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의 2주기를 앞두고 그와 관련한 영화나 책들이 재조명받고 있다. 대부분 그의 일대기 혹은 천재성과 혁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신간 《왜 따르는가》는 잡스를 곁에서 직접 경험했던 저자가 그의 이면을 이야기하고, 특별히 그가 조직 안팎에서 그토록 사람들을 열광시킬 수 있던 비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저자는 스티브 잡스가 직접 고용해 자신의 멘토로 삼았던 저자 제이 엘리엇이다. 책의 부제는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이지만, 혹자는 천재성과 자유로운 영혼의 대명사인 ‘스티브’라는 이름과 ‘경영법’이라는 정형화된 용어의 조합이 의아할지 모르겠다. 사실 잡스의 경영 스타일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이래로 기업인들이 지키며 살아온 거의 모든 법칙에 어긋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그는 가혹할 정도로 비판적이고 괴팍하기로 유명한 결점투성이인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그의 방식은 단순한 성공에 머물지 않고, 시대의 생활방식을 바꾸어놓으며 애플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끌어올렸다. 이 모든 것을 오로지 스티브 잡스의 천재성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의 위상을 천재에 올려놓을수록 우리는 그에게서 진짜 배워야 할 교훈과 가치를 놓치게 될 위험이 있다. 저자 제이 엘리엇은 잡스가 자신을 대신할 대리인을 키우는 일과 직원들을 자신의 비전에 동참시키는 일을 무엇보다 우선해왔다고 강조한다.
“사회를 바꾸어놓을 정도로 훌륭한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제품 개발로 시작되지 않는다. 그것은 비전에서 시작된다.” (본문 17쪽)
잡스는 직원들에게 자신과 동일한 비전을 심어주는 일이 신제품을 만드는 일만큼 중요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는 팀원들이 고유의 역량 그 이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그들에게 열의를 불어넣고 싶어 했다. 실제로도 사람들의 잠재력을 150퍼센트까지 끌어내는 데 열정을 쏟았다. 별나기로 유명했던 잡스와 함께 일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사람들은 그를 따랐을 때 늘 기대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믿었다. 그렇게 믿고 따르도록 만들었던 비결들에 이 책은 집중한다. 스티브 잡스는 조직이 너무 비대해져 관료적인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무렵 매킨토시 팀원들을 위한 슬로건으로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되자!(Pirates! Not the Navy!)’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움 속에서 정복을 위해 모험을 감행하는 해적은 대규모의 획일적 조직인 해군과 달리 변화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팀원들의 비전과 사기를 돋우는 데 애플이 나아갈 방향과 자신의 핵심을 대변하는 슬로건을 시의적절하게 사용했다. 그런 다양한 슬로건들로 스티브 잡스가 팀원들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것은 진정한 열정을 기반으로 하는 비전이다. 따라서 저자는 책의 곳곳에서 여러 번에 걸쳐 비전을 강조한다.
“나의 소임은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해 우리가 보유한 훌륭한 직원들이 더욱 훌륭해지게 하는 것이다. …… 내 소임은 임원진 모두를 후임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 일이다.” (본문 180쪽)
잡스는 비전을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팀원들이 제품을 만드는 데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여 주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당시 애플의 업무 환경은 놀라울 만큼 흥분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저자는 회상한다.
“심한 압박감과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매킨토시 팀원들은 자신이 그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옛 시절을 되돌아볼 때 다시는 해보지 못할 경험이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지금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일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말하자면, 그들은 거의 마법과도 같은 이상한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훌륭한 관리자들은 바로 그러한 해적 같은 업무 환경을 조성하려고 애쓴다. 그런 환경에서 직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훌륭하게 일을 해낸다.” (본문 33쪽)
그리고 그 같은 ‘해적’ 조직과 환경을 갖추는 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는 적절한 사람을 선택하고 길러내는 것이었다. 특히 잡스는 애플에 지원한 사람들로부터 해적의 자질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독특한 면접을 보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이력서는 그 사람이 과거에 이룬 것만 알려줄 뿐이므로 이력서 따위에 신경 쓰지 않았다. 면접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뒀다. 때로 잡스는 지원자의 말을 듣기보다 ‘애플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데 시간을 쏟기도 했다. 그들이 하는 말보다 반응을 보기 위함이었다. 그렇게 독특하게 모인 반항아, 사회 부적응자, 말썽꾼, 네모난 구멍 속의 둥근 못 같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한 곳이 애플이었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스티브 잡스의 지극히 개인적인 면까지 곁에서 지켜봐 온 저자는 리더의 역할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으로 힌트를 얻어 자신의 팀을 잡스의 팀처럼 변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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