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국일과 출국일이 정해져 있는 여행자들에게 있어서 시간과 돈은 정말 소중하다. 시에나에 가기 전에 앞서 어떻게 시에나로 가야 그 둘 다를 절약할 수 있을까 알아보던 중 일반적인 교통수단 기차가 아닌 버스로 이동하면 단돈 9유로에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07:50 출발 10:35 도착) 버스 이동 편을 알아냈다. 가격은 잔여좌석과 시간대에 따라 다르다.
버스에서 내려서 시에나의 중심광장 캄포광장으로 가기 위해 Via del Montanini로 걸어갔다. 시에나의 절경을 볼 수 있는 102m 높이의 "만자의 탑"이 있는 푸블리코 궁전. 1297년에 건축되기 시작한 이 건물은 당시에 시청사로 사용되었는데, 도시의 행정, 정치적 결정이 이루어지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위대한 작가의 숨결이 담긴 미술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그 앞에 위치한 캄포광장은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는데, 중세에 시에나를 통치한 '9인의 위원회'를 상징한 것이라고 한다. 태양의 위치에 따라 앉아서 쉬는 사람들의 위치가 바뀌고, 무엇보다도 경사진 광장은 푸블리코 궁전 쪽으로 공을 굴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정말 좁디좁은 계단으로 만자의 탑을 오른다. 그렇기에 모든 가방은 보관소에 맡기고, 정상을 향해 걸어간다. 만자의 탑은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동일하기에 힘든 와중 서로에게 양보하는 미덕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멋진 뷰가 보인다. 정상이다. 마치 고생과 양보의 보상인양 주어지는 만자의 탑 꼭대기다. 그리고 만자의 탑을 내려와 바로 옆에 있는 시립 박물관으로 향했다. 중세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곳에서 보고 싶었던 작품은 암브로조로렌체티(Ambrogio Lorenzetti 1290-1348)의 ‘선한정부, 악한 정부’의 알레고리. 참고로 ‘알레고리’란 실제의 형태가 없는 정의, 사랑, 희망 같은 추상적인 관념들을 특정 인물의 형상을 통해 표현 하는 걸 말한다. 로마 바티칸 박물관의 작품으로 예를 들자면 ‘아테네 학당’이 있는 서명의 방에 위치한 라파엘로 산치오(Raffaello Sanzio 1483-1520)의 미덕의 알레고리(1511)가 있다. 푸블리코 궁전 관람을 마치고,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으로 향했다. 입장하자마자 보였던 창문을 뜻하는 ‘피네스타(Finesta)’와 조반니 피사노의 조각품들.(원래는 성당 외벽에 조각품들을 장식하려 했으나 1300년대 흑사병이 창궐하며 두오모 완공을 하지 못했고 이곳에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위층에 전시되어 있는 두초 디 부오넨세냐의 마에스타 등 많은 작품도 볼 수 있는 장소다. 그리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PANORAMA 전망대가 있다고 하여 그곳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입장객을 제한하는 모습을 보아 영화관이 아닐까 어림짐작을 하기도 했었는데 20분여의 대기를 마친 후 입장을 하고 눈앞에 계단을 오르다 보니 이곳은 다름 아닌 전망대라는 걸 깨달았다. 식후에 올랐던 만자의 탑에서 보던 풍경과는 사뭇 다른, 그리고 만자의 탑과 캄포 광장을 다른 구도에서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까지 갖추고 있는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거장들의 작품이면 작품, 멋진 풍경이면 풍경. 더할 나위 없는 장소인 이곳은 알고 보니 성당의 남쪽에 미완성된 본당 회중석의 기둥자국과 벽을 사람이 올라갈 수 있게끔 만들어 시에나의 경치를 감상할 수 있는 장소로 만든 것이었다.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다. 하루가 마무리되고 시에나 여행 또한 마무리 지어야 할 시간이다. 원래 여행이란 약간 부족한 듯 살펴보아야 다음에도 이곳을 그리워하게 되는 것 같다. 다음을 기약하며 버스를 타고 내렸던 그람쉬 광장으로 이동을 해본다. 글·사진 강재원 제공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02-723-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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