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가 지난달 14일 개막하여 오는 3월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작가 김광탁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사실주의 연극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물 흐르듯 담담하게 끌고 나가는 작가의 솜씨가 돋보인다’, ‘살 냄새 나는 작품이다’라는 심사평을 받으며 제6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2013년 신구, 손숙이라는 연극계의 두 거장과 함께 초연된 이 연극은 두 노장의 인생을 담은 연기로 전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고, 이듬해 앙코르 공연까지 이어갔다. 2016년, 차범석 선생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그를 기리기 위한 추모 공연으로 다시 한번 무대에 올랐으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기나긴 여운을 주는 작품“이라는 호평 속에 막을 내렸다. 이번 공연 역시 지난 시즌에 이어 신구와 손숙, 최명경, 서은경 배우가 함께 하며, 아들 역에는 조달환 배우가 새로이 합류한다. 손숙은 “늘 다시 한번 해봤으면 했던 작품을 다시 하게 되어 행복하다”라며, 이번 공연에 대한 설렘을 드러냈다. 신구는 “이 작품은 참 힘든 공연이지만 할 때마다 관객들이 좋아해 주셔서 늘 보람을 느낀다. 오랫동안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손숙 배우와 함께하니 기쁜 마음으로 출연을 결심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관록 있는 배우들이 펼치는 섬세하고도 밀도 높은 연기는 겨울의 끝자락, 관객들에게 잔잔한 여운과 그리움을 남긴다. 이렇듯 간암 말기의 ‘아버지’역을 맡은 신구, 그리고 가족을 위해 한평생 희생하는 ‘어머니’역을 맡은 손숙은 다시 한번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하고 있다. 거친 호흡, 공허함과 쓸쓸함을 담은 눈빛, 떨리는 눈꺼풀만으로도 객석에 감정이 오롯이 전해지는 두 거장의 연기를 300석 내외의 소극장에서 가까이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관람의 의미가 있다. 아들 역에는 섬세하고도 애절한 감정 연기로 일명 ‘극세사 연기’라는 호평을 받아온 조달환 배우가 합류했다. 조달환과 신구는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에서 아버지와 아들로 출연한 바가 있어, 이미 완성된 호흡이 기대되는 만남이다. 지난 시즌에 푼수 같지만 미워할 수 없는 ‘며느리’역으로 호평받았던 서은경과 푸근하고 정 많은 이웃집 아저씨 ‘정씨 아저씨’역에 최명경 배우도 이번 시즌에 다시 한번 무대에 서며 또 한 번의 완벽한 무대를 예고하고 있다. 아버지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의 일상을 덤덤하게 묘사하고 그 안에서 부모 자식간의 사건과 가족들이 기억하는 지점들을 섬세한 이야기로 풀어나가면서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드라마틱한 사건 위주의 자극적 이야기는 아니지만 끊임없이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으로 연극 <아버지와 나와 홍매와>는 ‘디테일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켜준다. 더불어 삶과 죽음의 경계, 기억과 망각의 경계, 과거와 현재의 경계는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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