하고 있는 많은 관객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우리 영화는 기존의 영화에서 보던 연약하거나 보호 받는 여자 캐릭터가 아닌, 스스로 비밀을 파헤쳐나가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경성학교 : 사라진 소녀들>을 통해 여성 주인공 영화가 더 주목 받고 관객들에게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박보영의 연기 변신은 영화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오는 7월 3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는 응큼발칙 빙의로맨스 tvN 새 금토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으로 안방극장을 찾는다. 특히 7년 만의 브라운관 복귀작으로 방송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2008년 드라마 <최강칠우> 한 회에 특별 출연한 이후 모처럼 드라마 컴백을 알린 그녀는 “우선 <오 나의 귀신님> 대본 자체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또한 ‘나봉선’이라는 캐릭터가 주는 독특함과 한 인물로 두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안방복귀 이유를 전했다. 박보영은 <오 나의 귀신님>에서 음탕한 처녀 귀신에게 빙의된 소심한 주방보조 ‘나봉선’으로 분해 자뻑 스타 셰프 강선우(조정석)와 여름을 후끈 달굴 로맨스물을 펼칠 준비를 마쳤다. 이렇듯 그녀는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연달아 출연하는 두 작품이 끝날 때쯤 박보영은 여배우로서 한 차원 더 성장해 있을 것이다. 꾸준하게 성장하는 박보영은 이제 ‘여동생’이란 말보다 ‘여배우’라는 수식어가 더 잘 어울린다. 그녀는 여배우가 되었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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