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의 발달로 그림 같은 풍경은 이제 안방에서 얼마든지 받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아직도 수많은 여행자들은 자신이 눈으로 보았던 아름다운 풍경과 추억을 오래도록 간직하기 위해 번거로움과 수고로움을 감수하며 무거운 카메라를 목에 걸고 먼 길을 떠나기를 자처한다. 그런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은 로마를 방문한 여행자에게 소개하고 싶은 장소가 있다. 해 질 녘의 Viale della Trinita del monti.
스페인 계단 위에 자리를 틀고 앉아 있는 Trinita del monti 성당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뻗어 있는 이 길은 포폴로 광장 Piazza del Popolo 과 핀치오 Pincio 언덕까지 이어져 있다. 로마가 가장 아름답게 변하는 해 질 녘 이곳의 풍경은 여행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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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커플에게서 보다는 인생의 황혼기를 보내고 있는 두 노신사에게서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로마다운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 젊음이 느껴지지 않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도시라고 여겨지지만 지는 태양의 햇살이 더 부드럽고 따사로운 것처럼 그런 은은한 황혼의 빛을 발하고 있는 도시가 로마이기 때문이다.
길을 걷다 보면 수많은 예술가들이 빚어 놓은 기념비적인 예술품들을 바라볼 수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은 단연, 미켈란젤로의 손길이 닿아 있는 성 베드로 성당의 쿠폴라(돔) cupola 이다. 나무와 로마의 수많은 건축 사이로 자태를 드러내는 이 건축은 르네상스 인들이 정의했던 아름다움이 지금까지도 유효하다는 것을 당당히 증명하고 있다.
이 아름다운 빛과 거대한 예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연인들도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있는 여행자도 조금 외진 곳에서 어른들의 사랑을 흉내 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까지도 그저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진다.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 보면 어느새 이 길은 인파가 모여 있는 장소로 우리를 인도한다. 핀치오 Pincio 언덕. 이 시간에 이곳에 오른 여행자들은 언제나 기타로 칸초네와 팝송을 연주하는 연주가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선곡을 어찌나 잘하는지 마지막으로 타오르며 저무는 로마의 태양과 꼭 맞는 음악들을 연주하곤 한다. 핀치오 언덕에서 내려보면 포폴로 광장 Piazza del popolo 한가운데 솟아있는 오벨리스크를 내려다 볼 수 있다. BC 10년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이집트에서 가져 온 것으로 람세스 2세 (모세의 이복형으로 구약성서에 나온다) 시대의 것이다. 대략 3,200년 전에 세워진 것인데 기원전 이집트 문명의 꽃이었던 오벨리스크와 3,000년이라는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이 지난 이 시간, 현대 문명의 꽃인 자동차가 같은 방향으로 피어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못해 경이롭다. 이 모습이야 말로 오래된 도시를 방문한 수많은 여행자들이 담아가고자 하는 모습을 아닐까?
[사진 임성일 가이드]
많은 여행자들에게 이탈리아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끊임없이 공부하는 유로자전거나라 이탈리아 지점의 명품 가이드이다.
글 : 임성일
사진: 임성일
제공: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02-723-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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