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눈앞의 현실 탕누어 지음 / 김영문 옮김 / 흐름출판 / 30,000원 ‘역사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은 무엇을 생각할까? 또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타이완 최고의 문화비평가이자 전방위학자로 인정받고 있는 탕누어가 춘추시대의 역사서인 ‘좌전(左傳)’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좌전’에 담긴 세계상과 문화, 국가의 흥망성쇠와 개인의 욕망 등에 얽힌 역사적 사례를 재연하고 해체하여 이제껏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탕누어는 2000여 년 전에 벌어진 역사적 사건에 자신만의 인문학적 지식을 투영함으로써 시간과 공간을 허물어 지나간 역사를 지금 눈앞의 현실로 이끌어내어 우리에게 깊은 사유와 통찰의 시간을 제공한다. ‘좌전’에 담긴 세계상과 문화, 국가의 흥망성쇠와 개인의 욕망과 파멸 등에 얽힌 역사적 사례를 재연하고 해체하여 이제껏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인간은 눈앞의 일을 주목하면서 동시에 시간의 흐름에서 탈출해 어떤 먼 곳에 자리 잡고 교차하고 연속되는 시선으로 자신의 위치와 전체를 조망한다. 거기에서 어떤 의미를 찾기 위한 행동이야말로 역사의 흐름에서 인간이 길을 잃거나 헤매지 않고 똑바로 나아가게 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나를 찾아가는 철학여행 유헌식 지음 / 북스코프 / 13,800원 흔들리는 나를 위한 근본의 처방전이 나왔다. 어떻게 나는 비로소 진정한 내가 되는가? 내가 일상의 문제에서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스로 반성도 하고 누구에게 위로도 받지만, 왜 삶은 별로 나아지지 않는가? 이 책은 스스로 생각하고 반성하고 행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간명하게 진단하고 철학이 해결의 실마리가 된다고 말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철학의 언어에도 이 책이 흔들리는 나에게 위로로 다가오는 것은 현재의 부족한 나를 감싸 안는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어떠한 ‘경험’이 나를 성장시키는지, 세상을 어떠한 ‘관점’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욕구’를 어떻게 적절히 충족시킬지, 어떻게 아름답게 ‘사랑’할는지, 어떠한 때 나는 진정으로 ‘자유’인지 등 10개의 장에서 꼬리를 물면서 제시되는 일상의 물음들은 ‘나’의 삶을 관통하며 새로운 출구로 향해 간다. 또한 일상의 문제 상황을 철학으로 사유하는 여행이 끝난 뒤에도 ‘행위’를 당부한다. ‘행위’가 잇따르지 않는다면 이 ‘철학여행’은 ‘이야기’에 그치고 만다는 강력한 경고이다. 이 책은 ‘나’에서 출발하여 ‘너(타자)’를 지나 ‘새로운 나’에 이르는 ‘철학여행’이다.
리스본 박종호 지음 / 풍월당 / 16,000원 땅이 끝나고 다시 바다가 시작되는 곳 ‘리스본’. 풍월당에서 현존하는 가장 깊이 있는 리스본 가이드북을 만들었다. 풍월당의 ‘리스본’을 읽으면 도시 리스본은 그냥 구경하기 좋은 도시가 아니라 끝없이 이어지는 이야기들로 변한다. 그저 멋진 건물들이 늘어선 관광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어떤 사람들이 어떤 역사를 쌓아왔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여행자가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은 다른 어떤 가이드북에서도 만날 수 없는 남다른 정보를 풍부하게 보유하고 있다. 여행 포털 사이트에서 찾을 수 없는 파두하우스(파두 공연장)의 특징과 세세한 목록, 이미 유명한 카페나 식당은 물론, 현지인이 사랑하는 맛집과 골목 어귀에 숨은 좋은 카페들의 목록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하다. 간단한 투어 경험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리스본’만의 특징이다. 이 책은 풍월당이 추천하는 코스를 따라 걸어가면서 만나는 순서대로 구성되어 있다. 일종의 예비 여행으로서 이 책을 순서대로 읽는 경험은 곧 여행의 순서를 따라가는 것과 같다. 예술을 사랑하는 여행자들에게 ‘리스본’은 대체할 수 없는 가이드북이 될 것이다.
오천 번의 생사 미야모토 테루 지음 / 송태욱 옮김 / 바다출판사 / 12,000원 때때로 죽음은 가까이 있다. 어떤 기억은 삶을 짓누른다. 일본 순문학의 진수를 보여준다고 평가받는 미야모토 테루가 죽음과 기억 그리고 삶에 대해 써 내려간 단편집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영화화해 더 유명해진 ‘환상의 빛’과 서간체 소설인 ‘금수’ 등 그가 작품마다 보여준 애절하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은 그를 일본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미야모토 테루 특유의 서정성은 단편집 ‘오천 번의 생사’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죽음이라는 흔하고도 무거운 주제를 미야모토 테루는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와 가슴을 울리는 문장으로 풀어낸다. 아홉 편의 이야기 속 현실은 하나같이 무겁다. 부모님의 죽음, 빚, 실패가 들러붙은 삶이다. 주인공들은 그런 현실을 극복하려 들기보단 그저 묵묵히 계속 이어나갈 뿐이다. 미야모토 테루는 그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미야모토 테루의 서정적이지만 절제된 문체는 담담하기에 우울함에 빠지지 않고 차갑기에 그 안에 숨겨진 따스함을 드러내 보인다. 죽음과 무거운 기억에 떠밀려 앞으로 나아가는 삶에게 마음을 물들이는 문장으로 담담하게 위로를 전하는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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