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은 65세 이상의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7% 이상일 때 고령화 사회라고 규정한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65세 이상의 인구 비율이 14%를 넘어서면서 고령화 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 이렇듯 우리나라는 고령화 사회에서 고령사회로 바뀌는 데 17년이 걸렸고, 고령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변화하는 데 불과 10년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속도로 우리 사회는 초고령화 사회로 성큼성큼 나아가고 있다. 이처럼 노후 이슈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지난 7월 완공돼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된 ‘실버효적심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용인 동도사가 불자를 비롯한 모든 중생의 노후생활 복지를 위해 마련한 실버효적심원은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드는 이 시점에서 새로운 생활공동체로 각광받고 있다. 동도사 도원혜성 스님을 만나 문화와 복지가 한데 어우러진 실버효적심원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용인 동도사에서는 실버효적심원의 개원 법회를 지난 8월 31일 봉행했다. 실버효적심원은 동도사 도원혜성 스님이 불자 복지 실천을 위하여 지난 2012년부터 조성하기 시작해 올해 7월 완공됐다. “부처님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스스로 행복을 찾는데 기원이 있습니다. 작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우리 스스로가 만들어야 한다는 걸 꼭 알아야 합니다. 실버효적심원은 제가 부처님 말씀을 실천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일환에서 지어졌습니다. 행복을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 작고 소박한 행복을 찾아 노후에도 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실버효적심원입니다.” 그리하여 세상에 공개된 실버효적심원은 약 360평 부지에 3층 규모로 들어섰다. 1층에는 체력단련장과 물리치료실을 비롯한 다양한 부대시설이 있으며, 2층과 3층에는 각 14실씩 총 28실의 요양시설이 갖춰져 있다. 각 층마다 간호원실이 마련되어 있고, 28실 모두 1인 1실로 운영되고 있어 향후 모든 중생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요한 마음으로 평온하게 산다 “실버효적심원은 어떻게 보면 노인들을 위한 새로운 공동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를 통해 서로 의논하고 의지하고 부족한 점을 채워주고 보완하는 것이죠. 즉, 공동체를 형성하여 고요한 마음으로 평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실버효적심원입니다. 물론 무료로 해드려야 하는 게 마땅하지만, 재정적인 상황으로 인해 부득이 유료로 운영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어르신들을 지극한 효성으로 모실 수 있는 고요한 안식처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어르신들이 내시는 생활비를 가지고 공동체를 운영하여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삶을 만들어드리는 게 저희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실버효적심원은 고요할 적(寂)과 마음 심(心)을 사용해 이름이 붙여졌다. 즉, 고요한 마음으로 평온하게 산다는 뜻으로, 작지만 성취 가능한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추구하는 동도사 도원혜성 스님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이곳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숙식은 물론 여가 및 건강을 위한 모든 시스템이 완비됐다. 특히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갖춰져 있는 것은 물론 건강을 되찾을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어 걷기 및 명상을 통한 삶의 회복을 돕고 있다. 이처럼 실버효적심원은 어비리 이동저수지를 바라볼 수 있는 조망권과 함께 조선소나무 군락지인 갈마산을 등에 업고 있어 풍수지리적으로 천혜의 명당으로 꼽힌다. 고요한 마음으로 평온하게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이다. 동도사 도원혜성 스님은 “실버효적심원은 문화와 복지가 가장 잘 접목되어 있는 곳이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실천하는 복지실버타운”이라면서 “불편한 점이 있다면 공동생활로 의견을 모아 어르신들이 원하는 만큼 해드릴 수 있는 시스템을 지향한다. 철저히 어르신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운영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후까지 책임지는 실버효적심원 실버효적심원은 결코 불자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다. 불자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에게 활짝 문이 열려 있다. 여기에 더해 산 자와 죽은 자가 함께 하는 공간을 추구한다. 입주자의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면 망자의 영혼을 위하여 정성을 다한 의식을 동도사 도원혜성 스님이 진행하는 이유다. “동도사에는 현재 납골봉안당 800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모든 중생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을 꿈꾸기 때문입니다. 같은 맥락에서 실버효적심원에서 평온한 삶을 살다가 돌아가시면 49재와 납골을 다 해드리고 있습니다. 동도사에 기본적으로 납골시설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어르신의 마지막을 기꺼이 함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입주할 때 보증금의 50%를 자손들이 찾아갈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실버효적심원은 고요하고도 평온한 삶은 물론 사후까지 책임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살아서만 내 방이 있는 게 아니다. 사후에도 내 방이 있고, 실버효적심원에서는 이를 끝까지 책임지고 있다. “우리가 보통 살았을 때나 우리 집을 갖고 산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후에도 집은 필요합니다. 어쩌면 사후에 모실 수 있는 공간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실버효적심원에서는 앞으로도 입주민의 사후까지 책임지는 복지실버타운이 되겠습니다.” 동도사 도원혜성 스님은 실버효적심원 운영 외에도 천안교도소 교정협의회 회장으로 오랜 세월 교화 활동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매년 관내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에게 생활필수품 및 사랑의 김장김치를 전하고 있다. 이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가득한 세상을 만들려는 동도사 도원혜성 스님의 부단한 노력의 일환이다. 도원혜성 스님의 인생 철학이 깃든 실버효적심원에서 많은 이들이 삶의 안식을 느껴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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