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별’ 보아가 가을밤을 수놓는 별이 되었다. 가수 보아가 첫 멜로 연기에 도전해 화제다. 보아는 가을 감성이 물씬 흐르는 영화 <가을 우체국>을 통해 그동안 갈고닦은 멜로 연기를 관객들에게 선보일 전망이다.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차곡차곡 연기 경력을 쌓고 있는 보아는 <가을 우체국>에서 시한부 인생을 사는 스물아홉 살 ‘수련’ 역할을 맡아 가을과 잘 어울리는 애틋하면서도 절절한 사랑을 깊이 있게 표현해냈다는 평이다. <가을 우체국>은 보아의 첫 단독 주연 작품이기도 한만큼, 영화를 어떻게 이끌어갔을지 여부도 상당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가을 우체국>은 스물아홉 수련에게 찾아온 애틋하지만 붙잡을 수 없는 사랑과, 그녀와 결혼하는 것이 인생 일대의 목표인 남자 ‘준’(이학주)의 풋풋한 첫사랑을 스크린에 담은 동화 같은 로맨스다. 임왕태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기도 한 이 작품은 요즘 국내 영화계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아날로그적 감성이 두드러지는 느린 템포의 영화다. ‘느림의 미학’을 자랑하는 이 영화는 아름다운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하여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가 시적인 대사와 함께 잔잔하게 흘러가며 진한 여운을 남긴다. 영화는 수련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의 풍경을 필름에 담아내며 시작된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친척 혹은 서로에 대해 잘 알 정도로 조그만 시골이다.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이 조용한 시골 우체국에서 일을 하는 수련에게는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다. 마음으로 자연과 이야기하고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줄 알았던 아버지(오광록 분)에게서 물려받은 감수성이 바로 그것이다. 이와 같은 특징을 지닌 수련은 이를테면 꽃들의 속삼임에 귀를 기울이는가 하면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도 한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말 못할 비밀이 한 가지 있다. 수련은 다름 아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것. 이러한 이유로 보아는 극중에서 화장을 거의 하지 않은 상태로 등장했으며, 자신만을 바라보는 준을 밀어낸다. 그렇게 <가을 우체국>은 관객들로 하여금 사랑과 죽음, 진정한 삶의 의미를 잔잔한 발걸음으로 조명한다. 보아는 “따뜻한 감성을 지닌 시나리오에 나도 모르게 끌렸다”면서 “서른의 나이에 죽음이라는 단어가 생소하고 멀게만 느껴졌는데, 죽음을 침착하면서도 의연하게 받아들이는 수련의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면서 작품을 선택한 배경에 대해 털어놨다. 이어 “수련이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자신의 처지 때문에 준에게는 그러한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게 내내 안쓰러웠다”라면서 “자신의 죽음을 주변에 알리지 않는 게 잔인하다고 느껴졌는데, 사실 그게 준과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아니었을까 생각하며 다시금 연기에 임했다”고 수련을 연기한 소감에 대해서도 말했다. 실제로 보아는 <가을 우체국>에서 수련 역을 맡아 깊이 있는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물론 그동안 연기 경력은 있지만 <가을 우체국>이 첫 멜로 작품이었던 만큼 기대 섞인 우려도 공존했던 것이 사실. 하지만 보아는 이러한 우려를 단번에 불식시키는 것에서 한발 더 나아가 파트너인 이학주와의 아름다운 감성 로맨스를 완성하며 관객들에게 가슴 따뜻한 시간을 선물했다는 후문이다. 가수로서 익숙한 보아에게 연기는 사실 완전히 동떨어진 장르는 아니다. 그녀는 이미 배우로서 발을 힘차게 내딛었다. 보아는 한미합작영화 <메이크 유어 무브>, 톱 배우 이정재와 호흡을 맞춘 액션영화 <빅매치>에 이어 JTBC 드라마 <이번 주, 아내가 바람을 핍니다> 등에 출연하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드는 연기 스펙트럼을 쌓은 바 있다. <가을 우체국> 임왕태 감독 역시 <메이크 유어 무브>를 보고 배우로서의 보아의 매력에 흠뻑 빠져 그녀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했을 정도다. 임왕태 감독은 “보아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프로다. 수련이라는 캐릭터를 구축하는데 필요한 연기, 의상, 분장 등 모든 면을 철저하게 연구하고 준비해오는 그녀의 모습은 촬영이 끝난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면서 “보아의 존재로 촬영 내내 든든했으며, 그녀는 기대를 완전하게 충족시키며 완벽한 감정몰입과 뛰어난 연기력을 보여주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에 <가을 우체국>을 향한 대중과 평단의 관심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서도 종횡무진 활약을 이어나가며 자신의 또 다른 재능을 꽃피우고 있는 보아의 멜로 도전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한편 보아는 지난 2000년, 만 13세라는 어린 나이에 가요계에 혜성처럼 등장해 현란한 춤과 뛰어난 가창력, 무대를 압도하는 퍼포먼스 등으로 신드롬을 일으켰으며, 한국 가수로는 최초로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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