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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호걸 몰고 온 설까치 아빠 아이들의 야성 DNA를 깨우다

<만화가 이현세> | 2013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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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대 후반 이상 연령대의 사람들은 이현세 작가를 기억할 것이다. 만든 작품마다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온 우리나라 만화계의 거장이자, 설까치의 아버지이다. 1982년 ‘공포의 외인구단’으로 ‘이현세 붐’을 일으켰고, 최근에는 베스트셀러《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등으로 어린이 학습 만화의 새 지평을 열어 가고 있다. ‘며느리 밥풀꽃에 대한 보고서’, ‘천국의 신’ 등 다수의 대작을 그린 이현세 작가이다. 최근 ‘만화 삼국지’로 돌아온 그는 청소년들에게는 신인 이현세 작가인 셈이다.
 
고전이 오랫동안 많은 사람에게 읽히는 이유는 그 작품이 담고 있는 정신이 시대가 변해도 여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천하 통일을 두고 영웅들이 저마다의 용기와 지혜를 겨루는 삼국지도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야 할 고전으로, 놓쳐서는 안 될 소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책은 한국 만화계를 이끌어 온 거장 이현세가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혼신을 기울인 역작으로, 한 시대를 호령한 영웅들의 참모습에 큰 비중을 두고 만들어졌다. 승자와 패자를 둘로 나누고 우열을 가리기보다는 진정한 영웅으로서 지닌 자질과 장점을 밝히는 데 역점을 두었고, 지도자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여러 영웅들의 리더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독자에게 한 결 같이 보여 주고자 한 것은 사람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도리, 인간관계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믿음과 의리, 은혜에 보답하고 자신의 지조를 꿋꿋이 지키는 영웅들의 모습이다. 이는 오늘날 어린이들이 친구와 참된 우정을 나누고, 늘 떳떳하게 행동하며, 보다 넓은 시각으로 자신의 꿈을 지키고 가꾸어 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빼어난 그림을 하나하나 살펴보는 즐거움과 함께 글을 읽는 큰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이현세는 수많은 인물이 어우러진 장대한 이야기를 자신만의 멋들어진 말투로 술술 풀어냈다. 재치 있는 교훈의 말과 유머, 사건과 인물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아 예전의 삼국지에서 찾아볼 수 없던 글맛과 말의 맛으로 이현세 작품의 정점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작품은 통상적으로 한두 권씩 순차적으로 내놓는 방식 대신 한번에 10권 전집을 출간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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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들의 이야기 통해 고립된 개인 틀 깨길
이현세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삼국지에는 수많은 영웅과 인물들이 밤하늘의 뭇별처럼 등장합니다. 이들은 밝게 빛나기도 하고 별똥별처럼 스러지기도 합니다. 때로는 장맛비에 불어난 계곡물처럼 울부짖기도 하고, 넓은 들을 만난 강물처럼 잠잠해지기도 합니다. 불어오는 세찬 바람을 거목처럼 당당히 맞서는가 하면, 풀잎처럼 몸을 굽혀 피하기도 하지요. 이 책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정신과 가치가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오늘날 어린이 여러분이 친구와 참된 우정을 나누고, 늘 떳떳하게 행동하고, 이웃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다면 삼국지의 위대한 영웅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어린이 여러분이 세상을 알아 가고 생각을 키워 나가는 데 이 책이 도원결의와 같은 힘이 되었으면 합니다. 또한 큰 꿈을 펼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보다 더 기쁜 일은 없을 것입니다.”라고 독자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는 희망을 표현했다. 이어 그는 “요즘 아이들이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지 골목에서 뛰어놀지 않잖아요. 개인적이고 고립된 세계에 갇혀 있는 아이들에게 우리 몸 속에 있는 야성의 DNA를 일깨워 주고 싶었어요.”라며 갈수록 개인화되고 있는 소통의 굴절에 관해 아쉬움도 드러낸 작가이다. 이현세 작가는 아동문학에 심취해 있다. 무엇이 그를 이 방향으로 이끌었을까. 이미 이현세 작가는 알게 모르고 많은 작품을 만들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탄생해 수천 년의 생명을 이어 온 그리스 로마신화. 문학, 미술, 건축, 여러 학문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서양 문명의 주춧돌이 된 그리스 로마 신화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고전이자 필독서인 ‘처음으로 만나는 그리스 로마신화’를 만들었다. 또 왕조 중심의 역사와 정치사 일변도에서 벗어나 민중의 삶과 생활문화를 부각시킨 ‘만화 세계사 넓게 보기’와 더불어 우리의 잃어버린 고대사를 복원하고, 민족의 자부심을 일깨우며, 우리 역사의 지킴이가 될 어린이들이 역사를 바로 알고 거기서 배울 점을 찾도록 하는 데 기획 의도를 두고 출발한 ‘광개토대왕’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전정기의 시작을 알린 공포의 외인구단은 영화화 되어 1986년도 28만 명이라는 방화 흥행 1위를 기록하면서 이후 소재 난에 허덕이던 우리나라 영화계에 만화 원작의 영화화 붐을 일으켰던 흥행작으로 혜성이 엄지에게 말하는 “난 네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뭐든 지 다 할 수 있어”라고 하는 명대사는 한때 유행어가 되었다. 신의 아들>, <카멜레온의 시>, <지옥의 링> 등이 뒤를 이었다. 거장 이현세의 작품세계가 어디까지 뻗어 나갈 지 그 폭을 가늠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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