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와 소통을 추구하는 현 시대변화에 맞춰 서예술(書藝術)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운정 진순배 선생. 그는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서체인 ‘운정체(雲亭體)’를 개발하며, 개성 넘치는 화폭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운정 선생은 획일화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반영해 왔으며, 시, 서, 화, 각, 사진, 수석 등 예술의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해 전통과 현대의 창조적 모색을 시도했다. 이에 본지는 유유자적 산수의 풍류를 벗하며, 창작의 열정을 불태우는 운정 선생을 만나 그의 창조적 예술세계를 조명해 보았다.
“붓을 잡은지 어언 40년이 되었네요. 그간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예술이 곧 삶의 원동력이었습니다.” 제주시 고마로에 위치한 운정서예원은 진순배 선생의 예술과, 삶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곳이었다. 벽면에 걸린 수많은 작품들과, 작업실 가득 겹겹이 쌓인 서적들은 예술에 대한 선생의 집념과 열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선생은 지방직 공무원으로 20년간 봉직한 후 퇴직했다. 한학자였던 조부의 영향으로 일찍이 남다른 필력을 자랑했으며, 1974년 대한민국 지방공무원 미술대전 입선을 기점으로 인생의 전환점을 갖고, 본격적인 서예가의 길을 걸어왔다. 현재까지 한국서협 제주도 서예대전 입선, 광주전남 국민미술대전 특선,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2회 입선, 대한민국 미술전람회 특선, 한글·한자문화서법대전 특선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더불어 운정 선생은 서예 외에도 서화와 수석에도 남다른 조예가 깊다. 그는 시서화가 통합된 전인적 예술성과, 생명력 넘치는 문인화를 선보여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으며, 탐석을 위해 35개국을 순회해 예술성 높은 수석을 보유중이다. 아울러 예술 재능기부에 적극 동참해 기관과 단체들로부터 다수의 감사패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예술가는 늘 새로운 것을 고민하고 연구해야 한다.
창작 없이는 관객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다.”
강건한 운필(運筆)과 생동감 넘치는 필획(筆劃)
명쾌한 필치의 맑고 담백한 운정의 서체는 신선한 조형성으로 즐거움을 선사한다. 구도자처럼 묵묵히 예술의 길을 걷고 있는 선생은 약 40여 년간 서예에 천착하며 예술의 품격을 높여왔다. 부단한 탐구정신과 창조적 모색으로 선의 조형성을 구사해 서도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거 일중선생은 그의 서체를 보고, 자신과 가장 닮은 글씨라고 말하며 그의 예술성에 극찬한 바 있다. 운정 선생이 꿈꾸는 예술은 세속에 매이지 않는 여유와 탈속의 세계다. 예술에서 노닐며, 도(道)를 구한다. 운정 작품만의 고유한 특성은 사물과 대상에 대한 선생의 깊은 통찰력에서 비롯된다. 충만한 상상력으로 대상이 갖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해석하고, 표현해낸다. 무엇보다 자유에 입각한 창조적 조형의식이 그의 예술성을 풍성하게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동서양의 조화, 다양한 재료 및 기법 사용이 두드러진다. 또한 고문자를 토대로 문자를 재해석해 현대적 조화미를 더했다. 화폭에 거침없이 써내려가는 강건한 운필(運筆)과 생동감 넘치는 필획(筆劃)은 역동적이며, 선질의 파격미는 관객을 사로잡는다.
40년 화업 인생, 기념비적 업적 남기다
운정 선생은 한국 문화예술계에 큰 업적을 남겼다. 지난 2010년 법화경(蓮華經) 전문을 예서체로 사경(寫經)해 주목을 끌었다. 2008년 초 필사에 들어간 이 작업은 완성하기까지 꼬박 28개월이 걸렸다고 한다. 운정 특유의 개성이 담긴 예서체로 사경한 법화경 전문은 부처의 깨달음의 경지를 정갈하게 했다는 평을 받았다. 화선지 275폭에 사경된 이 작품은 가로 길이만 무려 123m에 달한다. 작업 과정에서 버려진 파지만도 화선지 200여 장이며 먹 5자루, 소필 70여 자루가 마모됐다고 한다. 법화경은 ‘진실한 가르침의 연꽃이라는 경’인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약칭으로 천태종을 비롯한 여러 불교 종파에서 불교의 정수를 담고 있는 경전으로 존중돼 왔다. 운정 선생은 “심오한 불교경전에 담긴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도내 사찰을 찾아 많은 스님들과 이야기를 나눴다”며 “법화경 전문 사경으로 이룬 가장 큰 수확은 문외했던 불교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 점”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고된 수행으로 탄생된 운정 선생의 작품에는 그의 사상과 철학, 인격과 이상이 담겨있다. ‘서도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주변의 칭송에도 정작 본인은 구도자의 길을 걷는 중이라며 겸손함을 보이는 그는 늘 새로운 창작을 위해 고심하고, 임서하며 열정을 쏟는다. 매사에 진실한 예술세계를 지향하며 끈기와 인내심을 가지고 작업에 몰두하는 운정 진순배 선생. 그의 땀과 정성이 담긴 작품들은 후세의 값진 문화유산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향후 자연과 예술이 공존하는 운정체를 기반으로 무궁무진한 작품세계를 펼쳐나가길 바란다. 정혜미 기자
운정서예원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고마로 3길 32 상록수 아파트 608
010-7680-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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