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잡지 보그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작품을 통해 패션 사진과 명화의 관계를 새롭게 탐구하는 전시가 열린다. 세계 3대 패션 사진작가로 알려진 어빙 펜, 파울로 로베르시, 피터 린드버그 등 대가들의 사진 작품들은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를 비롯해 르누아르, 고흐, 달리, 클림트와 같은 화가들의 걸작을 우리 곁으로 다시 불러온다. 작가들은 스페인 황금 세기 회화와 네덜란드 초상화, 모네의 인상주의 풍경화를 거쳐 잭슨 폴락의 초상표현주의에 이르기까지 예술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그들만의 사진으로 재해석하였다. 이는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고전 회화를 바라보는 색다른 시각을 제공한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전시는 교과서나 미술관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한 명화를 포토그래퍼의 작품을 통해 새롭게 바라볼 특별한 기회를 제공한다. “나는 모든 작업에 임할 때, 회화적인 느낌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한 팀 워커를 비롯하여 전시에 참여한 모든 포토그래퍼들은 화가들이 회화작품을 제작할 때 사용하는 일반적인 장치, 설정, 기법 등을 사진에 반영하며 미술사의 여러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또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전통적인 방식의 회화에서 시작하여 관람객들에게 예술과 패션을 가르는 가느다란 경계선에 대한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올해 125주년을 맞은 보그는 1892년 아서 볼드윈 터너가 뉴욕의 엘리트층에 한 주간의 문화적 이슈를 소개하는 주간지로 창간되었으며 훗날 콘데 몬트로즈 나스트가 보그를 인수하고 나서는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판되는 명실상부 최고의 패션 잡지로 거듭났다. 보그는 패션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던 포토그래퍼, 일러스트레이터, 아트 디렉터를 직접 고용했고 예술가들의 재능을 보그라는 잡지에 끌어 모으는 데 성공한다. 전시 큐레이터인 보그 스페인의 데브라 스미스는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을 위해 125년간 전 세계 보그의 아카이브가 보관해온 작품 중 118개를 엄선하였다. 특히 이번 한국 전시를 위하여 스페인에서는 선보이지 않았던 작품 40여 점과 ‘보그 코리아’의 작품 20점을 새롭게 추가하여 세계 최대 규모의 패션 사진 전시로 거듭날 전망이다. 한국의 관람객들이 이번 전시를 통해 보그의 역사 속에 스며든 세계 미술사를 확인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경험해보기 바란다”고 밝히기도 했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에서 만나볼 수 있는 작품들은 패션 사진에서 가히 최고로 평가 받는 포토그래퍼들과 지난 십 년간 패션계에서 가장 주목 받은 포토그래퍼들에 의해 탄생했다. 순수한 선과 우아한 이미지로 뉴욕 사진계의 거장으로 남은 어빙 펜, 세계 3대 패션 포토그래퍼 파울로 로베르시, 흑백으로 이뤄낸 극적 효과의 대가 피터 린드버그, 몽환적인 환상의 세계로 우리를 초대하는 팀 워커, 순수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닉 나이트, 스티브 잡스의 프로필 사진으로 널리 알려진 알버트 왓슨 등 세계 사진계를 이끄는 32명의 매력적인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또한 회화에서 영감을 얻어 탄생한 발렌티노와 빅토리 앤 롤프의 오뜨 꾸뛰르 드레스, 프라다의 컬렉션과 더불어 영화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의 감독으로 유명한 샘 테일러 존슨의 영상 등은 관람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할 전망이다. 클라우디아 쉬퍼, 케이트 모스, 카르멘 카스, 젬마 워드, 릴리 콜 등 패션계의 전설로 남은 모델은 물론 우마 서먼, 커스틴 던스트, 루니 마라 같은 세계적인 영화배우들이 보그를 위해 기꺼이 거장의 카메라 앞에 섰다. 특히 이번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에서는 세계적 거장 파울로 로베르시와 배우 송혜교, 한국의 포토그래퍼 홍장현과 ‘설국열차’로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틸다 스윈튼의 콜라보레이션 등 이색적인 포토그래퍼와 모델의 만남으로 눈길을 끈다. 이와 함께 단순히 포토그래퍼와 모델로서의 관계를 넘어 패션과 사진이라는 매개로 동료이자 친구가 된 이들의 작품 너머 숨겨진 이야기들은 관람객에게 풍성한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이렇듯 수많은 해외 스타뿐만 아니라 대중의 극찬을 받으며 화제의 중심에 선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은 프라도 미술관, 레이나 소피아 미술관과 함께 스페인 3대 미술관으로 평가 받는 마드리드의 티센-보르네미차 미술관에서 2015년 여름 처음으로 선보인 전시다. 스페인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뜨거운 이슈로 떠오른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을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展>은 지난 6월 24일 개막돼 오는 10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에서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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