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계의 거장 알버트 왓슨의 주요 작품을 총망라하여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찾아왔다. 예술의전당과 한겨레신문은 12월 8일부터 오는 3월 30일까지 <WATSON, THE MAESTRO-알버트 왓슨 사진전>을 한가람미술관 제3~4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패션 인물 사진의 대가인 알버트 왓슨의 아시아·국내 첫 대규모 회고전이다. 그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외부에 최초로 공개하는 2022년 최신작까지 유명인사의 인물 사진, 풍경과 정물이 있는 개인 작업, 실험적인 사진까지 작가의 일생을 아우르는 주요 작품 125점이 소개된다.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브 잡스, 데이비드 보이 등 동시대 ‘아이콘’을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새로운 상징을 구축한 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사진작가 20인 중 한 사람으로 그 자신이 사진계의 ‘아이콘’이다. 1977년부터 2022년까지 패션 잡지 ‘보그’와 100회 이상 작업하며 가장 오랜 기간 표지를 장식했고, ‘롤링스톤’, ‘타임’, ‘하퍼스 바자’ 등 유명 잡지의 표지도 다수 촬영했다. 이 외에도 <킬 빌>(2003), <게이샤의 추억>(2005) 등 영화 포스터와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 표지를 촬영하기도 했다.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던 왓슨은 카메라의 눈을 빌려 새로운 관점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왔다. 그는 1942년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에서 태어나 던디대학교 조던스톤 덩컨 미술·디자인대학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런던의 왕립예술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였다. 이후 교사인 아내를 따라 LA에 정착했고 1973년 ‘하퍼스 바자’의 의뢰로 앨프리드 히치콕의 사진을 찍으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보그’에서 100회 이상, ‘롤링스톤’에서 40회 이상 표지 사진을 촬영하면서 패션 사진계에서 독보적 존재가 되었고, 클린턴 대통령,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마이크 타이슨 등 인물사진에서도 두각을 보였다. 그 외에도 영화 포스터, 프라다와 샤넬 등의 메이저 캠페인, TV 광고 등 다양한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왔다.
특히 그는 피사체에 대하여 사전에 철저히 연구하고, 인터뷰를 통해 가장 편안한 순간을 이끌어내면서 자신만의 관점을 시각화하였다. 사진 촬영을 좋아하지 않은 스티브 잡스의 경우 이러한 왓슨만의 작업 방식 덕에 스물다섯 컷 만에 촬영이 종료될 수 있었고, 이때 찍은 사진은 훗날 자서전의 표지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그는 피사체의 미묘한 감정을 포착하여, 회화 장르와는 달리 순간마다 의도치 않는 형상을 띠는 사진만의 특성을 단점이 아니라 장점으로 발전시켰다.
이외에도 왓슨은 여행에서 만난 자연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카메라 속에 더 넓은 세상을 담고자 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미 패션 사진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랐지만, 거기에 안주하지 않고 정물, 풍경, 예술 사진 분야를 넘나들며 80세가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만나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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