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줄리앙은 우리 일상 속 사소한 순간들부터 사회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루며, 이를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시각 언어로 표현한다. 일러스트레이션, 회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그의 작품은 따뜻한 유머와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관람객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에서는 그의 대표작인 페이퍼 피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면면히 살피며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전시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그의 일러스트에서 탄생한 조형물, 페이퍼 피플의 마지막 챕터이다. 그는 지난 2월 르 봉 마르쉐 백화점에서 페이퍼 피플의 탄생과 진화, 그리고 더 큰 세상을 향한 이들의 열망을 보여주었다. 거침없는 붓터치와 따뜻한 색채 그대로 튀어나온 페이퍼 피플들은 유리창 안에서 책을 읽고 사람들을 관찰하여 자신들만의 세상을 꿈꿔왔다. 쇼윈도를 깨고 나온 그들은 스스로 새로운 친구들을 만들고, 자연과 문화생활을 즐기며 우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간다. 이제 우리를 지켜봤던 그들의 세상에 반대로 들어가 그들의 일상을 살펴볼 차례이다.
이번 전시는 크게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공간인 '페이퍼 팩토리(Paper Factory)'는 종이 인간들이 탄생하고 함께 일하는 작업장을 재현한 공간이다. 컨베이어 벨트 위로 나란히 줄지은 종이처럼 이들은 각자만의 역할과 규칙 안에서 살아간다. 이곳에는 가위질을 기다리는 종이들과 페이퍼 피플의 흔적들이 곳곳에 넘쳐나며, 그들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성장해 나가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전달한다. 관람객은 이 공간을 통해 페이퍼 피플의 탄생과 그들의 세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가까이에서 체험할 수 있다.
두 번째 섹션인 '페이퍼 정글(Paper Jungle)'에서는 관람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뱀이 등장한다. 이 뱀은 귀여운 얼굴로 입구에서 관람객을 맞이하며, 구불구불한 몸통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직접 그려낸 벽화와 정글 속 작은 생명체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작가는 이 공간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우리 주변에서 쉽게 간과되는 것들에 대한 스토리를 전달하고자 한다. 이 정교하게 구성된 정글 속에서 관람객은 작가의 의도를 깊이 이해하며, 숨겨진 메시지를 발견하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마지막 섹션인 '페이퍼 시티(Paper City)'는 실제 도시를 모티브로 한 공간으로, 갤러리, 영화관, 빵집 등 다양한 장소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페이퍼 피플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냈다. 이 공간은 장줄리앙의 회화와 드로잉 작품들을 비롯해, 파리 르 봉 마르쉐에서 선보였던 쇼윈도 설치 작품까지 함께 전시되어, 그의 독창적인 도시 풍경을 생동감 있게 재현한다. 관람객은 이 도시를 거닐며, 페이퍼 피플들이 그들만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일상을 엿볼 수 있으며, 동시에 장줄리앙의 예술적 시각이 투영된 도시의 또 다른 면모를 경험하게 된다.
<장줄리앙의 종이세상>은 그들만의 세계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페이퍼 피플을 통해, 관람객에게 우리 삶의 모습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조명할 기회를 제공한다. 자신들만의 세상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생활하는 페이퍼 피플들의 모습은 현실의 일상과 다를 바 없다. 납작한 이곳에서 새롭게 표현된 우리의 삶을 마주하고, 이들과 함께 살아갈 모습을 상상하며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김성우 기자