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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은 지난해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 영화사에 길이 남을 기념비적인 역사를 써 내려 갔다. <기생충>은 한국영화 최초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황금 종려상,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제73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각본상,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마침내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 장편 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한국영화의 저력을 전 세계에 과시했다. 이렇듯 기존 장르의 틀에 갇히지 않은 새로운 이야기로 한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기생충>에서 배우 조여정의 활약은 눈부셨다. 조여정은 영화 <방자전>과 <후궁> 등을 통해 이미 대중에게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하지만 기존 그녀의 대표작품이라 할 수 있는 영화 속에서 관객은 아직 조여정의 매력을 절반도 못 봤을지 모른다. 영화 <인간중독>에서 진지한 장면의 공기를 뚫고 올라오는 그녀만의 묘한 기운을 감지한 봉준호 감독의 러브콜로 <기생충>의 ‘연교’가 된 조여정은 험한 일을 겪어본 적 없는 ‘연교’ 특유의 순수함을 관객에게 전달하며 예상외의 순간에 웃음을 안기는 데 성공했다. 아울러 자신은 철저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가장 순진한 그녀로 인해 영화 속 스토리 전개는 탄력을 얻는다. 능청스러운 연기가 빚어내는 웃음, 극을 쥐락펴락하는 여유는 우리가 이제껏 알지 못했던 그야말로 새로운 조여정이었다는 평이다. 봉준호 감독 역시 <기생충>의 1등 공신으로 송강호도 이정은도 아닌 조여정을 꼽았을 정도다. 물론 어느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이 모두가 최고의 영광을 만들어 낸 영화적 동반자였지만 굳이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봉 감독은 조여정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캐스팅 단계에서도 ‘연교’ 역할의 다른 후보자는 전무했다고. ‘연교’ 역할은 조여정 아니면 완벽하게 소화할 수 없다고 확신한 봉준호 감독은 그녀에게 러브콜을 보냈고, 그녀 역시 봉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연기로 화답했다. 조여정은 “배우라면 누구나 봉준호 감독님의 작품에 출연하고 싶죠. 저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그런데 그게 배우 마음대로 되는 게 결코 아니잖아요. 그래서 저는 빠른 포기를 택했죠. ‘난 안되겠다’ 싶었던 거죠. 봉 감독님 영화를 보면 제 또래 여배우가 할 수 있는 배역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까요. 그래서 포기하고 살고 있었는데, 말도 안 되게 먼저 저한테 연락을 주셨어요”라고 캐스팅 당시를 회상했다. 그녀가 맡은 ‘연교’라는 역은 극 중 ‘박 사장’(이선균)의 아내다. ‘연교’는 아이들 교육과 고용인 채용, 관리 등 가정일을 전적으로 맡아 책임진다. 성격이 심플하고 좋게 말해 순진해서 남을 잘 믿지만 정작 본인은 그런 점을 모른다. 미술 영재 같으면서도 몹시 산만하고 엉뚱한 둘째 다송이가 제일 고민일 뿐이다. 조여정은 이렇듯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남편의 성공으로 부잣집 안주인이 된 여자의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함과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허영심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해냈다. 이러한 그녀의 반전 매력은 ‘연교’의 극 중 존재감을 배가시켰다는 평이다. 조여정은 <기생충>의 ‘연교’ 역으로 국내 최고 권위의 제40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녀는 이 자리에서 “배우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와 사랑을 받게 되는 캐릭터는 다른 것 같아요. 그런데 <기생충>의 ‘연교’는 제가 진짜 많이 많이 사랑했거든요. 너무 훌륭한 영화고, 많이 사랑도 받아서 그 자체로도 굉장히 좋았는데 이렇게 큰 상까지 받게 돼서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아요. ‘연교’를 만나게 해주신 봉준호 감독님 감사드리고요. <기생충> 가족들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수상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또한 조여정은 연기에 대해 인상적인 정의를 내렸다. “어느 순간 연기는 그냥 제가 짝사랑하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언제든지 버림받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항상 연기를 짝사랑해왔던 것 같아요. 이러한 제 마음가짐이 그간의 연기 인생을 지탱하게 해준 원동력이 아니었나 생각해요” 자신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았다고, 아카데미 4관왕의 주역이라고 절대 연기에 대한 자신의 사랑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겠다는 배우 조여정. 늘 지금처럼 씩씩하게 연기를 짝사랑해가기를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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