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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언어를 연구하며 한국어의 세계를 탐험한다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신지영 교수 | 2023년 07월호 전체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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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쳐, K-팝으로 한국의 위상이 점차 제고되는 현시점에서 미래의 국어국문학은 기존 민족 학문이라는 위상을 넘어 세계 속의 한국학을 지향하기 위한 필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국어로서 한국어에 대한 수요 증대, 한국 어문학에 관한 세계적인 관심 증가, 깊이와 폭을 점차 확장하고 있는 한류 현상 등을 고려할 때 향후 국어국문학의 중요성은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가운데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이하 ‘고려대 국문과’) 신지영 교수가 주목받고 있다. 2003년부터 20년째 후학양성에 매진 중인 것은 물론 영국 옥스퍼드 사전(OED) 자문위원을 맡아 한국에서 유래된 영어 표제어 26개가 새로 등재되는 데 힘을 보태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잇고 있는 신지영 교수를 인터뷰했다.

1946년 창설된 고려대 국문과는 한국 문화와 정신사의 바탕을 이루는 한국어 및 한국문학에 관한 소양을 확충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을 배양한다. 이를 위해 한국어 및 한국문학 자료를 자유롭게 감상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기르며, 언어 이론과 문학 이론에 근거해 한국어와 한국문학을 분석하고 탐구할 수 있도록 한다. 신지영 교수는 그간 교육, 언론, 사회, 문화 분야의 역할을 맡으며 많은 인재를 배출한 고려대 국문과에서 국어 음운론을 연구 및 강의하고 있다. 또한, 그는 최근 청파(靑波) 故 이재만 변호사의 뜻을 기리는 청파문화사업회의 초대 이사장직에 서상수 법무법인 서로 대표와 함께 공동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그리하여 신지영 교수는 향후 ‘진심은 길을 잃지 않는다.’라는 이재만 변호사의 유지를 받들어 활발한 문화교류 사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며, 문화인이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와 더불어 축제처럼 즐길 수 있는 언어 관련 행사도 준비하고 있다. 이외에도 그는 현재 옥스퍼드 영어사전 자문위원을 비롯해 국립국어 규범 정비위원회 위원, 대검찰청 과학수사 음성분석 자문위원, 경향신문 독자위원회 위원 등을 맡으며 사회 여러 방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요청받아 자문위원으로 참여

영국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1884년 출간돼 지금까지 영어권에서 사용돼 온 60만여 개의 단어를 수록 중인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이다. 우리말은 1976년 김치, 막걸리 등이 최초로 실린 이래 45년간 총 20여 개의 단어가 이 사전에 등재됐다. 그런데 한국 문화의 위상이 높아짐으로써 2021년 9월 무려 26개 단어가 한꺼번에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되는 일이 벌어졌다. 신지영 교수는 이 역사적인 사건을 논할 때 빠져서는 안 될 인물이다. 옥스퍼드 사전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옥스퍼드 사전은 매우 학술적인 사전입니다. 단어의 의미와 용례는 물론, 어원도 꼼꼼히 검토하여 기술되죠. 또한, 이 사전은 한번 등재된 단어는 절대 내리지 않는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올릴 때 굉장히 신중합니다. 해당 언어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하는 이유입니다. 저는 등재 예정이던 26개 한국어 기원 단어에 관한 옥스퍼드 측의 질문에 답을 달아 보내고 사전 전문가들이 기술한 내용을 검토하여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자문에 응했습니다.”

신지영 교수의 자문이 더해져 최종적으로 2021년 9월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등재된 우리말은 애교, 반찬, 불고기, 치맥, 대박, 동치미, 파이팅, 갈비, 한류, 한복, 잡채, K-복합형, K-드라마, 김밥, 콩글리시, 한류, 만화, 먹방, 누나, 오빠, 피시방, 삼겹살, 스킨십, 당수도, 트로트, 언니 등 26개에 이른다. 해당 단어들은 한류의 물결을 타고 영어권에 자연스레 스며들었으며, 최소 10년 전에 등장하여 살아남은 단어들로 한국 문화의 영향력을 방증한다. 신지영 교수는 한류가 이전보다 지금 더 크게 융성하고 있기에 향후 등재될 단어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했으며, 앞으로도 영국 옥스퍼드 영어 사전 자문위원으로서 한국어를 전 세계에 올바르게 알리는데 작게나마 이바지하고 싶다고 소망을 밝혔다.


언어의 품격을 위해 생각해 보는 문화 형성 필요해   

“모두들 언어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또, 누구나 품격 있는 언어를 구사하고 싶어하죠. 특히 지금은 SNS의 발달로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흔적으로 남는 시대입니다. 책임감 있는 말하기와 언어 감수성이 리더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되고 있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학교를 졸업하면 국어 공부는 더이상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래서 잘하고 싶다면 공부하고 노력하는 게 당연한데도 말입니다. 저는 언어학자로서 우리 사회의 언어 품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말의 문제, 언어의 문제가 관계의 문제라는 것, 소통 지수를 높이는 것이 바로 행복 지수를 높이는 일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고려대 국문과 신지영 교수는 언어가 ‘인간의 모든 것에 대한 모든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를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신간 준비에 한창이다. 올해 말 원고를 탈고하고 내년 초 발간을 목표로 집필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신 교수는 이렇듯 바쁜 와중에도 각종 방송에 출연하여 ‘관계의 중심은 다름 아닌 말’이라는 사실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언어 환경이 조금 더 높은 품격을 갖추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품격언어연구소를 개소했다. 앞으로도 고려대 국문과 신지영 교수가 활발한 연구 및 교육활동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한국어 발전의 주춧돌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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