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화(文人畵)는 정신을 중시하는 민족혼이 살아 숨 쉬는 우리 그림이다. 또한, 문인화는 선과 면으로 이뤄지며 수묵담채의 농도가 세련되게 표현된다. 우향(雨香) 김동애 작가는 이처럼 작가의 정신과 사상 철학이 강조되는 미술 세계인 문인화의 매력을 더하는 작가로 명성이 높다. 고양이와 자연과 같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관한 마음을 화폭에 펼치며 문인화의 은은한 멋을 표현 중인 김동애 작가를 인터뷰했다.
김동애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모래보다 먹을 만지며 노는 날이 더 많았다. 그 이유는 그가 원로 서예가인 규당 조종숙 작가의 딸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초등학교 2학년부터 그림을 그린 김동애 작가는 이후 송영방 선생에게서 동양화, 정탁영 선생에게서 데생을 사사했고, 일사 구자무 선생으로부터 문인화와 글씨를 배우며 문인화의 길로 서서히 접어들게 됐다. 동덕여대 미대 동양화과, 이화여대 대학원 동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1999년 열린 대한민국 문인화 특별대전에서 최고 영예인 대상을 받으며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인정받았고, 지난 2020년 11월에는 대한민국 최초 모녀전인 <조종숙 김동애 모녀전>을 백악미술관에서 성황리에 개최하며 국내 화단의 뜻깊은 발자취를 남겼다. 약 37년째 문인화 외길을 걷고 있는 김동애 작가는 경기대학교 서예과 초빙교수, 한국문인화협회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특히 한국문인화협회 이사장직을 맡으면서 문인화가는 혼자 일하는 외로운 직업이라는 데 착안하여 이들이 단합하고 함께할 수 있는 1박 2일 연수, 각종 모임, 송년회 등을 활성화해 회원들로부터 호평받았다. 현재 김동애 작가는 한국미술협회 문인화 분과 부이사장직을 비롯해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 서화계에 중견작가들이 모여 활동 중인 ‘여묵상우(與墨尙友)’ 회장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고양이를 통해 희로애락을 표현
김동애 작가는 최신 유행을 따라가는 것을 지양하고 진솔하게 자신이 사랑하는 것에 대한 진심 어린 마음을 그려 나간다. 대체로 자연을 소재로 그림을 그린다는 그는 요즘에는 고양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고양이가 주된 작품 소재로 화폭을 밝히고 있다.
“저는 동물을 모두 사랑합니다. 동물은 가식이 없으며, 제가 보살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가여움도 있습니다. 특히 고양이는 자기감정에 누구보다도 솔직하고 순수하죠. 고양이 집사이기도 한 저는 고양이를 통해 삶의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도 슬픔을 느끼고 기쁨도 느낍니다. 행복하면 행복한 미소를, 슬프면 슬픈 표정을 짓죠. 자세히 살펴보면 고양이도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고 표현합니다. 저 역시 제가 슬플 때는 그러한 표정을 짓는 고양이와의 교감을 통해 이를 표현하게 됩니다. 그래서 고양이와 자연이 한데 어우러져 화폭에 담기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동애 작가의 작품은 첫눈에 확 들어오는 것보다는 조금 시간을 들여 바라보고 있어야 그 진가를 느낄 수 있다. 마치 나태주 시인의 유명한 시구절처럼 말이다. 그저 스치듯 바라보는 게 아닌 여백도 함께 어우러져서 보면서 거기에 적힌 글도 읽으며 음미해야만 김동애 작가의 작품의 매력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상업적으로 보면 첫눈에 확 띄는 게 중요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제가 마음이 내키지 않습니다. 문인화를 한다고 말하는 이상 진정한 문인화의 길을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하거든요. 저는 그 길을 지켜나가고 있을 뿐입니다.” 한편 김동애 작가는 오늘날 보는 이와 공감할 수 있도록 작품에 약간의 변화를 주는 작업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그래야만 문인화의 전통을 지켜나가는 동시에 시대에 도태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는 현대인의 눈으로 봤을 때도 지루하지 않을 소재와 결부하여 은은한 멋이 깃든 문인화의 스펙트럼을 더욱 넓혀나가겠다고 밝혔다.
선에 감정을 싣는 것이 중요해
“저는 그림을 그리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감정을 중요시합니다. 왜냐하면 선도 필력만 있다고 잘 그어지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입니다. 왜 저는 적지 않은 분이 사군자는 외워서 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그리는지 궁금합니다. 선에도 충분히 자기감정이 들어갈 수 있는데 말이죠. 제가 화났을 때 고양이를 그리려고 한다면 꼭 선에 그 감정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물론 표정으로도 나타날 수 있겠지만, 선의 느낌으로도 충분히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제가 그 감정을 갖지 않고 선을 그으면 감상자들과의 공감을 끌어내기 어렵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 생각 없이 선을 긋는 것과 화가 났을 때 긋는 것과 행복할 때 긋는 것은 분명 다른 결과를 초래합니다.”
혼자 작업실에서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림을 그리는 매 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동애 작가. 물론 그는 힘들고 지치는 순간도 있겠지만, 단 한 번도 문인화가로서의 삶을 후회해 본 적이 없다는 김동애 작가. 고양이 위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이 주가 되는 개인전을 구상 중인 그가 앞으로도 자신에게 기쁨을 주는 어여쁜 고양이와 함께 행복한 화업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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