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을 넘은 나이에 사업을 정리하고 오랜 세월 꿈꿔온 화가의 길을 걷고 있는 이우섭 화가의 세 번째 개인전이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5일까지 갤러리이즈 제2전시장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른바 ‘드립 페인팅’을 통하여 점의 자유로운 행보를 선보인 바 있는 이우섭 화가가 선과 색면을 강조한 새로운 시리즈를 공개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더했다. 본지에서는 자신의 어제와 타협하지 않는 실험정신으로 한층 더 독창성과 개성 넘치는 작품 세계를 구축한 이우섭 화가를 인터뷰했다.
여든이라는 나이에 인생 첫 개인전을 개최한 이우섭 화가는 이후 매년 개인전을 열며 대중과 평단의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최근 개최된 이우섭 화가의 제3회 개인전에서는 <Trace> 연작 및 신작 20여 점을 전시했으며, 드립핑 기법의 구조가 막대 같은 단일체의 사선으로 연결되면서 공간에 스며드는 <Trace>의 시각을 확장하는 작품들로 가득 채우며 한층 진일보된 미술 언어를 선보였다. 이처럼 똑같은 것을 지양하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이우섭 화가의 신작을 보기 위해 전시 기간 갤러리이즈에 연일 많은 관람객이 모여들었으며, 전혀 새로운 그의 작품 디스플레이방식에도 상당한 관심을 드러내는 등 이우섭 화가의 제3회 개인전은 뜨거운 열기 속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서서히 스며드는 선적 에너지로의 전환
“이번 신작들은 멀리서 보아도 제 작품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독창성과 개성을 강조해 제작했습니다. 또한, 이전 작업이 진지하게 흩뿌려진 드립핑이었다면, 이번 전시 작품의 생동하는 에너지는 서서히 스며드는 선적 에너지로 전환했습니다. 이를 흡수하는 바탕은 색의 심연을 강조하기 위해 단색조를 지향했습니다.”
기존의 양식화된 기법에서 완전히 벗어나 독보적인 아우라를 풍기는 이우섭 화가의 작품은 반듯한 사각 캔버스 위로 사선을 형상화하면서 독특하면서도 세련된 구조체를 형성한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그의 모든 작품 역시 누구의 것을 흉내 내거나 맹목적으로 과거 대작들을 좇는 게 아닌 80년을 상회하는 이우섭 화가의 삶을 얹어내는 동시에 청년 같은 에너지로 쏟아낸 올 한해의 결실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안현정 미술평론가는 “물감의 농도와 정제된 색감으로 평생을 수행으로 연마한 작품들은 새로운 시리즈와 만나 정적인 색과 동적인 획의 이중 변주 속에서 작가의 삶을 반영한 이우섭만의 구조로 구체화한 것”이라며 “고집 있는 풍모를 반영하듯 시원한 자신감에서 오는 명쾌한 작업방식은 작품의 전환과정만큼이나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이성을 종합한 ‘정제된 에너지’로 표출된다”라고 강조했다.
작품의 창고형 브랜드 매장 만들 것
“김포, 안산, 화성 등 지방마다 명품 브랜드 할인매장이 많이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시즌이 지나면 세일 물품으로 내보내는 창고형 브랜드매장이다. 단지 백화점이 아니고 신상품이 아닌 것 외에는 그 어느 것에도 손색없는 명품 제품인 것이죠. 저는 여기서 착안하여 작품의 창고형 브랜드매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작가들의 작품이 주인을 찾지 못하고 쌓여있는 것을 백화점 브랜드 명품을 세일하듯이 작품도 이렇게 광범위하게 관람객에게 기회를 줌으로써 작가와 관람객의 친밀한 문화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밝힌 이우섭 화가. 이를 통해 그가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마치 상류층의 부를 상징하는 문화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다면 얼마든지 작품을 구매하고 철 따라 그림을 바꾸어 가는 문화로 변화시켜나가기를 기대해본다.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