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우양산 장인 미셸 오르토와 한국의 권중모, 김용호 작가의 작품을 함께 소개하는 <Summer Bloom> 전시가 화제다. 이번 전시는 일상에서 친근하게 사용해오던 우산과 양산을 공예 작품으로 접근하여 세계에서 가장 많은 18-20세기 컬렉션을 보유한 오르토의 앤티크 소장품과 우산과 관련한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 및 영상 등을 통해 당시 시대상과 문화적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 세계 유일무이한 우양산 장인 미쉘 오르토는 지난 30년 동안 역사적이고 독특한 우양산을 수집하고 복원해오며 이를 재해석하거나 시대를 아우르는 현대적인 작품을 제작해왔다. 이전에는 오트 쿠튀르 패션하우스에서 코르셋 복장과 영화, 연극 의상과 소품을 제작하고 복원하는데 힘써오다 2008년 자신의 이름으로 파라솔 공방을 설립하면서 우산 장인의 길을 가게 된다. 2011년에는 프랑스 정부에서 뛰어난 기술력과 전통, 장인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지역 대표 기업에 수여하는 인증 마크인 ‘현존하는 문화유산’을 부여받게 되고, 2013년 프랑스 문화부로부터 장인의 최고 영예인 ‘메티에르 아트’를 수여받았다. 아시아에서는 처음 소개되는 미셸 오르토의 18-20세기 우양산 컬렉션은 갤러리 2층과 3층에 국내 작가의 작업과 함께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과거 우산은 비를 피하기 위한 기능보다는 사회적인 신분을 드러내는 물품으로 혼례품으로 거래되거나 집안의 가보로 물려받는 재물과 같았고, 여성들의 사교모임에서 우산의 독창성은 우아함을 과시하는 기준이 되기도 했다. 당시에도 프랑스 우산은 다양한 스타일과 독특한 기법으로 높이 평가받아 세계 곳곳으로 수출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다수의 우양산에서는 시대별로 달라지는 다양한 스타일의 장식 등의 우산 디테일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특히 3층 전시장에서 오르토의 앤티크 컬렉션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인 접이식 우산을 볼 수 있다. 처음으로 ‘접이식 우산’을 개발한 마리우스의 원작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희귀한 작품이다.
마리우스는 루이 14세의 특명으로 1740년 접이식 우산을 개발하게 되고, 이런 종류의 모든 포켓 우산에는 그의 마크가 붙었다. 그 외에도 상아, 고래 뼈, 코뿔소 뿔, 산호를 비롯하여 각종 보석으로 장식한 조각적 디테일과 희귀한 소재의 우산 손잡이들을 모아놓은 컬렉션도 눈길을 끈다. 단순히 장식성에서 더 나아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호신용 기능과 시계가 달린 경첩식 핸들의 우산 등 실용적인 추가 기능들을 통해 당시의 생활 문화를 이해해 볼 수 있다. <Summer Bloom> 전시에서는 오르토의 컬렉션과 국내작가와의 협업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적인 소재와 공예 방식을 바탕으로 현대적인 조명 작업 및 공간 설치 작업을 선보이는 권중모 작가는 <겹>이라는 제목의 한지 조명작품을 설치하고, 갤러리 3에서는 김용호의 작품 제주의 사계를 모티브로 제주의 풍경이 담긴 영상과 사운드 작업 <blow blow blow>를 선보인다. 한국의 전통적인 소재 한지 그리고 제주의 풍경이 서구의 공예품과 어우러져 동서양 그리고 고전과 현대의 미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으로 구현될 전망이다. 아넥스 3층에서는 브로셔, 잡지, 포스터 및 서신과 같은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소개한다. 당시 판매를 위해 제작되었던 1800년대 후반, 1900년대 초반의 백화점 카탈로그 20여점에서는 남녀노소를 위해 제작된 다양한 우산 디자인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작가의 인터뷰 영상과 프로덕션 영상을 함께 전시함으로써 작가의 작품세계와 영감에 대한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게 구성한다. 아넥스 2층은 코스튬 디자이너이자 우산 복원전문가로 활약하는 오르토의 그간 작업들을 영화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영화와 뮤지컬의 소품으로 제작된 우산들을 실제 영화 클립과 같이 선보이며 실제 작품의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는 공간으로 관람객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Summer Bloom> 전시는 현대문명에서 대량으로 생산되고 소비되는 물건 중 하나인 우산에 중점을 두어 시대별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기능과 용도를 추적해나가고, 당시 공예가들의 예술성을 소개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와 같이 우산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비롯해 섬세한 섬유와 각종 독특한 소재의 활용, 희귀한 손잡이의 조각적 디테일 등에서 나타나는 장인 정신은 일상생활의 일부였던 대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창조물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한다. <Summer Bloom> 전시는 오는 9월 19일까지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