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단은 연극 <이 불안한 집>을 8월 31일부터 9월 24일까지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아이스킬로스의 그리스 비극 『오레스테이아 3부작』을 새롭게 해석한 <이 불안한 집 >은 영국의 극작가 지니 해리스가 쓴 작품으로, 그는 로열코트씨어터, 영국국립극장, 스코틀랜드국립극장,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 등 유수의 극장들과 활발히 작업하고 있는, 최근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한 명이다. 2016년 영국 시티즌스씨어터에서 초연했으며, 당시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큰 호평을 받아 스코틀랜드 비평가협회상 최우수 희곡상, 최우수 연출상, 여자 최우수 연기상 3관왕을 차지했다. 영국 초연은 도미닉 힐이 연출했고, 이번 한국 초연의 연출은 2017년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이래 도전적이고 세련된 연출력을 보여주며 적극적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김정이 맡았다.
국립극단은 러닝타임 5시간, 출연 배우 15명의 압도적 스케일을 지닌 이 대작을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소개함으로써 동시대 세계적 연극 흐름을 공유하고 현대 연극의 새로운 지평을 나누고자 한다. 김정 연출이 선보이는 한국판 <이 불안한 집>은 작품에 흐르는 음악·음향과 움직임이 배우들의 대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공감각적 미학을 만들어낸다. 운율감 넘치는 배우들의 대사와 ‘착붙’하여 하나의 노래처럼 기능하는 배경 음악은 극 안에서 자연스럽게 살아 숨 쉬며 완성도를 높인다. 거칠고 황량하여 마치 전쟁의 폐허 같기도 한 무대는 아름답고도 그로테스크한 극의 분위기를 더한다. 20~70대의 다양한 연령대 배우 15명이 출연하는 이번 공연은, 풍부한 무대 경험을 지닌 노련한 배우진과 신선한 매력을 가진 젊은 배우들이 한데 어우러져 조화로운 앙상블 속에서도 강렬한 캐릭터를 선보이며 5시간 동안 호연한다.
작품의 원작인 『오레스테이아 3부작』은 아이스킬로스가 만년에 내놓은 비극으로, 기원전 458년 고대 그리스 최대의 축제이자 가장 영향력 있던 디오니소스 축제 비극 경연 대회에서 그에게 13번째이자 마지막 우승을 안겨주었다. 사랑하는 딸을 제물로 바친 아가멤논 왕가에서 펼쳐지는 가족 간의 분노와 반복되는 참혹한 복수를 담은 작품으로, 오늘날의 ‘막장 드라마’를 능가하는 패륜적인 전개에 작가는 ‘정의란 무엇인가?’, ‘누구의 행위가 정당한가?’ 하는 중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 지니 해리스는 원작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해, 3부에 제3의 시공간에 존재하는 새로운 인물 오드리를 추가했다. 어머니를 살해한 후 이 시공간에 온 엘렉트라는 정신과 의사 오드리의 환자로 등장하고, 비슷한 상처를 가진 오드리는 엘렉트라를 진료하며 잊고 있던 자신의 트라우마와 마주한다. 과거의 환영에 시달리는 두 사람을 보여 주며 극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비슷한 듯 서로 다른 두 사람은 대조적 결말을 맞는다. 대단원의 막과 함께 작가는 ‘현대 가족에게까지 대물림되는 크고 작은 복수의 역사’와 ‘복수의 굴레를 끊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한다.
김정 연출가는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대다수 배우들이, 처음 작품을 제안받았을 때 대학 시절 전공 서적으로 배웠던 원작을 무대에서 직접 연기할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고 감동했다.“라며, ”15명의 배우 개개인이 가장 강력하게 잘 할 수 있는 것들을 무대로 끌어내 배우의 역량만으로도 꽉 차는 무대를 보여주겠다.”라는 계획을 밝혔다. 또, “이런 방대한 이야기를 버틸만한 힘이 연극에 있다는 것을 느끼고 돌아가셨으면 좋겠다.”라는 바람도 전했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