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은 지음 / 창비 / 15,000원
황정은의 첫 장편소설 『百의 그림자』가 새로운 장정과 정제된 문장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아름답고도 독특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문학 영역을 공고히 구축한 황정은은 이미 그 이름만으로 신뢰받는 작가지만, 『百의 그림자』는 그 압도적인 세계관의 출발을 알린 작품으로써 더욱 빛을 발한다. 이 작품은 2010년 초판 출간 당시부터 문학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황정은식’, ‘황정은풍’ 등의 용어를 유행시킨 바 있으며, 연극이나 만화 등 독자들의 자발적인 2차 창작물로 제작되었을 만큼 남다른 사랑을 받아왔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기발한 상상력과 황정은만의 인장이 새겨진 문장으로 스러지는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유대와 풋풋한 연애감정을 절묘하게 형상화한 『百의 그림자』는 애틋하고도 따뜻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감동시킨다. 특히 조금도 시들지 않은 이 작품의 생명력이 인상적인데, 도시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폭력의 양상과 그에 맞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끈질긴 삶이 여전한 가운데 그것을 탁월하게 작품화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세상의 폭력이 더욱 노골적이고도 교묘한 방향으로 변해왔지만, 본인이 글쓰기를 단념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 꾸준히 이 소설을 읽어준 독자들 덕분이라는 감사의 인사로 이번 복간의 의미를 밝히기도 했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
황모과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4,000원
이 소설은 1990년 당시 “백말띠 여자가 드세다”라는 속설로 인해 여아 선별 임신 중지가 이루어졌던 역사적 사건을 모티프로 삼는다. 이야기는 1990년생 여성들이 모두 태어난 가상의 세계가 어느 날 갑자기 엉망이 되면서 시작된다. 주변 여성들이 하나둘씩 사라지고 그들에 대한 기억마저 지워지는 상황 속에서 평행세계를 오가며 이전의 세계로 돌아가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채진리의 분투기다. 『우리가 다시 만날 세계』는 1990년생, 삼십 대에 들어선, 살아남아 태어났으나 여전히 선명한 임금 격차와 고용 불안, 여성 혐오와 각종 성범죄의 범람 속에서 팍팍한 하루를 보내는, 그러나 평범하고 용감한 당신들을 향한다. 여자 형제 대신 살아남았다는 부채감과 책임감에 눌려 지냈을 사려 깊은 당신들에게도, 더하여 “아들을 낳아야 한다”라는 압박 속에 고민하고 고통받았던 당신들에게도 나아간다. 이 모든 억압을 몇 해 늦게 혹은 이르게 겪어냈을,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이 소설이 작은 용기와 위로를 전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
조성은 지음 / 트러스트북스 / 16,000원
집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모임에서, 누구나 어느 공간에서나 사람은 말을 하며 살아간다. 말로 일을 하고 말로 친구를 사귀며 말 때문에 기쁘거나 슬프고, 성공하거나 실패한다. 말은 우리의 삶에서 엄청나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말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로다. 소통을 잘하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그중 가장 좋은 방법은 말을 잘하는 것이다. 특히 오늘날 말하기 능력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쟁력이자 필수 스킬이다. 옛날에는 말보다 행동을 중요하게 여겨 말을 줄이기를 권했다. “침묵은 금”이라는 비유로 말을 단속하고자 했다. 그러나 스피치는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주요 수단이다. 피터 드러커는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능력은 자기 표현력이며, 현대의 경영이나 관리는 커뮤니케이션으로 좌우된다”라고 말했다. 직장인에게는 비즈니스의 핵심역량인 프레젠테이션 능력, 취업 준비생에게는 면접 답변, 학생에게는 논술이나 토론 발표가 여기에 해당한다. 말하기 능력은 이제 돈이나 기회로 연결하는, 매우 효율성 높은 부가가치의 원천이다. 이 책은 시간이 흐를수록 주목받고 있는 말하기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여, 적재적소에 필요한 스피치 기술을 알기 쉽고 흥미롭게 소개한다.
그들의 이해관계
임현 지음 / 문학동네 / 14,000원
2017년 제8회 젊은작가상 대상과 2018년 제9회 젊은작가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한국문학의 주목받는 젊은 작가로 떠오른 임현의 두 번째 소설집 『그들의 이해관계』가 출간되었다. “공감과 위로와 정당한 메시지의 가치를 폄하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던지기 어려운 질문”을 펼쳐 보여 “신뢰”(이장욱 소설가, 시인)가 간다는 평을 받으며 제9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그들의 이해관계」, “윤리와 논리를 둘러싼 딜레마를 다루”며 문학과지성사의 ‘이 계절의 소설’(2020년 겨울)에 선정된 「거의 하나였던 두 세계」를 포함해 총 아홉 편이 수록되었다. “이율배반적이고 자기중심적이며 위선적인 인간이라는 존재”를 “선명하게 부각”(남진우 시인, 문학평론가)시킴으로써 독창적인 작품을 발표해온 임현은 이번 소설집에서 그러한 인간의 모습 이면에 드리운 상처와 나약함, 상황에 따른 순간순간의 선택과 그로 인한 감정의 파동을 세밀하게 좇아 종내에는 논리적으로 해명하기 어려운 내면의 심층을 비춘다. 무엇도 함부로 단언하지 않는 특유의 문체, 일순 서늘한 반전을 펼쳐내는 내러티브 솜씨가 한껏 발휘된 『그들의 이해관계』는 그야말로 작가 임현의 새로운 도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