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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미술관에서는 2007년 <김주호, 박한진, 이건용-쉬지 않는 손, 머물지 않는 정신> 전시를 필두로 ‘작가 재조명’이란 취지의 기획전을 꾸준히 열어 왔다. <신성희-한순자(2009)>, <김차섭, 전수천, 한애규-긴 호흡(2014)> 등 2인전 또는 3인전의 형식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새로이 조명할 가치가 있는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작가 정신과 시대정신을 부각시켜 살펴보았으며, 2018년 <황창배-유쾌한 창작의 장막>전을 통해 한 작가의 세계관과 작품 세계를 보다 심도 있게 들여다보고자 개인 회고전의 형식으로 기획한 바 있다. 이번 작가 재조명전은 ‘요절한 천재 조각가’ 류인(1956.7.20-1999.1.11)의 일대기를 펼쳐 보인다. 2019년은 류인이 타계한 지 20년이 되던 해였다. 새천년을 1년도 채 남겨두지 않은 1999년 겨울, 맹렬히 타오르던 한 예술혼이 황망히 사그라졌다. 류인은 홍익대 및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하였고, 전통적 방식으로 인체를 다루면서도 현대적인 표현을 구사하여 한국현대 구상 조각의 독보적 작가로 명성을 쌓아가던 중 43세의 나이로 요절하였다. 그는 10여 년의 비교적 짧은 작품 활동을 통해 70여 점의 조각 및 설치 작품을 남겼다. 이번 전시는 1983년 대한민국미술대전 및 목우회 공모전 특선을 수상하면서 본격적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한 때로부터 1997년 병마로 인해 작업을 중단하기까지 약 15년간의 예술 세계를 망라하였으며, 그 이전의 연습기와 작가가 일생 동안 천착했던 주제들에 대한 고민과 실험의 흔적들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로 아카이브 전시를 구성하였다. 이번 전시는 ‘파란에서 부활로’라는 부제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류인의 인생과 작품 세계를 축약하였다. <파란Ⅰ(1984)>은 대학원 재학시절 제작한 작품으로 이전의 인물 전신상과는 다른 파격적인 형상을 보여 ‘류인스러운’ 작업의 시작을 선언하는 의미를 담았다. 파란(波瀾)은 보통 고난이나 시련을 뜻하는 말로 쓰이나, 이 작품에서는 깨어진 알(破卵)을 의미한다. 알을 깨고 나오는 것처럼, 작가는 자아를 속박하는 것들을 벗어나 항상 깨어 있고자 하였고 그 깨달음을 조각을 통해 전하려고 하였다. <파란Ⅰ>을 기점으로 류인은 기존의 구상 조각의 어법을 과감히 탈피하여 인체를 생략∙왜곡하거나 오브제로 대체함으로써 신체성을 벗어난 정신적 자유로움을 형상화하였다. 이러한 류인의 등장 자체가 당시 미술계에서는 하나의 파란을 일으켰다고도 할 수 있다. 한편, 1993년 <부활>로 명명된 일련의 작품들에서 보듯 ‘부활’은 류인이 말년에 집착했던 작업의 주제이자 작가의 염원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병약했던 작가는 이따금 자신이 “마흔을 넘길 수 있을까” 혼잣말을 하곤 했다. 삶의 짧음을 예감했던 작가는 쫓기듯 시간과 싸우며 오로지 작업에만 몰두했다. 어쩌면 류인은 불후작을 남김으로써 영원한 부활을 꿈꾸었던 것은 아닐까. 류인은 생전에 4번의 개인전을 가졌고, 사후에는 그의 예술적 성취가 잊힘을 아쉬워하는 여러 사람들이 뜻을 모아 8번의 추모전을 가진 바 있다. <류인-파란에서 부활로>는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작가가 알을 깨고 나와 휘몰아치듯 예술혼을 불태우다 홀연히 사라진 지 20년 만에 그가 남긴 분신과도 같은 작품들을 통해 작가 정신을 일깨워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획하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처녀작인 <자소상(1980)>부터 작가 사후에 첫선을 보이는 첫 공모전 수상작 <여인입상(1983)>, 류인이라는 조각가를 강렬하게 각인시킨 화제작 <지각의 주(1988)>와 <급행열차-시대의 변(1991)>, 작명 미상의 유작(1997)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품 30여 점을 엄선하여 보여준다. <류인-파란에서 부활로>는 오는 10월 4일까지 소마미술관에서 개최된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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