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전시에서는 대형 프린트로 제작된 꽃의 이미지들 1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각 화면에는 끝이 갈라지며 패브릭 조직이 드러난 꽃잎의 가장자리, 미세한 붉은 점으로 염색물이 잘못 물든 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진 녹색 줄기와 꽃봉오리를 이어 붙이며 튀어나온 접착제 덩어리 등 사진의 대상이 조화라는 사실을 가감 없이 전달하는 장면들이 자리한다. 그러나 마치 정보를 위한 도감 사진과 같이 김경태는 대상에 대한 가치판단이나 내재적인 해석을 시도하지 않는다. 그의 사진은 사람의 시력이 닿지 못하는 곳에서 사물이 지닌 해상도를 파악하려는 듯, 가까이 바라보면서도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평소 식물에 관심을 가져온 작가는 인테리어 소품이자, 자연물을 따라 만들어진 조화를 발견하고 그 면면을 들여다보는 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편 하나의 사물을 두고 프레임 속 모든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 촬영한 뒤, 실제와 다른 스케일로 출력하여 보는 이를 교란시키는 김경태의 태도는 그의 전작들을 살펴보면 흐름이 좀 더 분명해진다. <On the Rocks>(2013) 시리즈에서 그는 주로 조약돌 크기의 다양한 재질을 지닌 돌을 모아 자연 광물로서 돌이 지닌 작은 입자와 형태에 주목하며, 실물보다 약 20배 이상 확대된 결과물로 제시하였다. 이후 <Texture Mapping>(2019) 시리즈에서는 대리석 무늬가 프린트된 시트지, 즉 사람들의 시지각을 흔드는 소재가 가구에 부착되었을 때 손쉽게 석재로 보이는 일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번 <Bumping Surfaces>(2021) 시리즈는 여기에 덧붙여 인공-자연물이 지닌 표면의 질감을 끈질기게 쫓아감으로써 우리가 사물을 습관적으로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시의 제목인 <Bumping Surfaces>는 김경태가 그리 크지 않은 사물들을 천천히, 오래도록 들여다보고 한 장의 사진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겪은 시각적 충돌을 의미하는 단어이자, 특정 장면에서 카메라의 프레임으로, 모니터 화면에서 다시 출력물로 이어지는 ‘이미지가 지닌 표면의 탄력적 가능성’이라는 작가의 관심사를 함축하는 말이다. 액자 속 견고하게 구현된 조화의 모습에서 눈에 보이는 요소들의 부딪힘을 찾아내는 일을 넘어, 흔한 사물의 몰랐던 부분이 지닌 생경한 질감과 서로 다른 감각들이 모이고 튕겨내며 만들어진 보는 즐거움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대상의 겉면을 빠짐없이 보는 것으로 실체를 파악하려는 김경태의 태도를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보고 있으며,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해 반추해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김경태는 중앙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École cantonale d'art de Lausanne (ECAL) Master of Art Direction 석사를 마쳤다. 그는 아인부흐하우스(2021, 베를린), 휘슬(2019, 서울)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KF 갤러리(2021, 서울), F1963(2020, 부산), WESS(2020, 서울), 우란문화재단(2020, 서울), 문화비축기지(2019, 서울), 하이트컬렉션(2019, 서울),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2019, 수원), 서울시립남서울미술관(2019, 서울), 베니스건축비엔날레 2018 한국관(2018, 베니스), 국립현대미술관서울관(2017, 서울), 국제갤러리(2016, 서울)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김성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