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은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걸그룹 전쟁이다. 걸그룹 전성시대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한 번은 이러한 구도가 찾아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한여름의 온도처럼 과열된 것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씨스타를 필두로 AOA, 걸스데이, 나인뮤지스, 소녀시대 등이 차례로 쏟아져 나왔다. 이러한 걸그룹 범람 시기에 구하라가 은은하게 찾아왔다. 구하라는 한 손에 초콜릿쿠키를 들고 나타났다. 그리고 초콜릿쿠키가 입 안을 촉촉하게 만드는 것처럼 더위에 지친 우리를 촉촉하게 적시고 있다. 구하라는 인기 걸그룹 카라의 멤버이다. 그렇기 때문에 걸그룹 전쟁이 한창 펼쳐지고 있는 지금 카라가 아닌 솔로가수 구하라로 우리 곁을 찾아 온 것이 썩 낯설다. 하지만 낯설 뿐이지 반갑지 않은 것이 아니다. 색다른 콘셉트로 첫 인사하는 솔로가수 구하라를 환영한다.
구하라가 7월 14일 자신의 첫 번째 솔로 미니앨범 <ALOHARA>를 발매했다. 구하라가 카라로 데뷔한 지 8년 여만에 마침내 ‘구하라’의 이름을 건 첫 솔로앨범으로 당당하게 홀로서기에 나선 것이다. 지금까지 수 많은 히트곡으로 대중에게 사랑 받았던 카라의 멤버 구하라의 모습과는 다른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로 무장한 이번 앨범은 구하라 본인이 앨범의 콘셉트부터 안무, 뮤직비디오까지 모든 것을 직접 하나하나 스태프와 함께 회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하여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오랜 시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만큼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의 곡들로 채워진 그녀의 첫 솔로앨범 수록곡들은 미쓰에이, 마마무, 비투비 등 아티스트와 작업하며 개성 넘치는 음악을 선보였던 박우상 작곡가, 카라의 ‘CUPID'를 작곡한 e.one, EJ Show, 송양하, 김동열, BrandNewjiq 등 작곡가가 참여하여 아티스트 구하라만을 위한 ’구하라 맞춤 곡‘을 선물하였다. 또한 카라의 멤버인 한승연은 작사가로, 허영지는 랩 피처링으로 앨범에 힘을 실으며 그녀의 솔로앨범을 전폭적으로 응원하였다.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초코칩쿠키는 인기 작곡가 박우상의 곡으로 촉촉한 초코칩 쿠키를 만들며 연인과 재미있게 나눠 먹는 모습을 그린 달콤한 가사와 순수하면서도 섹시한 구하라의 목소리가 멋진 케미스트리를 이뤄냈다.
여기에 최근 한국 힙합의 혜성으로 떠오르며 수많은 아티스트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래퍼 기리보이의 랩이 더해져 곡의 완성도를 한층 높였다. 우리나라의 대중음악 시장이 음반에서 디지털 음원으로 변화하여 자연스럽게 CD의 판매보다는 음원 수입이 아티스트들의 주 수입원으로 자리잡으면서 앨범 단위의 발표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구하라의 솔로 앨범은 더 값어치가 있고 빛난다. 현시대에 역행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자극적인 콘셉트에 한 번만 들어도 귀에 딱 박히는 곡을 들고 나오면 어느정도의 성공은 보장되는 것이 현시점의 시장논리이다. 하지만 구하라는 음원이 아닌 총 6곡이 수록되어 있는 미니 앨범을 발표했고 타이틀곡 초코칩쿠키 또한 단 번에 귀에 꽂히는 곡이 아니다. 즉, 음원차트를 겨냥한 노래가 아닐 뿐더러 들으면 들을수록 좋아지는 곡을 내놓은 것이다.
역시나 대중의 반응은 그리 열광적이진 않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랭크되어있지도 않다.
그러나 이것은 부진이라는 단어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데뷔 8년차 구하라가 흥행 공식을 몰랐을리 없다. 구하라는 솔로 가수로의 롱런을 위하여 눈 앞의 자극보다는 소신을 택한 것이다. 구하라는 “타이틀곡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것 같아요. 상큼발랄한 예전 솔로곡 ‘시크릿 러브’를 기대하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알아요. 심지어 수록곡 ‘하라구’가 저를 더 어필할 수 있는데 왜 타이틀을 하지 않았냐는 반응도 많았어요. 그럼에도 저는 ‘초코칩쿠키’를 끝까지 밀었어요. 왜냐하면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 감기기 때문이에요”라고 의견을 전했다. 솔로가수로서 구하라의 색깔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었던 곡이 초코칩쿠키였던 것이고 그녀는 미련 없이 다른 수록곡을 뒤로 하고 초코칩쿠키를 타이틀곡으로 정했다. 그리고 현재 초코칩쿠키로 활발하게 무대를 꾸미고 있다. 초코칩쿠키라는 노래를 무대 위에서 표현하고 구현하는 구하라의 모습을 보면 음원시장의 성패와는 관계 없이 그녀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다.
타이틀곡에 대한 여러 평가를 차치하더라도 구하라는 넘어야 할 또 하나의 산이 있다. 그녀를 끊임 없이 따라다니는 가창력에 대한 비판이다. 구하라 역시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그녀는 자신의 단점을 잘 알고 있듯이 자신의 장점 또한 확실히 알고 있었다. 이것은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현명한 해결법이다.
구하라는 애초에 가창력으로 승부를 하는 전형적인 가수가 아니다. 그들처럼 뛰어난 가창력을 보유하고 있진 않더라도, 무대 위를 장악하는 카리스마와 관객의 시선을 한 번에 끄는 능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음악 시장에서는 이 능력 또한 가창력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로 손꼽히는 것도 사실이다. “실력에 대한 비판을 의식을 안한 것도 아니예요. 그래도 저는 꾸준히 가수활동을 하고 싶어요. 제 노래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연기자로 활동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는 제가 무대 위에서 가장 빛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발표할 앨범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드리면 된다고 생각해요. 카라가 그랬던 것처럼요(웃음)” 구하라는 걸그룹 대전에서 한 발짝 뒤에 물러나 있다. 그러나 이것이 결코 그들에게 뒤쳐져 있다는 것이 아니다. 구하라는 자신의 색깔을 보다 확실히 다지는 길을 택하여 이미 롱런을 준비하고 있다. 초콜릿쿠키로 시작한 그녀의 솔로활동은 쉬이 꺼지지 않고 초콜릿 향처럼 은은하게 퍼질 것이다. 구하라는 이제야 첫 솔로 앨범을 발표했을 뿐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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