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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비추는 거울, 연극

국립극단 | 2021년 02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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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지난 11월 취임한 김광보 신임 예술감독의 새로운 운영 방향을 발표하고 2021년 주요 사업을 공개했다.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는 연극의 가치’ 아래 ‘오늘의 새로운 담론을 수용하는 연극 제작’을 표방하는 국립극단은, ▲공공성 강화 ▲표현의 자유 보장 ▲적극적인 기후 행동 등 3개 운영 기조 아래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여 미래 관객을 맞이한다.
1950년부터 70년간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예술단체로서 국민과 함께해 온 국립극단은, 연극 향유에서 소외되는 국민이 없도록 극단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현장 연극인들이 물리적·심리적으로 보다 안전하고 창의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표현의 자유’ 보장을 위한 사업을 확대한다. 또, 기후 위기의 시대에 연극 제작 과정에서 실행할 수 있는 기후 행동을 적극적으로 실천하여 지구 환경을 생각하는 연극 제작 문화를 정착시킨다.
김광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은 ‘연극은 시대와 사회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연극의 숙명 아래 동시대를 반영한 이야기를 동시대 관객에게 꾸준히 선보여 왔다. 앞으로는 이와 더불어 국립극단이 국민 모두와 예술가에게 열린 공간이라는 사실을 실감하실 수 있도록 운영해 나가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국립극단의 2021년 라인업은 관객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인기작, 동시대 이야기를 무대 위에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는 주목받는 연출가들의 신작, 이제껏 국립극단이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형식의 작품 등 균형감 있게 구성되었다. 2021년 첫 작품은 2월 26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하는 <파우스트 엔딩>이다. 작년 봄 공연 예정이었던 작품으로 연출가 조광화가 재창작·연출하고 배우 김성녀가 ‘파우스트’ 역할을 맡아 많은 기대를 모았으나, 연습 중 김성녀 배우의 부상으로 올해 선보이게 되었다.
4월 9일부터는 국립극단 대표 레퍼토리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이 무대에 오른다. 2020년 한 달간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었으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국립예술단체 공연 중단 지침으로 인해 단 일주일간 공연하며 많은 연극 팬의 아쉬움을 샀다. 올해는 ‘온라인 극장’의 고도화된 영상화 사업을 병행하여 대면 관객뿐 아니라 온라인 관객과도 만날 예정이다.
최근 연극상을 휩쓸며 자신만의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두 연출가 구자혜, 신유청의 신작도 기대할 만하다. 비주류에 관심을 가지고 활발히 활동해 온 차세대 예술가 구자혜의 신작 <로드킬 인 더 씨어터>는 ‘인간’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서 소외된 자연과 동물의 죽음을 극장에서 구현한다.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무장애공연(배리어프리)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신유청의 신작 <엔젤스 인 아메리카>는 미국의 현존 극작가 토니 커쉬너의 대표작으로 초연 시 퓰리처상, 토니상, 드라마데스크상 등 유수의 상을 휩쓸었다. 2부로 구성된 작품을 합치면 장장 7시간 30분이라는 대서사시로, 12월에 1부, 2022년 2월에 2부로 나누어 공연할 계획이다.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반동성애적 분위기의 사회 속에서 신체적, 심리적으로 버텨야 했던 동성애자들의 모습을 현실적인 정치사회와 천사가 현실을 넘나드는 은유적 서사로 풀어냈다.
한국 문학계에 퀴어 서사 열풍을 일으킨 박상영 작가의 소설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는 올해 제작공연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2020년 낭독 쇼케이스를 통해 관객의 뜨거운 호응을 확인했으며, 관객 피드백을 토대로 완성도를 높였다. 4월 15일부터 5월 9일까지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한다. 
한편 이 작품은 국립극단이 이제껏 시도하지 않았던 주제와 형식의 공연을 묶은 프로젝트 ‘SETUP 202(가제)’의 일환으로, 같은 기간 소극장 판에는 초청작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로봇>이 국립극단 마당에는 <당클매다>가 공연되어 서계동 국립극단 전체가 실험과 도전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액트리스 원: 국민로봇배우 1호>, <액트리스 투: 악역전문로봇>은 미래의 로봇 배우라는 설정을 통해 급격한 기술 발달 속에서 연극에 대해 되묻는 1인극으로, 시리즈 두 편을 연달아 공연한다. 2020년 ‘하지맞이 놀굿풀굿’ 쇼케이스로 탄생한 <당클매다>는 우리의 전통 굿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빛과 음악으로 가득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한편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중단됐던 국제 교류 사업도 다시 추진한다. 벨기에 리에주 극장과 협업을 통해 한강 원작, 셀마 알루이 연출의 <채식주의자>, 배요섭 신작 <스트레인지 뷰티>(가제) 등을 벨기에 현지에서 먼저 선보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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