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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가 영감을 만난 그 순간으로 돌아가다

<더 뮤즈: 드가 to 가우디> | 2019년 11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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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뮤즈.jpg

예술가의 영감이란 언제나 신비로운 존재다. 우리는 그들이 언제 어디서 그토록 위대한 작품을 만들어낼 원동력을 얻는지, 또는 그릴 수밖에 없는 눈부신 아름다움을 만나는지 궁금해하지만 오래 전의 예술가에게 직접 말을 건넬 수도 없고, 액자 속 그림만으로 추측하기엔 역부족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직접 예술가가 영감을 만난 '바로 그 순간으로 돌아가, 그가 무엇을 보고 느꼈는지 경험해본다면 어떨까? 이 전시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했다.

서울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전시장(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리고 있는 <더 뮤즈: 드가 to 가우디>(이하 '더뮤즈')는 이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는 전시다. 지난해 72일간 10만 명을 모았던 <그대, 나의 뮤즈>의 속편인 이 전시에서는 더 많은 예술가가 등장하고, 규모도 더욱 커졌다. 또한, 이번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수많은 예술가가 영감을 얻었던 '시대'에 주목한다. 바로 서양 문화사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19세기다.

우리는 유명한 서양회화의 거장들을 익숙한 시선으로 바라보지만, 이들의 시대에 이들의 방식과 관점은 커다란 혁신이었다. 가우디는 깨어진 타일 조각에서 기상천외한 아름다운 건축물을 빚었고, 쇠라는 과학을 이용하여 빛이 가진 색들을 펼쳐 놓았다. 칸딘스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음악을 눈에 보이게 만들었으며, 밀레와 고흐는 산업혁명의 과정에서 모두가 등한시한 농촌의 노동에서 의미를 찾았고, 무하는 길거리에 전시를 연다는 사명감으로 광고 포스터를 그렸다. 그들은 눈앞의 아름다움이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를 영민하게 관찰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대의 초상을 남겼다. 이들을 맹목적인 존경의 대상이 아니라, 이들의 영감을 주의 깊게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더뮤즈>19세기 예술을 대표하는 거장 9인의 대표작 100여 점을 오늘의 방식을 활용해 선보인다. 단지 생생한 그림을 보여주기 위해 기술을 가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그림의 재료나 매체에 민감했던 19세기의 예술가들이 지금 이 시대에 살았다면, 자신의 작품세계와 메시지를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서 무엇을 했을지 고민했다.

가우디의 건축물로만 이루어진 공간 위로 달이 뜨고, 우리는 그가 미처 다 짓지 못하고 떠난 환상적인 도시의 꿈을 꾼다. 또 농부의 화가 밀레가 되어 3D 영상으로 재구성한 바르비종의 풍경 속으로 걸어 들어가, 그가 그리고자 했던 성실한 땀방울의 아름다움, 근면한 농부들을 직접 만난다. 또한 19세기 파리의 한 극장에 앉아, 마티스와 드가가 지금도 살아 있었다면 직접 만들었을지도 모를 공연을 감상한다. 발레리나의 화가로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표현 방식과 매체에 민감했던, 누구보다 현대적인 화가 드가, 그리고 건강 악화로 붓을 들기 어려워지자 색종이를 오려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낸 마티스, 그들의 발레리나와 종이 조각들이 현대의 영상 기술로 되살아난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체험형 미디어 아트 전시를 지향하는 <더뮤즈>는 일방적으로 나열된 명작을 주입식으로 감상하는 전통적인 관람방식을 탈피한다. 관람객들은 스스로 오감을 이용해 거장의 작품세계를 경험하고 숨겨진 이야기를 찾아낸다. 기술로 인해 예술 본래의 매력이 더욱 빛나는 전시,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신개념 미술 전시가 바로 <더뮤즈>라고 할 수 있다.

<더뮤즈>는 예술 작품을 눈으로 바라보는 것에 멈추지 않고, 오감을 활용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 미술은 더 이상 시각 이미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뮤즈>에 참여한 최고의 미디어 아티스트들은 키네틱 센서를 활용해 최첨단 인터랙티브 아트를 선보인다. 관객들은 움직임에 따라 반응하고 변하는 작품의 모습을 보면서 작품의 세계로 다가설 수 있다.

색채는 건반이라고 했던 칸딘스키의 그림은 전시장에 놓인 커다란 건반에 의해 변화하고, 쇠라의 수많은 점묘를 해치며 쇠라의 그림들을 만난다. 알폰스 무하의 아름다운 아르누보의 패턴들을 내 몸에 새겨보기도 하고, 바람개비를 불면 화가들이 남긴 멋진 명언들을 소환할 수도 있다.

<더뮤즈>의 관객들은 빼어난 기술로 표현한 예술 작품들을 황홀하게 감상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본 작품들과 함께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조형물과 아카이브는 예술가의 영감과 작품의 연관성, 그림 뒤에 감추어진 이야기들, 그들이 살았던 19세기의 빛과 그늘 등 전시의 서사를 놓치지 않도록 돕는다.

밀레와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평생 밀레를 인생과 그림의 스승으로 모셨던 반 고흐의 이야기, 현대의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에 큰 영향을 끼칠 만큼 아름다운 상업포스터 작업으로 대성공을 거두었지만, 조국을 위해 가시밭길을 걷기로 선택한 알폰스 무하, 그리고 마침내 완성해낸 대작 <슬라브 대서사시>의 이야기는 관객의 흥미와 감동을 동시에 사로잡기 충분하다.

예술가들은 급변하는 시대를 매 순간 놀라운 시선으로 관찰하고 삶의 다채로운 풍경을 온몸으로 부딪혀 경험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영감이 되어 오늘날 위대한 작품으로 남았다. 영감은 언제나 나를 둘러싼 세상 속에 있으니 반드시 오늘을 소중히 여기라는 그들의 메시지는 관객의 가슴 속에 따스한 감동을 남길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SNS에 공유할 사진을 찍기 위해 전시장을 찾는 관객들도 <더뮤즈>를 통해 미술과 예술문화에 대한 작은 마음의 움직임을 가지고 전시장을 나서게 되기를 희망한다. 전시는 내년 216일까지 계속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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