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7일 개봉하는 하반기 기대작 ‘살인자의 기억법’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우선 김영하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입소문이 난 상태이자 이를 연출한 원신연 감독은 ‘세븐 데이즈’, ‘용의자’ 등의 메가폰을 잡아 ‘장르영화의 실력자’라는 수식어를 달고 있을 정도로 능력이 검증됐다. 이와 함께 설경구, 김남길, 오달수 등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감을 한층 높이고 있다. 여기에 방점을 찍는 것이 바로 ‘AOA’에서 ‘배우’로 변신한 설현의 존재감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알츠하이머에 걸린 은퇴한 연쇄살인범이 새로운 살인범의 등장으로 그간 잊고 살았던 살인습관이 되살아나며 벌어지는 범죄 스릴러. 이 작품에서 설현은 알츠하이머로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은퇴한 연쇄살인범 병수(설경구)의 딸 은희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아울러 설현은 병수의 살인습관을 깨우는 의문의 남자 태주(김남길)의 여자친구라는 정체성도 지니고 있어 두 사람 사이에서 흐르는 묘한 긴장감을 극대화시킬 전망이다. 사실 설현의 영화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유하 감독의 ‘강남1970’을 통해 스크린 데뷔 신고식을 치른 바 있다. 그런 그가 2년 만에 ‘살인자의 기억법’으로 다시 한 번 스크린을 노크하는 것이다. 전작 ‘강남1970’에서는 주인공 이민호의 동생으로 짧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뽐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사실상 주연으로 발돋움한 만큼 ‘살인자의 기억법’이 그동안 존재하지 않았던 설현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설현은 힘들었던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내려놓는 게 두렵기도 하고 그럴수록 더욱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려다 보니 항상 똑같은 것만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면서 “바꾸는 게 늘 두려웠지만 운이 좋게도 이번 영화를 하면서 많이 도전하고 내려놓을 수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배우로 변신을 단행한 설현은 2012년 걸그룹 AOA로 데뷔했다. AOA가 데뷔 이후 일정 기간 무명의 세월을 보내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설현의 존재감은 그때부터 가히 뛰어났다. 그는 AOA의 비주얼을 담당하며 센터 자리를 시종일관 지켜왔다. 설현의 상승세와 함께 AOA도 탄력을 받아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심쿵해’ 등을 연이어 히트시키며 인기 걸그룹 대열에 당당히 합류하기에 이르렀다. 이후 설현은 드라마 ‘내 딸 서영이’로 연기에 입문했고, ‘못난이 주의보’, ‘오렌지 마말레이드’ 등에 연달아 출연해 본격적인 연기자로의 전향을 꾀했다. 청순함과 섹시함 또 귀여움까지 지니고 있는 설현의 팔색조 마스크와 매력은 배우로 성장하기에 충분하다는 후문. 하지만 이미 성공한 ‘연기돌’이라는 평을 받는 수지와 혜리에 비해 배우로서의 커리어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수지는 ‘건축학개론’으로 일약 국민 첫사랑에 등극했으며, 혜리는 ‘응팔 신드롬’의 주역으로 대중에게 가장 친숙한 배우로 거듭났다. 아직 뚜껑이 열리진 않았지만 영화 ‘살인자의 기억법’은 소위 ‘한 방’이 필요한 설현과 합이 잘 맞아 보인다. 원신연 감독은 “아이돌 출신이라는 색안경을 벗는 순간 김설현이라는 배우가 더욱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라며 “설현은 신인의 자세로 백도화지에 은희라는 캐릭터를 성공적으로 입혀냈다. 가능성이 굉장히 무궁무진한 배우임에 틀림없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설현은 배우로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 나가고 있다. 이미 차기작도 확정된 상태라고. 그는 중국 역사상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 받는 당태종 대군의 침략에 맞서 싸운 고구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의 88일간 치열했던 ‘안시성 전투’를 담아낸 초대형 전쟁 블록버스터 영화 ‘안시성’에 출연한다. 이 작품에서 설현은 톱 배우 조인성을 비롯해 남주혁 등과 호흡을 맞출 예정이다. 현대극·시대극·사극 등 장르를 불문하고 통하는 매력적인 마스크와 연기를 향한 끊임없는 열정으로 안방극장과 충무로를 넘나들며 자신의 영역을 조금씩 넓혀나가고 있는 배우 설현. 무대에서의 화려한 모습은 잠시 묻어두고, 배우 설현은 조연에서 주연으로 차츰 발돋움해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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