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처음으로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시가 열린다. 파리의 자코메티 재단과의 협업으로 코바나 컨텐츠는 <알베르토 자코메티展>을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개최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20세기를 상징하는 예술가이자 조각가로서 모더니즘 정신의 정수와도 다름없는 작품들을 남겼다. 또한 그가 남긴 작품들은 현대미술사에서 손꼽히는 불후의 명작으로 매우 유명하다. 자코메티는 20세기 현대미술의 주인공 중 한 사람으로서 전후 현대미술과 철학에 커다란 영향을 주었으며 ‘예술가 중의 예술가’라는 최고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시절부터 말기의 작품 120여점 이상을 조명하는데, 그의 고향 스위스 스탐파에 있는 아버지의 작업실에서 시작하여 프랑스 파리에서 보낸 마지막 기간 동안의 그의 예술적 성취 과정을 모두 보여준다. 특히 생명의 핵심은 인간의 ‘시선’이라고 생각한 작가는 사람의 두상 작업에 평생을 바쳤다. 그중에서도 최고 걸작에 속하는 디에고 상과 아네트 상의 주요 작품들이 전부 전시된다. 자코메티의 작품은 두상에 담긴 시선과 눈빛을 보는 것을 시작으로 그것이 의미하는 영원한 것에 대한 인간의 염원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생전 당시 자코메티는 초상작가 혹은 두상작가로 불린 것이다. 그의 대표작 걸어가는 사람과 죽기 전 작품인 로타르 좌상 및 생애 마지막 페인팅(자크 뒤팡의 초상화)은 전부 이번 전시에서 보여 지는 주요 작품이다. 이번 전시는 조각 작품 외에도 자코메티 재단의 훌륭한 컬렉션의 일부로서 인물 드로잉, 페인팅, 사진, 원고 및 기타 보관 자료와 함께 전시되며 널리 알려진 자코메티 작품들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돕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이번 자코메티 전시 작품 평가액은 사상최대인 2조 천억 원에 이른다. 국내에서는 마크 로스코(2조 5천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걸어가는 사람이 2010년 마지막 경매에서 1200억 원으로 낙찰되며, 이전 최고 경매가인 피카소의 파이프를 든 소년을 누르고 세계 경매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이번에 전시되는 걸어가는 사람 석고 원본은 작품 실 거래가의 3배 이상 호가하는 3800억 원에 이른다. 죽기 전 마지막 작품 로타라 좌상 또한 3000억 원이 훌쩍 넘어 사상 최대 작품평가액을 기록했다. 2014년부터 자코메티 재단은 본격적으로 자코메티 전 작품에 대한 전시를 위해 세계 전시를 유치해오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이번 서울 전시는 그 무엇보다 특별하다. 서울 전시 바로 이전에 열렸던 테이트 모던 전시와 상하이 유즈미술관에서도 공개되지 않은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서울전에 이어 개최되는 뉴욕 구겐하임 전시에서는 이번 걸어가는 사람의 석고 원본은 볼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얼마 전 일본국립신미술관에서 열린 자코메티 회고전에서도 모든 전 작품이 청동 작품이었는데 반해 이번 서울 전시는 석고 원본 15점을 비롯해 걸작선으로 선정된 작품을 선보이며, 특히 걸어가는 사람 원본 작품은 아시아 최초 공개로 그 의미를 더한다. <알베르토 자코메티展>의 특징 중 또 하나는 작가의 전성기 즉 작가의 후기 활동이 더욱 강조된다는 점이다. 자코메티의 명성은 1920년 이후로 형성되었고, 1960년대에 스스로 자신의 삶과 예술세계를 확립하는 예술가로서의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이 시기의 주요 모델인 아내 아네트와 동생 디에고와 함께 새로운 인물들은 그를 위하여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었고, 그 모델들의 초상 작업을 통해 작가는 작품으로써 자기 자신을 말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다른 사람의 얼굴을 통해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했던 자코메티의 방대한 작업세계는 결국 우리 자신과 만나는 예술적 경험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전시는 오는 4월 15일까지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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