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열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온몸이 들썩일 축제가 다시 시작된다. 작년 여름 우려와 걱정 속에서도 성공적으로 올림픽을 개최한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대축제 ‘리우카니발’이 올해도 어김없이 우리 곁에 찾아온다. 오는 2월 24일부터 28일까지 개최되는 리우카니발은 단 4일이라는 축제기간이 무색하리만큼 흥을 아는 열정적인 세계인과 알찬 콘텐츠가 만나 그야말로 ‘짧고 굵게’ 불태운다.
원래 카니발은 금욕기간인 사순절을 앞두고 즐기는 축제를 일컫는다. 그 가운데 가장 유명한 축제가 세계 3대 미항(美港)중 하나인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리우 카니발이다. 개최 시기는 브라질 정부에서 정하는데, 매년 2월 말부터 3월 초 사이의 4일 동안이다. 이 기간 동안은 밤낮은 물론 심지어 새벽에도 뜨거운 열기를 뽐내며 축제가 이어진다. 리우 카니발은 포르투갈에서 브라질로 건너온 사람들의 사순절 축제와 아프리카 노예들의 전통 타악기 연주와 춤이 합쳐져서 생겨났다. 이것이 점차 발전하여 20세기 초에 지금과 같은 형식의 카니발이 완성된 것. 하지만 1930년대 초반까지는 보통의 거리축제에 지나지 않았다. 그 뒤 삼바학교들이 설립되고 학교별로 퍼레이드를 펼치면서 지금과 같은 큰 규모의 축제로 발전하였다. 삼바학교는 카니발을 위한 학교다. 사람들은 삼바학교에 등록하여 1년 동안 퍼레이드를 준비한다. 최초의 삼바학교는 1928년 리우데자네이루의 흑인 빈민가인 에스타시오데사에 설립되었다. 지금은 여러 개의 삼바학교가 생겨, 카니발이 열리면 학교의 명예를 걸고 퍼레이드를 준비한다. 이렇듯 리우 카니발의 핵심은 삼바 퍼레이드다. 삼바 무용수들이 퍼레이드를 할 수 있도록 설계된 거리를 '삼바드로모'라고 하는데, 총 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다. 또 타악기를 연주하는 대규모 밴드를 '바테리아'라고 한다. 삼바 퍼레이드에서 한 그룹마다 삼바 춤을 추는 사람만 약 4000명에 달한다. 해마다 리우 카니발이 열릴 때면 전 세계에서 약 6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고, 약 25억 달러(한화 기준 약 3조)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자랑한다. 아울러 브라질을 찾는 전체 관광객의 3분의 1에 해당되는 사람들이 리우 카니발이 열리는 시기에 맞춰서 온다고 하니 가히 세계 최대의 축제라 칭할 만하다. 리우 카니발이 시작되면 사람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삼바는 북과 노랫소리와 춤으로 이루어진다. '봉고'라는 길쭉한 아프리카 북과 기름통으로 만든 '바투카다'라는 북을 치면서 그 리듬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춘다. 삼바는 원래 아프리카 흑인들의 리듬이었다.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는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팔려 와 배를 타고 죽음의 시간을 보낸 뒤 도착한 장소였다. 그들이 정착한 도시 한쪽 외곽의 언덕은 이내 슬럼이 되었다. 이곳에 온 흑인들은 삼바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고향을 떠나온 슬픔을 조금이나마 달랬다. 그것이 브라질 전체로 퍼져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라질의 춤과 음악으로 탄생된 것이다. 리우데자네이루 시는 퍼레이드를 겸한 삼바 콘테스트를 고안하였고, 이를 카니발과 접목해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한편, 모든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를 즐기는 것이 지나쳐 음주와 폭력으로 사고가 발생하며, 심지어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러한 일탈 현상은 구속과 규제를 벗어나는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일종의 광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축제를 일상생활의 '단절'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년에 개최됐던 리우 카니발을 살펴보자. 2015년이 메르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뒤덮었다면 작년에는 이른바 지카 바이러스가 지구촌에 들이닥쳤다. 리우 카니발도 지카 바이러스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바로 지카 바이러스의 최대 확산국이 브라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이러스 창궐시점과 지구촌 최대축제 리우 카니발이 겹친 리우데자네이루에는 지카 공포가 없었다. 외국인 관광객 수십만이 여느 때처럼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세계 3대 미항인 리우로 몰렸다. 이들은 650만 리우시민과 함께 저마다 맥주를 들고 시내곳곳에 모여 밤새 춤추며 노래를 불렀다. TV는 브라질 전역의 축제현장을 연일 생중계했다. 한 리우시민은 “지카를 잊기 위해 더욱 축제에 몰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렇듯 지카 바이러스의 우려 속에서도 리우 카니발은 본연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성황리에 축제를 마무리 지었다. 물론 지카 바이러스로 인해 과거에 비하면 그 열기가 조금 위축되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콘돔을 무료로 배포하는 것은 물론 브라질 당국이 방역에 무엇보다 힘쓰며 다시 한 번 리우는 축제의 땅이 되었다. ‘리우 카니발을 즐기기 위해 일 년을 산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브라질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그들의 에너지가 폭발하는 축제 리우 카니발. 지카 바이러스의 아픔을 뒤로 하고 올해는 더욱 많은 인파가 신명나는 열광의 도가니에 빠질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자, 이제 신나는 삼바 리듬에 몸을 맡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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