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신민선 가이드입니다. 따스하고 선선하니 불현듯 '걷자!' 라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평소에는 자주 발걸음을 하지 않던 그 곳으로 방향을 잡고 한 걸음, 두 걸음 내딛어봅니다. 모두에게 알려진 곳이 아니라 모두의 발걸음이 향하는 도시의 그 곳들과는 사뭇 다른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고즈넉한 길이 맞이해줍니다. 가는 걸음걸음 멈칫하게 만드는 길을 이 공간을 전세라도 낸 듯 나 홀로 만끽하는 즐거움이 쏠쏠합니다. 마치 알려지지 않은 숨은 공간을 마주하고 있는 듯한 짜릿한 기분을 느끼며 경쾌한 발걸음을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따스한 느낌의 돌담길, 너무 아담하고 귀엽게 조성된 꽃밭, 한 걸음씩 더할수록 그 다음에 나타날 모습에 기대와 호기심으로 가슴은 부풀어 올라 발걸음이 더욱 빨라집니다. 정처 없는 산책의 목적지로 삼았던 그 곳입니다. 벤치에 앉은 내 모습 한 컷을 남기고자하는 간절한 소망에 주변을 아무리 살펴보아도 인기척조차 없어 매우 아쉬웠지만 다시 산책을 이어갑니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이 집의 정체는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표현주의 예술가 '에곤 쉴레'가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당시 머물렀던 에곤 쉴레의 아트 스튜디오입니다. 아무래도 파란색의 아담한 문은 입구가 아닌 듯해 걸음을 더 이어가니 이렇게 아름다운 길이 펼쳐집니다. 조금의 여유, 아니 서너 시간의 여유만 더 있었더라도 저 벤치에 앉아 책도 읽고 부드럽게 감겨오는 바람도 느끼며 마음의 여유에 흠뻑 젖어들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지금까지도 마음 한 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곤 쉴레 아트 스튜디오의 정면 모습입니다. 이왕 이 곳까지 발걸음을 했으니 내부도 관람해 봐야겠지요? 규모가 크지 않아 입장료는 단 돈 35 CZK 밖에 되지 않았답니다! 물론, 대부분의 작품이 오스트리아 내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어 사본 밖에 만나볼 수 없었지만, 그가 사랑했던 이 도시에 머물며 담았던 풍경화들, 그가 사용했던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어 에곤쉴레의 자취를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난 겨울에 한국에서도 개봉되었지요? ‘에곤 쉴레: 욕망을 그린 그림' 이라는 제목으로 그의 일생을 주제로 한 예술 영화 한 편이 개봉되었는데요. 영화 속, 크룸로프에서의 작품 활동은 실제 체스키 크룸로프에서 촬영되었다고 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니 방구석에 침대도 놓여있어 영화 속에서 마주한 영상들이 오버랩 되며 다시 한 번 영화를 감상해야겠다는 다짐을 했습니다. 한적하고 여유로운 산책길이 선사한 힐링과 에곤 쉴레 아트 스튜디오가 전해준 특별한 감성. 이 두 가지 특별함만으로 이 날의 산책은 대만족이었습니다. 산책을 마무리하고 돌아가던 길에 마주한 체스키 크룸로프의 일원으로 추정되는 고양이입니다. 실제로 3주 뒤, 투어 중에 평소 방문하는 영주의 성 전망대에서 이 녀석을 다시 마주하기도 했습니다. 이정도면 인연 아닐까요? 한참을 구르며 재롱을 부리다 갑자기 저렇게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모습에 매료돼 한 컷 남겨보았네요. 산책의 마지막 순간에 남긴 체스키 크룸로프의 아름다운 전경 한 컷! 보고 또 보아도 아름다운 동화마을 체스키 크룸로프. 체코의 그 어느 도시보다 여유와 힐링을 한 가득 누릴 수 있는 매력만점의 도시가 아닌가하는 생각을 이 날의 특별한 산책을 통해 다시 한 번 다지게 되었답니다. 체코 여행을 계획 중인 여러분. 체코자전거나라와 함께 특별한 체스키 크룸로프 여행 어떠신가요? 글·사진 : 신민선 / 제공 : 유로자전거나라 (www.eurobike.kr) 02-723-3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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