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는 네덜란드의 문화사가 요한 하위징아가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으로 처음 명명한 데서 시작한다.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인 놀이하는 능력의 재정립과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놀이’ 그 자체에 의미를 두고, 과정을 즐기는 것에 주목한다. 그는 인류 대부분의 활동을 노동으로 단순하게 환원시킬 수 없기 때문에 인간의 행위를 ‘놀이’ 중심으로 ‘놀이하는 인간’으로 되돌림으로써 현시대의 비극을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찾기를 바랐다.
전시는 8팀의 제작자, 서정화, 신혜림, 이광호, 이상민, 이준아, 이헌정, 현광훈, NOL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상상’이라는 정신적 매개로 ‘오브제의 변형과 재조합’이라는 행동적 놀이를 보여주며, 각각의 작품은 하나의 유희적 소통을 유발하는 매개체로서 역할한다. 이들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며 각자 쌓아온 기억과 경험을 바탕으로, 저마다의 세계에 대한 새로운 관계와 사용을 위한 낯설지만 즐거운 규칙을 제안한다.
이광호, 서정화, 신혜림은 작가별 반복되는 과정과 다양한 재료들로 구성된 구조들로 하나의 새로운 풍경을 연출한다. 자발적인 행위가 거듭되면서 얻은 감각적 규칙과 질서들을 통해 관계하는 사물을 보여준다. 현광훈, 이상민은 정확하고 복잡한 움직임을 위해 정교하게 구성되고 미묘한 반응을 유도하는 가변성을 지닌 사물을 제작한다. 하나의 사물 안에서 유기적으로 분리·결합하는 운동성을 부여하기 위해 기계의 메커니즘을 섬세하고도 집요하게 엮어간다. 이헌정, 이준아, NOL은 내면 깊숙이 잠재되어 있던 개인적인 기억들을 형형색색의 시각적 표현으로 보여준다. 시각적 표현 및 기술과 결합하여 감각적으로 나타나는 행위의 흔적들을 통해 과정 지향의 작업세계를 펼쳐낸다.
전시 공간은 작품을 독립적이되 관람객 개인의 해석이 가능하도록 유기적으로 배치하여 시각적 감상 너머의 유희와 상호작용을 끌어내고자 하였다. 또한, 다양한 재료를 관람객이 실제로 만지고 느낄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통해 일상 소재의 친근하면서도 낯선 측면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연계 교육프로그램으로 참여자가 직접 놀이방법을 제안해보는 활동지를 배포하고, 이준아, 신혜림, 현광훈 세 작가가 홀로, 짝꿍과, 여럿이 함께 즐기는 놀이방법을 소개하는 온라인 영상을 교육 전용 온라인 플랫폼에서 제공한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미술관은 ‘상상력 충전소’와도 같다”라며, “자신만의 재료와 상상력으로 저마다 즐거운 놀이를 창조하는 8팀의 작가와 작품이 장기간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에게 위로와 새로운 영감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