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월화 드라마 <연모>에서 박은빈이 결국 옥좌에 앉으며 ‘왕’ 이휘로서의 새로운 전개를 시작한 가운데,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기 위해 또 한 번 자신의 삶을 포기한 그의 애처로운 이야기가 박은빈의 섬세한 연기와 만나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다. <연모>는 지난 13~14회에서 정지운(로운)과의 달콤했던 사랑의 도피도 잠시, 아버지 혜종(이필모)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하루아침에 왕위에 오른 이휘의 험난한 생존기가 그려졌다. 자신의 사람들을 지켜준다는 조건으로 외조부 한기재(윤제문)의 인형이 되겠다 선언한 휘였기에, 비록 왕이라 할지라도 휘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왕과 신하로 마주한 지운과는 더 이상 마음을 나눌 수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후사를 이으라는 뜻에 따라 중전 노하경(정채연)과 합방해야 하는 위기까지 찾아왔다. 결국, 본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진실만을 고하며 하경과 ‘두 이불 첫날 밤’을 보낸 휘의 얼굴에서는 헤아릴 수 없는 죄책감과 더불어 마치 하경을 통해 자신을 투영하는 듯한 쓸쓸함 마저 느껴져 가슴 뭉근한 울림을 선사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휘는 이휘였다. 한기재에게 그저 허수아비 왕으로만 보여졌던 모든 게 다 치밀하게 짜인 전략이었던 것. 윤형설(김재철)과 공조해 한기재 사병의 존재와 혜종을 독살했다는 증거를 조사하는 휘의 반전 면모는 더 강해진 왕으로서 이휘의 성장을 가늠케 해 앞으로의 반격을 기대하게 했다.
이처럼 회차가 거듭될수록 예측할 수 없는 이휘의 여정은 박은빈이라는 배우의 진가를 느끼게 하고 있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헤어짐을 선택한 휘에게서는 이전보다 더욱 깊어진 애틋함이 감돌았고, 아내 하경을 바라보는 눈빛에선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그리고 한기재를 대하는 모습에선 두려움과 함께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분노와 복수심이 타올랐다.
이처럼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서사 안에서 이휘라는 인물이 느끼는 감정의 격동을 폭넓은 표현력으로 담아내는 그의 연기는 매회 감탄을 이끌어내고 있다. 특히 박은빈만의 크고 맑은 눈망울은 캐릭터의 내면을 투명하게 내비치며 보다 깊은 이입을 유발하는 중이다.
이렇듯 <연모>에서 사극 최초 ‘남장 여자 왕’에 도전한 박은빈이 섬세한 연기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그의 전작 속 한계 없는 캐릭터 소화력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아동복 모델로 데뷔 후 드라마 <명성황후>, <부활> 등 아역 시절을 거쳐 탄탄한 연기력을 쌓아 올린 박은빈은 꾸준히 다양한 캐릭터들에 도전하며 한계 없는 변신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최근 다시 이목을 끌고 있는 것은 바로 드라마 <청춘시대> 송지원과 <스토브리그> 이세영, 그리고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채송아다.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유독 극과 극의 캐릭터들을 제대로 소화해낸 그의 연기가 또 한 번 관심을 끄는 것이다.
<청춘시대>에서 범접할 수 없는 텐션의 송지원을 매력적으로 그려낸 박은빈은 배우로서의 새로운 면모를 대중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지난해 <스토브리그> 속 걸크러쉬 운영팀장 이세영으로 ‘멋쁨’의 정석을 보여준 데 이어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에서는 바이올리니스트 채송아로 변신, 청춘의 꿈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세밀하게 그려내며 로맨스 장인의 탄생을 알렸다.
이에 더해 지금 출연하고 있는 드라마 <연모>에서는 전무후무한 ‘남장 여자 왕’으로 완벽히 분한 그의 연기가 매주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왕재로서 손색없는 능력과 왕세자다운 강인함, 하지만 사랑 앞에서는 여려지고 마는 ‘이휘’의 복잡한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이 드라마의 서사를 탄탄히 이끌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빠른 속도로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박은빈은 매 작품 서로 전혀 다른 성격과 서사를 지닌 캐릭터들을 창의적이고 디테일한 표현력으로 그려내고 있다. 더불어 인물들의 특징을 개성 있게 잡아내는 그만의 장점은 작품과 캐릭터의 매력을 한층 배가시키며 매번 ‘인생 캐릭터’를 경신하고 있다는 평이다.
예측할 수 없는 이미지 변신으로 ‘변신의 귀재’로 떠오른 박은빈은 차기작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출연까지 확정 지으며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다. <연모>를 통해 다시 한번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의 앞날에 기대가 모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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