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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한 유년의 기억으로 행복이 넘실대는 그림을 그리다

정미애 화백 | 2019년 03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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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언제나 예술가들의 뮤즈가 되어왔다. 경북 울진도 마찬가지다. 경상북도 북동쪽 끝에 위치한 울진은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태백준령과 동해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특히 울진은 금강소나무가 유명하다. 주로 태백산맥에 자리하고 있으며 붉은 빛을 띠고 있어 초록의 숲을 더욱 눈부시게 만든다. 최근에는 ‘금강송’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울진을 상징하는 나무가 됐을 정도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정미애 화백의 고향이 바로 울진이다. 그의 그림 속에 유난히 금강소나무가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금강소나무를 비롯해 파도, 갈매기, 물고기, 꽃, 나비, 잠자리, 파랑새 등 정미애 화백의 그림은 이처럼 아름다운 자연풍경으로 넘실댄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아름다운 자연을 화폭에 담고 있는 정미애 화백을 만났다.

그는 어렸을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고, 실제로 두각을 나타내던 학생이었다. 울진에서 열리는 그림대회에 나가기만 하면 수상은 그의 몫이었다. 이에 부친이 대한민국 미술의 메카라는 서울 인사동까지 올라가서 물감을 사 정미애 화백에게 선물로 줬을 정도다. 이러한 부친의 아낌없는 지지와 그림 자체를 좋아하는 정미애 화백의 성향과 재능이 더해져 그는 동국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를 졸업하고 본격적인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서울과 파리를 넘나들며 개인전 7회를 개최한 것은 물론 총 120여회의 전시를 연 바 있다. 2016년에는 광화문국제 아트페스티벌 ‘올해의 작가상’ 2018년 프랑스 그랑빨레 살롱 앙데팡당전에서 ‘올해의작가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기도 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위원, 싱가포르 한국작가 초대전 조직위원장, 서대문미술협회 초대회장, 한국미술협회, 광화문아트포럼, 신기회 회원, 국제앙드로말로협회(AIAM) 회원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오는 4월 3일 세종문화회관 세종미술관에서 열리는 ‘2019 올해의 작가 초대전’에 참가하고, 6월 26일에는 문화 예술의 메카인 인사동 베를린 미술관에서 개최되는 ‘제1회 살롱 앙데팡당 한국전’에 참여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짙어지는 유년의 추억
“나이를 먹으니 고향에 계신 엄마가 더 그리워집니다. 후포리 바닷가에 아버지가 직접 지으신 파란 대문 집과 엄마가 마당에 정성들여 키운 화초들도 자꾸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대문 옆에는 저보다 키가 컸던 해바라기가 있었고, 월송정의 소나무 숲은 온통 저의 놀이터였습니다. 반나절은 스케치북을 끼고 소나무들을 쉴 새 없이 그려보기도 하였고, 모래사장에서 동네 아이들과 뛰놀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비오는 날은 송진 냄새가 스멀스멀 올라왔는데 그 냄새가 지금도 익숙합니다. 저의 고향 울진은 이처럼 사계절이 무척이나 아름답습니다. 그 아름다운 고향으로 돌아가는 꿈을 꾸며 오늘도 붓을 들어봅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에 정미애 화백이 겪은 소소한 일상들은 그의 미적 감수성을 키워내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정미애 화백의 창작의 원천에는 그때의 추억이 자리하는 까닭이다. 동해의 맑은 바닷물과 금강소나무와 같은 소재가 그의 그림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건 정미애 화백이 우리 주변에 있는 가장 현실적인 것만을 화폭에 담고자 하는 신념이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연을 비현실적으로 변환하여 회화적인 아름다움으로 재해석하는 건 정미애 화백이기에 가능한 미적 기교일 것이다. 이윽고 현실과 비현실적인 공간을 아우르는 정미애 화백의 작품세계는 경쾌하고 낙관적인 이미지로 형상화돼 감상자들에게 공감 이상의 감동을 전한다.

아델라 정(Adela Jung) 미술관을 짓고 싶다 
정미애 화백의 최근 작품 경향은 금강소나무에 보다 혈안이 되어 있다. 금강소나무를 매개로 자연의 힘찬 생명력을 화폭에 불러오고 있는 것이다. 한 그루의 소나무를 보고 있으면 강인한 아버지의 풍미가 느껴지고, 이 소나무들이 숲을 이루면 숭고한 어머니의 품속같이 고결하고 따뜻해진다. 이를 통해 관람객들은 좀 더 편안하게 그의 작품을 찾아보고 감상할 수 있다. 자연의 힘찬 생명력과 생명의 에너지를 담은 소나무는 이와 같은 단순함과 간결함으로 누구에게나 친숙함이라는 감정을 선물한다.
“사람은 죽으면 흙이 됩니다.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죠. 한번은 제가 쓰러진 적이 있었습니다. 숨이 막힐 정도의 공포였죠. 제가 미술의 공백기를 가지려고 할 때쯤 벌어진 일입니다. 그 결심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 아주 단시간에 찾아온 공황장애였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못했을 때 저의 모든 세포가 심장을 공격하더군요. 심장이 멈춰버리는 상황이었습니다. 모든 걸 다 버리고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해야 살 수 있는 운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 이후 지금까지 오로지 그림만 그리며 살고 있습니다. 20대의 열정으로 앞으로도 그림을 그려가겠습니다.”
정미애 화백의 작품에 생명의 에너지가 가득한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에게 있어 그림은 생명과도 같기 때문이다. 그림을 안 그리면 죽는 병을 앓는 정미애 화백은 그림다운 그림을 남긴 작가로 남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모든 걸 버리고 그림을 선택한 만큼 천년이 지나도 그의 그림에는 생명력이 넘치기를 염원하고 있었다. 소나무처럼 대중에게 다가감에 있어 정미애 화백은 스스럼이 없다. 그런 그가 멀지 않은 미래에 그의 또 다른 이름을 딴 아델라 정(Adela Jung) 미술관을 지어 여러 사람들과 미술을 넘어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소중한 공간을 만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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